다산어록청상

저자
정민 지음
출판사
푸르메 | 2007-09-10 출간
카테고리
인문
책소개
21세기의 정신을 호령하는 다산 정약용의 가르침 다산어록청상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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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약용에게 얻는 삶의 지혜

일단 작가부터 주목을 해야 한다. 스테디 셀러 '다산선생 지식경영법'의 저자 정민. 정약용에 관해서는 범접할 수 없는 경지에라도 오르시려는 심산이신가! 저자 명성만 믿고 책을 사는 건 절대 추천하지 않는 게 내 원칙이지만 정민이라면 원칙이 흔들린다.

 

책은 열 가지 챕터 경세, 수신, 처사, 치학, 독서, 문예, 학문, 거가, 치산, 경제로 나뉘어 있다. 각 챕터를 보면 알겠지만 우리 삶을 전반적으로 다룬다. 그러니까 이 책으로 전반적인 우리 삶에 대한 다산의 맑은 지혜를 얻을 수 있다.

 

구조는 다산의 원문을 한역하여 먼저 보여주고 뒤에 한문 원문을 보여주고 마지막으로 저자가 코멘트를 달아놓았다. 이로써 다산을 좋아하는 독자, 한자 익히기 자체를 즐기는 독자, 어려운 고전을 친숙하게 풀어내줄 책을 기다린 독자를 만족시켰다. 특히 저자의 코멘트는 아름다운 우리말 표현을 담뿍 담아 친숙하고 구수하여 정말 몰입해 읽었던 기억이 난다.

 

다산 팬에게 확실한 만족을 줄 만한 책. 고전 다시 읽기계의 권위자 정민의 책에 12800원이란 책값은 초라하기까지 하다. 가까이에 두고 마음이 흔들리고 세속에 찌들 때 펼쳐서 스스로를 다잡는데 도움을 줄 책.



과학 인문학

저자
김병호 지음
출판사
글항아리 | 2010-02-23 출간
카테고리
과학
책소개
인문학도여, 과학의 맥을 짚어라!시인과 함께하는 물리학 산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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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이 과학을 말하다

 분명 과학은 인문학에 포함된다. 과학을 인간과 관련하여 다룰 경우에 한해서. 그렇지만 보통 과학과 인문학은 다른 것이며 때로는 둘이 상반하는 입장에 있다고까지 보는 사람이 많다. 이에 답답했는지 시인이 과학을 말하는 신선한 책이 나왔다.

 

특히 신선한 대목을 꼽자면 공간과 시간을 덩어리로 표현한 부분. 과학에 따르면 우리가 보통 인식하는 시간의 개념이 그러한 개념이 아니라는 점을 덩어리를 예로 들어 설명한다. 공간과 시간은 서로 독립하지 않고 한 덩어리를 이루어서 공간방향으로 덩어리가 늘어나면 시간은 좁아지고 반대로 시간 방향으로 늘어나면 공간이 좁아진다는 얘기다. 고정관념 덕에 언뜻 와닿지 않지만 우리가 책을 읽는 이유는 이렇게 새로운 시각을 갖기 위함이기 때문에 과학을 통한 새로운 시각 제공을 만족하게 해주는 책이다.

 

다만, 어렵다. 아니 전체가 어렵다기보다는 가면 갈수록 책이 어려워진다. 작가의 주장ㅡ어렵지 않은 공식ㅡ과는 상반되게도 이과 전공인이 아니면 보기만 해도 구역질이 나오는 수식들이 그렇고 과학을 시로 표현하는데 그 시조차 너무 심오하여 이해가 되지 않음이 그렇다. 읽는 이의 물리학과 시적 지식에 따라 평이 확연히 갈릴 거라 본다.



