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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문학에 해당되는 글 3건
- 2013.01.03 2010.6.16/석양을 등에 지고 그림자를 밟다, 박완서 外, 현대문학
- 2013.01.03 2010.2.19/사과는 잘해요, 이기호, 현대문학
- 2013.01.02 2009.12.8/천개의 찬란한 태양, 할레드 호세이니, 현대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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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문학 창간 55주년 기념 서적. 이기호의 사과는 잘해요로 눈에 익은 출판사에다 기념 서적이라니 당연히 어떠한 자력에 이끌려 집어들었다. 이 몸은 쇳덩이오. 책은 박완서, 이동하, 윤후명, 김채원, 양귀자, 채수철, 김인숙, 박성완, 조경란 작가가 쓴 단편 9편을 담고 있다. 각 작품마다 작가의 개성이 담뿍 담겨 있어 단일 작가의 단편집보다 즐겁게 읽힌다.
이 책에서 이야기들은 언듯 따로국밥처럼 읽힐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야기들을 얽어매는 코드는 분명 있을 것이라는 것이 예상이었고, 예상은 들어맞았다. 우선 표현양식은 다르지만 모두 '한'을 담고 있다는 점. 인기가수 휘성이 흑인음악을 하게 된 계기로 한국인의 정서와 '한'을 공유하기 때문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범국민의 내면에 흐르는 이 한을 박완서는 전쟁으로, 이동하는 향수로, 윤후명은 모성애로, 김채원은 허무로, 양귀자는 되살아난 가족애로, 채수철은 고통과 발버둥으로, 김인숙은 눈물로, 박성완은 여정으로 드러낸다. 그리고 '한'에서 이어지는 코드일지도 모르나, 한국독자가 한국문학에서만 맛볼 수 있는 진한 맛이 뇌리에 남으며 소화된다. 시대 배경이 그렇고 가족 구조의 배경이 그렇다. 때문에 더 정이 묻어나는 것이다. 특히 김인숙이 쓴 해삼의 맛은 학창시절 교과서에 실리던 명작들을 연상시킨다. 울음을 터트려 발산해낼 수 있는 슬픔이 아니라, 가슴을 주먹으로 망치질해도 풀리지 않고 빠져나가지 않는, 굳고 아련한 그 느낌.
오랜만에 한국문학다운 한국'현대'문학을 만났다. 출판사 이름과 아주 잘 어울리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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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힘들어 웃음이 나오는 상황. 그렇듯 강한 감정은 되레 역방향의 표현으로 드러나는 법이다. 이 책은 심리묘사를 될 수 있는데까지 아끼며 오직 상황을 써내려간다. 미사여구라고 부를 만한 구석은 단 한 군데도 찾질 못했다. 대단하다. 글쓰는 이도 사람이고 사람이 글을 쓰는데 감정을 숨기기란 어려운 법이다. 그래서 가끔 몇몇 글은 화려한 구렁텅이에 빠져 허우적대기 마련인데 그런 욕심을 이렇게까지 참을 수 있나 싶다. 문학평론가는 이것을 '탈권위'라고 표현했다. 글쓴이가 감정표현이란 권력을 손에서 놓고 읽는이에게 맡긴다니 엉덩이가 들썩거릴만큼 자유롭지 않은가? 적어도 내가 읽은 소설 중에 이런 소설은 본 적이 없다.
그럼에도 짐짐하지가 않다는 점이 놀랄 만하다. 묘사를 자제하고 오로지 상황설명만으로 이끌어가는데도 책을 읽는 동안 감정이 꿈틀거린다. 이 읽는이에게 맡겨둠이 스티븐킹의 The mist 같이 결말을 흐리는 독자개입과는 아주 딴판이다. 이미 글쓴이가 다 내던져준 이야기에 결말만 상상하라는 것이 기존 독자 개입이었다면 이기호의 새로운 시스템은 골격만 주어주고 살은 읽는이가 붙여보라는 문체이다. 텁텁할 것 같았던 건빵을 베어물었더니 가득 사과잼이 들어있는 그런 예상 못한 즐거움이다.
소재 선택도 빛난다. "사과는 잘해요." 누군가 주인공과 친구에게 뭘 잘하냐 물었을 때 나온 대답이다. 다른 건 다 손방이라도 사과 하나는 끝내주게 하는 그들. 사과가 부족하다 싶으면 잘못을 만들어서라도 사과해야 직성이 풀리는 두 사내의 유쾌씁쓸 사과대행비즈니스. 기대하셔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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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피는 섞이지 않았다 하더라도 대를 이어가는 슬픈 여자들의 이야기
마리암과 라일라
둘은 남편을 공유(?)하며 처음으로 연결된다. 여느 아프간 사람이 그렇듯 여자를 노예처럼, 개처럼 부리기 시작하고 얻어맞는 나날이 길어진다. 그리고 그 배경으로는 또 전쟁이다. 둘은 이 집을 떠나기로 맘먹는다. 마리암이 큰 맘을 먹고 자기와 같은 여자의 삶이 이어져서는 안된다며 라일라에게 모든 희망을 걸고 위대한 희생을 치른다. 같은 남편을 둔 부인 사이를 뛰어넘어 어머니와 같이, 친구와도 같이 그렇게 라일라 앞에 펼쳐질 찬란한 천 개의 태양처럼 빛나는 앞날을 위해서.
슬픈 여자들 이야기지만 그래도 역시 큰 흐름은 전쟁
아프간에서 가장 낮은 계층, 여자들의 삶을 그려내어 그 비참함에 깊이를 더했다. ㅡ책속에는 공산주의자들보다 살짝 더 낫다는 듯이 여자를 쳐다보는 눈빛까지 나온다. 나라를 빌어먹게한 사람들보다 살짝 더 나은 정도라니 어느 정도로 멸시를 받는지 상상이 된다ㅡ 책 뒷면에서부터 인터넷에서 나오는 서평까지 전부 여성성에 깊이를 두고 있지만 그래도 역시 가장 큰 흐름은 전쟁이 아닐까 한다.
이 책은 전쟁이 평범한 사람들이 누리는 삶을 어떻게 파괴해가는지 극사실주의 화풍처럼 그러낸다. 때로는 우연을 가장하여 때로는 필연으로 소련ㅡ탈레반ㅡ미국으로 이어지는 전범국들의 행태를 평범한 삶에 눈 높이를 두고 다루었기 때문에 미어지는 가슴으로 읽어야 할 책이다. 또한 외세강대국에 지배를 받고 그 지배국이 바뀔 때마다 손바닥 뒤집히듯 엎어져버리는 제도가 마치 혼돈과도 같은 점을 그려냈다. 이는 곧 한반도 위에서 사는 우리들에게도 다가오는 점이 많다고 본다.
메시지: 어디서나 그렇듯 피어오르는 희망은 있다
제목과 내용이 영 어울리지 않다가 제목이 희망을 나타냄을 알았다. 마리암이 자기가 가진 모든 것을 다해 라일라에게 전해준 희망, 그리고 라일라가 앞으로 꽃 피우고 이루어낼 희망. 그래서인지 지금 흰 바탕에 검은 글자뿐인 화면을 바라보고 있지만서도 눈앞에 활짝 웃고있는 라일라가 사진이 되어 신문에 실려있는 모습이 쉽게 떠나질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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