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투의 유혹

저자
오경순 지음
출판사
이학사 | 2010-07-31 출간
카테고리
외국어
책소개
『번역투의 유혹』은 저자가 번역을 해오면서 입말과 글말, 번역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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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외받던 일본어 번역계에 훌륭한 실용서 출현

 

결코 일본어 번역서적량이 적은 것은 아닌데 이상하게 서점에 가도, 인터넷 서점을 뒤져도 일본어 번역 관련 책은 부족하다. 물론 영어 번역 관련 책에 비해서 말이다. 이 경향은 영어중심의 삶, 또 영어 번역서 중심의 독서를 하는 우리들의 실상을 잘 대변한다고 할만 하다. 당장 번역가 지망생들의 필독도서라 불리는 '번역의 탄생'도 기본 영한 번역을 다루기 때문에 일한 번역가 지망생들은 별을 길잡이 삼아 밤길을 가던 고대인들이 별이 뜨지 않는 흐린 밤하늘을 맞이 한 것처럼, 빼도 박도 못하는 요상한 처지에서 공부를 하게 된다. 아주 없는 것은 또 아니어서 가끔 몇 권씩 나오긴 하는데 대개 개념을 두루뭉술하게 다룬 책, 이론에 그친 책이 많다. 하지만 오경순씨가 지은 이 책은 그야말로 실전, 실용에 대비한 일어 번역 실용서이다.

 

번역을 논하는데 골자는 바로 오역과 번역투이다. 역사와 세월 속에서 우리 국어에 간섭한 일본어 말투를 버르집어 옳게 번역하자는 목표로 저자는 '강의'를 시작한다. 별세하신 훌륭한 한글학자 이오덕 선생이 떠오르는 부분이다.

 

번역은 물론이거니와 실제 작문, 발화에서도 써왔던 표현과 단어가 사실 우리말 어법에 어긋나는 것이며 일본어 번역투였다니 뜨끔뜨끔한 부분이 많다. 이 책이 유용하다 하는 이유는 그런 부분을 지적하는데 그치지 않고 옳은 우리말 표현으로 옮겨적는 예시가 풍부한 점이다. 사실 기존의 비슷한 책에서도 이런 방식을 따른 책은 몇 권 있었으나 이 책만큼 풍부하지도 않거니와 왜 이렇게 바꿔써야 하는지 자세하게 설명해준 책은 없었다. 이 말은 곧, 일본어 번역가를 목표로 삼은 이에게 최고의 실용서 역할을 한다는 말이나 마찬가지다. 특히 마지막 부분에 나오는 실전 연습은 그 과정에서 초보 번역가, 번역대학원생, 일반인, 작가가 실제로 번역한 글을 비교해 볼 수 있어서 번역가를 꿈꾸는 이들에게 피부로 와닿는 도움이 된다.

 

하지만 책은 참고문헌을 빼고 총 260페이지. 양이 너무 적다. 저자도 분명 분량면에서 아쉬웠으리라. 책을 다 읽고 나면 나처럼 '아쉽다, 이 사람이 쓴 논문을 찾아 읽어야겠구나' 생각하는 사람이 적지 않을 것이다. 또한 이 책을 교재로 "일한번역연습"이라는 대학 수업을 들었는데 근거로서 왜곡된 부분, 또는 근거가 부족한 설명이 교수님과 함께 검토하는 중에 몇 군데 드러났다. 그러나 일한번역가 지망생에게 이만한 실용서적은 없었다는 점에서 앞으로도 저자의 멋진 번역투 잡기 활동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