삼국지 인물평론

저자
진기환 지음
출판사
랭귀지북스 | 2010-12-15 출간
카테고리
역사/문화
책소개
사람을 얻어 흥했고 사람을 잃어 망했다!『삼국지 인물평론』은 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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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자에 특화된 인물평론

한없이 회자되어 이제는 다루지 않는 게 이상하다고 느껴질 만한 삼국지. 삼국지를 사건이나 배경보다 인물을 중심으로 분석한 책이다. 보통 인물을 분석할 때는 심리학을 잣대로 삼아 분석하는 경우가 많은데 저자는 특이 하게도 경영자라는 관점에서 분석하였다. 특히 요즘은 좋은 인재 등용이 회사의 경쟁력으로 이어지는 만큼 인재 경영과 관련하여 많은 부분을 할애했다.

 

이렇다 보니 책은 잘 알려진 삼국지 위인을 중심으로 다룬다. 인재 경영이란 당연히 고위직자가 맡는 역할이기 때문이다. 반대로 얘기하자면 주요 인물만 중요하게 다뤘다고도 볼 수 있다. 다시 말해 신선한 맛은 없다. 그도 그럴 것이 삼국지는 굉장한 보급률을 자랑하고 특히 주요 인물에 대한 분석과 연구는 포화 상태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이 책이 특화된 방면 즉, 경영자를 위한 삼국지 인물평론이란 본목적은 충실하게 달성했다고 본다. 시대에 맞춘 책을 기획한 편집자와 화려한 경력, 그에 걸맞은 능력을 가진 저자가 콤비 효과를 십분 발휘했다. 하지만 판매량에서는 모르긴 몰라도 좋을 거 같진 않은데, 독자는 보통 경영자가 아니기 때문에. 너무 섣부른 추측일까? 



나가사키

저자
에릭 파이 지음
출판사
21세기북스 | 2011-04-04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집주인 몰래 벽장에 숨어 산 일본 여성의 실화!2010년 아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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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내 장롱에서 1년간 몰래 살고 있었다면? 이 섬뜩한 질문으로 시작하는 나가사키. 2010 아카데미 프랑세즈 소설 대상을 받은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함께 살펴보자.

 

우선은 장르 자체가 이미 보장받은 팩션이다. 지난 번 어떤 책에서도 언급한 바 있지만 일단 팩션이라는 점에서 보통 소설은 반쯤 먹고 들어간다. 소설이 인간을 가장 자극하는 부분이라면 바로 대리체험인데 그것의 바탕에 실제 사실이 깔려 있다고 한다면 독자는 주인공의 손가락 동작 하나에서도 발걸음 하나에서도 나와 일체됨을 느낀다. 이것이 문학에 있어 팩션의 힘이다. 나가사키 또한 실제 일본에서 있었던 사건이다. 이 사건이 기사로 나고 에릭 파이가 그 기사를 접한 뒤 소설로 옮겼다.

 

일본의 이야기를 서양인이 풀어내고 있다는 점도 신선하다. 일본문학은 이미 여러번 노벨문학상을 거머줬다. 그리하여 고유 일본풍 문학이 이미 단단히 자리를 잡았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실제로 아무리 유려하게 번역을 해놓는다 한들 일본인 작가가 쓴 일본문학은 그 독특한 맛이 배어나게 마련이다. 그리고 그 독특한 맛은 주로 독창성에서 온다. 망가와 애니메이션이 발전한 나라. 곧 독창성, 개성이 풍부하게 발전하기 좋은 밑거름이다. 작가인 에릭 파이는 이 독창성을 똑 따왔다. 주된 이야기 자체가 '나도 모르게 내 집에서 일 년 넘게 산 여인'이지 않는가. 허나 그 문체는 어디까지고 서양인의 문체이다. 동아시아만의 여백의 미를 인정하지 않는다. 바닥에 네모낳게 떨어진 햇빛을 묘사하고 그에 의미를 부여하는 장면, 감정묘사를 철저히 하는 문체 등. ㅡ옮긴이인 백선희는 작가의 간결한 문체를 칭찬했으나 이 이야기를 일본인 작가가 지었다면 얼마든지 훨씬 간결하고 차라리 여백까지느껴지는 글로 태어날 수 있었을 것이다ㅡ 일본만의 독창성을 서양인 고유의 문체로 담아낸 제 3의 이야기가 바로 나가사키다.

 

마지막으로 강조하고 싶은 것은 내용상의 훈훈함이다. 그 고난과 역경과 좌절과 불신속에서도 결국 인간의 가능성, 마치 참스키의 변형생성문법이 기존 구조주의문법의 속박성을 깨부수고 인간은 얼마든지 무수한 문장을 만들어 낼 수 있다고 주장하며 희망을 주고 그로 인해 이목을 집중시켰던 그것과 같은 그 인간의 가능성을 제시한 점을 들고 싶다. 결국 이 여인과 주인공은 삭막한 현대사회에서 버림받은 인생들이다. 그 한계에 달하여 주인공은 무방비할 수밖에, 여인은 침입할 수 밖에 없었다. 어찌보면 이것은 침입이 아니라 고독과 고독의 충돌이다. 작금과 같이 이웃이 시체가 되여 몇주동안 썩어나가도 전혀 알 수가 없는, 서로가 냉랭한 사회에서라면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는 사건이다. 이것은 결코 침입이나 만남 따위의 가벼움이 아니다, 충돌이다. 이 충돌의 타격에도, 주인공은 재판장에서 여인을 배려한다. 여인은 출소한 뒤 다시 주인공에게 편지를 남긴다. 이것은 스톡홀름 신드롬 따위가 아니다. 인간 본연의 상호 신뢰. 그리고 그것이 피해자와 침입자간의 충돌에서도 피어오를 수 있다는 희미한 희망의 메시지이자 앞으로 우리가 나아갈 길을 제시하는 것이라고 해석하고 싶다.

 

책은 여인의 편지로 끝을 맺는다. 이 편지에 주인공은 과연 답장을 했으려나 그것만이 유일한 궁금함으로 남는다. 그리고 그들의 새로운 시작을 충돌을 겪고 다시 융합함을 믿고 싶게하는 책이다. 인간으로서 인간에 대해.



카스테라

저자
박민규 지음
출판사
문학동네 | 2012-03-20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으로 한겨레문학상을 수상한 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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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미 수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으로 유명한 박민규. 근데 책을 저자의 유명세로 읽나? 분명 그런 사람도 있지만 나는 아니어서 이번에 처음 들어본 박민규. 형, 아저씨, 아무튼 박민규 씨. 이 사람 피곤한 사람이다.

 

가장 혼란스러운 점은 도대체가 현실과 환상의 구분이 없다. 그래서 책을 빌려준 김모양이 "아니라구요!"를 연발해도 난 죽어라고 "이건 판타지잖아."하고 되연발을 했다. 종잡을 수 없다. 냉장고 속에 중국이 들어가지를 않나, 오리배가 날지 않나, 헐크 호건에게 헤드락을 걸려 공중부양을 하지 않나그럼에도 요 요상한 이야기는 빨판상어의 빨판같은 흡입력을 자랑한다. 왜인지는 모른다. 그게 문제다. 적어도 나는 감성보단 이성을 믿고 사는 사람인데 이 해괴망측함에 끌리다니.

 

굳이 말하자면 특이한 문체를 들 수 있다. 내용도 종잡을 수 없지만 문체 또한 그렇다. 문단의 나눔 기준이 무작위이다. 막 이야기를 늘어 놓다가 ㅡ심지어는 문장도 채 마치지 않은 채ㅡ뚝 두 줄 끊어버리고 새로 이어나가는 문장. 고지식한 글쓰기 강사들은 겨울날 원숭이들이 목욕하러 가는 일본 노천 온천처럼 부글부글 속이 끓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로.

 

그런 현실에서 환상으로, 또 그 현실에서 왜 하필 그 환상으로 이어지는 가를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 그냥 무작위로 보이기까지 한다. 정말 책 마지막 부분의 서평이 도와주지 않았더라면 이몸이 백골진토될 때까지 이해하지 못 했으리라. 실로 짜증나리만큼 참신하고, 그동안의 출판 경향으로 비추어 문학동네에서 박민규를 잡은 것 또한 신선하고, 이해하고 나면ㅡ물론 서평의 도움을 받아서ㅡ 그 깊이에 또한 놀라고, 박민규가 가진 마인드 맵의 넓이에 놀랐으니 그냥 놀라운 책이라 정의하고 끝내련다. 더 파고들려면 피곤해질 거 같다. 


당부하는데 꼭 다읽고 서평까지 읽으시길. 물론 작가는 그냥 카스테라 한 조각 주듯 가볍게 독자에게 선물한 책이지만 또 그게 그런 게 아니잖습니까? 에이 기왕이면.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

저자
장 지글러 지음
출판사
갈라파고스 | 2007-03-12 출간
카테고리
정치/사회
책소개
전 세계 기아의 실태와 배후 요인들을 대화형식으로 알기 쉽게 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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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고픔이란 얼마나 서러운 이미지인지, 허기는 레미제라블에서 장 발장이 그러했던 것처럼 선인을 악인으로 바꾸기도 한다. 우리가 다이어트를 위해 일부러 느끼는 배고픔 허나 그것과는 그 근본부터 달리하는 기아에 우리는 주목할 필요가 있다. 실제로 전 세계에서는 5초마다 기아로 인해 유아가 한 명씩 죽어가고 있다. 산업혁명 이후로 풍요의 시대를 누리고 있는 우리, 하지만 왜 지구 한 구석에서는 먹지 못해 죽어가는 사람이 수두룩한 이 모순을 극복하지 못 하는 것일까? 그 물음에 대한 답이 이 책안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책은 기아를 두 종류로 나눈다. 하나는 자연 재해에 따른 기아, 또 하나는 인간이 초래한 기아다. 그렇지 않아도 농사짓기에는 척박한 자연 환경을 물려 받은 이들에게 자연 재해란 그야말로 마른 하늘의 날벼락이다. 누굴 탓할 수도 없다. 다른 인간에 의한 도움이 아니고서야 그 배고픔을 극복할 수가 없다. 이런 면에서 작가는 구호활동에 중점을 두고 썰을 푼다. 또한 우리가 생각하는 막연한 구호활동, 기부금을 많이 내면 되겠지 하는 생각들의 헛점을 파고들고, 구호활동도 올바른 체계와 연구 그리고 적절한 방법론이 필요하다는 점을 지적한다. 현장인으로서만 할 수 있는 이야기들이다. 또다른 기아, 바로 인간이 초래한 기아는 더욱 심각하다. 자기 이익을 위해 전 세계의 곡물을 매수하고 제멋대로 가격을 조정하는 글로벌 기업들, 권력을 잡기 위해 기아에 허덕이는 반대 세력에 닿아야할 구조의 손길을 끊어버리는 무장 단체들, 이런 제 주머니 채우기에 급급한 소수의 악인 때문에 전 인류 6분의 1 이상이 굶주려야 하다니 뒤틀려도 너무 뒤틀렸다.

 

책은 초중반까지 저자와 저자의 자식이 대화를 하듯 흐른다. 여기서 자식의 물음들, 너무도 당연한 물음들, 기아는 없어야 정상이 아니냐는 식의 당연한 물음들이 현실이 아님에 부딪쳐 더더욱 가슴아프게 다가온다. 우리는 이 아이들의 당연한 것이 왜 당연하지 않냐고 물어오는 물음에 어떻게 대답해야만 할까? 아이들도 다 아는 뻔한 사실 하지만 지켜지지 않고 있는 사실. 우리는 세상을 너무 방기한 것이 아닐까? 세상을 방기한 나를 다잡도록 도와주는 그리고 현실을 고스란히 보여주어 도저히 외면할 수 없게 만드는 힘이 있는 책이다.



달콤한 작은 거짓말

저자
에쿠니 가오리 지음
출판사
소담출판사 | 2010-11-02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같은 장소로 돌아가기 위한 아내와 남편의 수많은 거짓말...결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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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홍빛 표지, 귀여운 폰트, 그리고 에쿠니 카오리식 소담한 파격

 

결혼 이후 에쿠니 카오리는 본격 주부물 소설가가 되려는 걸까? 저번에 읽은 에세이 '당신의 주말은 몇 개입니까?' 이후 다시 에쿠니 카오리의 결혼에 관한 글을 읽는다. 혹시나 서명에 결혼이 언급되었다면 결코 사지 않았으리라. 저자의 팬으로서 '당신의 주말은 몇 개입니까?'는 살짝 약한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물론, 안 사고 안 읽었으면 후회했을 책이 바로 달콤한 작은 거짓말.

 

책은 평범하지만 어딘가 살짝 특이한 부부를 다룬다.ㅡ에쿠니 카오리는 항상 이런 식이다 평범함에 살짝 깃든 파격 그 때문에 미친듯이 찾아읽게 되지만ㅡ 한집에 살지만 생활은 달리하는 삶. 이야기는 하지만 듣지 않는 서로의 모습. 짐짓 이혼만이 답이라고 여겨지는 이 부부는 그래도 무엇인가, 문장으로는 표현할 수 없는 서로를 이끄는 자력이 있다. 권태. 하지만 결코 서로 입밖에 내지 않는 권태 아닌 권태. 그 둘의 세계에 남편에게는 과거의 여자가, 아내에게는 새로운 남자가 끼어들고 둘은 달콤한 거짓말의 세계로 빠져든다.

 

에쿠니 카오리하면 역시 간결체가 떠오른다. 문장이 결코 길지 않다. 하지만 문장이 짦아짐으로 발생하는 빈 터, 그 무의 공간은 결코 의미없음이 아니다. 독자는 시나브로 그 공터를 독자의 공상으로 메운다. 때로는 이야기 플롯을 때로는 등장인물의 심리를. 언뜻 간결체의 차가운 문체라고 보일수도 있지만 실제로 읽어보면 오히려 작가와 독자가 짧은 대화를 거듭하는 듯한 오묘한 마술에 빠져든다. 그것이 바로 에쿠니 카오리의 글이다. 이 책에도 그런 특성을 십분 발휘해놓은 게 느껴진다. 등장인물들 각자의 외도 그리고 그 변명, 각 인물의 변명에 공감하는 독자. 누가 나쁘다 단정할 수 없다. 그러기에는 인물들이 너무 친근하게 대화를 걸어온다, 공백을 주며. 그리고 마지막에 가서는 이러한 변명의 인물과 또 독자에게 에쿠니는 파격의 처벌조치를 내린다. 거부할 수 없을 만큼 시원한 처벌에 되려 시원한 마음으로 받아들이게 된다.

 



세계 정복은 가능한가

저자
오카다 토시오 지음
출판사
파란미디어 | 2010-11-22 출간
카테고리
인문
책소개
결국, 세계 정복은 가능하다!현대사회의 근본적인 문제를 짚어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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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정복, 이상으로만 두지 말고 실사에서 생각하라, 세계 최초... 일지도 모르는 세계 정복 실용서

 

일본 오타쿠계의 전설 별명하여 오타킹 오카타 토시오가 재어본 세계 정복 가능성. 과연 현실에서 세계 정복은 가능할까? 어찌보면 이미 부정의 답을 내포하고 있는 이 서명은 자체로도 독자의 주목을 끌기에 충분하다. 저자는 그동안 세계 정복이라는 코드가 주로 등장한 일본의 애니메이션, 특수촬영물을 예로 든다. 그도 그럴 것이 '오타킹'이니까. 애니메이션이나 특수촬영물에서 악의 세력이 주로 주장하던 세계 정복이란 너무나도 추상스러움에 혀를 찬 저자는 현실에서 세계 정복이란 무엇이며 과연 가능은 한가에 대해 실날하게 200페이지 남짓을 할애했다.

 

우선 발상 전환 차원에서 두둑한 점수를 준다. 이 책이 나오기 전까지 사람들이 생각하는 세계 정복이란 코드는 그저 악한 것, 혹은 악한 자가 폭력을 정당화하기 위한 수단에 지나지 않았다. 하지만 이 책은 말한다, 세계 정복이란 의외로 일반 직장에서 버는 수입보다 심각하게 적자가 나는 사업이라고, 아무래도 악으로 뭉친 집단이다보니 정의를 내세운 집단보다 내부붕괴의 가능성이 훨씬 높다고. 그리고 무엇보다 '그래, 정복했다 치자 그래서 어쩔건데?'를 집어낸 부분에서는 아, 그렇네 싶어서 매우 쓸쓸한 기분이 들었다. 아 기껏 적자 내며 정복해 놓고 저런 우수에 젖어야 한다니 이래서야 정복한 의미가 없지 않은가? 세계 정복이란 의외로 쓸데없다는 생각이 들고, 정복자에 연민까지 느끼다 보면 그제서야 작가의 발상 전환 능력이 대단함을 깨닫는다.


여담으로 일본 분석계 서적 저자들은 대개 연민을 목표로 삼고 분석하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다. 고등학교 시절에 사서 읽은 '공상비과학대전'에서도 느꼈던 바다. 결국 이들이 어떠한 강력한 자, 집단을 현실에 맞춰 분석하고 나면 어느새 그 강력함은 풍선에 침주듯 푸욱 꺼지고 되려 연민이 스멀스멀 기어나온다. '결국 저것밖에 안 되는 악인이었다니'하며 말이다.

 

적은 페이지나마 인문학 교양을 나름 채워넣은 점도 만족스럽다. 후반부에 가서 현 미국의 제너럴 스탠다드 정책에 대한 언급, 로마의 유럽 정복 양상, 현대사회에서 계급은 존재하지 않으나 계층은 존재한다는 이론 등, 오타킹이 지은 책이 사회고찰로 흘러가 적지 않은 감탄과 어이없음이 공존하였지만 아무래도 감탄에 더 기울었다.

 

문제는 역시 오타킹이 지은 책 답게 초중반부에 나오는 예시가 전부 애니메이션이라는 점! 이래서야 애니메이션이나 특촬물에 관심없는 일반 독자가 읽기에는 상당한 배경지식 부족이 두드러진다. 심지어는 '애니메이션 좀 챙겨볼 걸'하는 사회주류는 절대 하지 않을 이상한 후회까지 들었다. (물론 잠시 머리를 흔들며 제정신을 차리긴 했다.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애니메이션을 챙겨보지 않은 것이 그렇게 후회할 짓은 아니니까.) 그만큼 후반부를 제외하고는 대중성과는 거리가 있다. 그래도 굳이 이해하고 싶다면 이 책 번역가인 레진이 달아 놓은 주석을 꼬박꼬박 읽어야 한다. 이게 또 고역이다. 레진이라 하면 한국의 오타킹이 아니던가? 더 이해하려고 읽는 주석이 되려 더 꼬이게 만드는 그들만의 세계.

 

이런 책은 역시 청량서적이라고 부르고 싶다. 시원하고 읽으면서 피식거리게 되고 나름의 가르침도 있고, 청량음료의 높은 당수치와 같이 약점도 확실히 보이고. 하지만 그게 청량의 기본 아니던가. 오타쿠 코드를 살짝 너그럽게 봐주며 읽는다면 즐겁게 가볍게 읽기에 안성맞춤! 



촘스키처럼 생각하는 법

저자
노르망 바야르종 지음
출판사
갈라파고스 | 2010-12-03 출간
카테고리
정치/사회
책소개
생각의 주인으로 살고 싶은 교양인을 위한 지적인 자기방어법 강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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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학기 영어통사론 강의를 수강하며 노암 촘스키란 인물에 더 가까워졌다. 그전까지는 그저 유명인, 천재, 대표 좌파정도로만 생각했다. 통사론 연구에서 촘스키의 뛰어난 업적, 특히 자기의 지난 이론이 틀렸다고 평을 받고 그 평이 옳으면 얼마든지 뜯어고쳐 새로운 이론을 발표하는 그 유연함이 관심을 끌었다. 그래서 이 책 서명이 더 눈에 들어왔던 것이다. 하지만....

 

 책 속엔 촘스키가 없다!

 

책의 내용을 압축하자면 '주어진 정보에서 참과 거짓을 가려내며 오류를 걸러내는 비판적 사고를 계발하자' 다. 그런 훈련으로 저자는 언어에서 논리 왜곡, 수치 왜곡, 과학 왜곡, 미디어 걸러보기를 제시한다. 감상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사변이 길다' 이다. 각 챕터당 마지막 부분에 요약정리가 되어있는데 사실 독자는 이 부분만 읽어도 저자가 말하고자하는 바를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그 마지막에 이르기까지 나온 내용들이 상당한 전문성을 띄고(언어논리 부분에서 전문용어, 수치 부분에서 이과생이 아니라면 한번 보고 절대 이해할 수 없는 수식들이 남발, 무려 저자는 이 수식들을 이해하기 쉬운 것이라 주장한다!) 있기에 이해를 방해한다. 마지막의 요약정리를 기준으로 내용을 압축하고 대상 독자의 지식수준을 더 낮게 잡았으면 좋았으련만.

 

무엇보다 촘스키처럼 생각하는 법에 촘스키는 코털 정도밖에 나오지 않는다. 300페이지 중에 열번이나 언급되려나? 원서명을 봤더니 역시나, 번역하자면 현명하게 자기 방어를 하는 쉬운 방법정도이다! 촘스키는 없다! 출판사 편집부에 제대로 낚인 격이다. 내용은 절대 얏볼 수 없다. 미디어를 곧이곧대로 믿는 미디어종교에 빠진 현대인에게 꼭 필요한 내용이다. 하지만 촘스키의 생각에 대해 자세히 알고싶은 독자여, 절대 이 책을 집어들지 말라. 그렇지 않으면 나처럼 시원하게 낚일 뿐이다.



연암에게 글쓰기를 배우다

저자
설흔 지음
출판사
예담 | 2007-07-20 출간
카테고리
인문
책소개
조선 최고의 문장가 연암 박지원의 글쓰기 비밀은 무엇일까? 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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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명문장가 연암 박지원. 이 책은 직접 우리가 제자가 되어 연암의 글쓰기 비법을 배우도록 이끈다. 비록 완벽한 사실을 기초로 한 것이 아닌 팩션소설이긴 하지만, 오히려 이 방식을 썼기에 가공인물인 연암의 제자 박지문에 독자는 완벽한 이입을 느낄 수 있는 장점으로 작용했다.

 

우선, 복합장르에서 느껴지는 충만함이 기분 좋다. 얼마 전 드라마로도 방송한 '성균관 유생들의 나날'이 큰 인기를 끈 점을 주목해본다. 마찬가지로 우리나라 사람들은 사극, 즉 그 자체로 팩션인 역사극에 끌린다는 것이 이미 자명한 정설이다. 이 책 또한 옛 위인 연암 박지원의 이야기를 다룬 일종의 사극 소설이다. 그런 의미에서 인기의 요소를 최소한으로는 보장받은 셈이다. 이에 그치지 않고ㅡ서명 그대로ㅡ좋은 글쓰기를 배우는데 도움을 주는 것도 놓치지 않았다. 이 책 한 권으로 연암식 글쓰기 원리, 실전수칙, 나아가 글쓰기의 자세까지 체득할 수 있다.

 

또한 짜임새에도 점수를 주고 싶다. 연암의 아들인 종채를 주인공으로 삼은 노란 바탕 페이지와, 지문과 연암을 주로 다룬 흰 바탕 페이지가 교차한다. 이로 독자는 작은 이야기들 사이에서 휴식점을 찾고 잠시 머리를 정리하고 넘어가기 용이하며, 마치 사극에서 배경이 전환되며 새 이야기로 분위기를 환기시키는 몰입성 또한 뛰어나다.

 

연암 자체에 관심이 있는 독자, 글쓰기에 관심이 있는 독자, 사극식 소설을 즐겨 읽는 독자, 새로운 방식으로 독서의 새 재미를 찾는 독자. 추천할 독자 성향이 다양하고 그만큼 폭넓게 읽히기 좋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