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한 것들의 아름다움

저자
강홍구 지음
출판사
황금가지 | 2001-02-28 출간
카테고리
예술/대중문화
책소개
우리 삶 가까이에 있는 시시하고 낯익은 것들, 때로는 아름답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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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홍구의 시선은 결코 곱지 않았다. 제목에 무려 아름다움이라는 말을 써놓고 
정작 그 '시시한 것들'에 대한 시선은 차갑다. 그래도 강홍구에게 한 번 낚일만 하다. 이유는?

 

정말 기발하다. 어떻게 그 시시한 것들에서 이렇게 확장된 글을 뽑아낼까? 가희 콩알만한 실타래를 가지고 이불 한 섬을 짜아내는 실력이다. 저것을 보고 어떻게 이런 생각을 했을까? 작가의 유추능력에 혀를 내둘렀다. 이 유추가 하나의 현상이나 물건을 보고 개나발이나 부는 헛소리가 아니라 그 적확함이 날카롭기에 더더욱 점수를 주고 싶다. 머릿속에 생각 보따리가 가득하지 않고서야 이런 하찮은 것들을 보고 이만한 분량의 썰을 풀어낼 수가 없다.

 

아름다움을 찾아 책을 집어들었다가 비판과 냉소를 맛보는 낚시를 당했지만 결국 아름다운 글을 만났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참 별난 능력이다. 그리고 이정도의 필력을 내세우려면 분명 다방면에 걸친 교양과 지식의 스펙트럼이 적잖히 넓지 않고서야. 교사를 거쳐 미술가 이어서 기고가까지 거쳐온 작가답게 풍성한 읽을거리가 넘친다.  

 



스켈레톤 크루

저자
조영학 지음
출판사
황금가지 | 2006-05-15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공포 소설의 거장 스티븐 킹의 두 번째 단편집 『스켈레톤 크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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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공포란 그 원래 의미대로 무서움보다는 짜증스러움에 더 가깝다. 공포영화를 보면 갑작스런 화면이나 소리에 헉헉 놀래긴 하지만 무서움보다는 왜 날 놀래켜! 하는 짜증스러움이 앞선다. 보고 와서 침대에 드러누우면 이불 밖으로 삐져나온 내 발을 누가 채가지는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 앞서야 당연할텐데, 심장에서 피를 쪽 뽑아내듯 쥐어짜는 공포를 느낀 적이 딱히 없음은 스스로에게 참 안타까운 일이다. 그래서 태어날 때부터 없던 감정 하나를 살려내 보고자 공포소설의 대가 스티븐 킹님을 만나기로 했고 영화로도 평이 좋았던 The mist가 담긴 스켈레톤 크루를 골랐다.

 

이야기는 이렇다. 허리케인이 들이 닥친 뒤 정체 모를 안개가 온마을을 덮었다. 물론 여기에서 말하는 안개는 운전시야를 방해하는 정도의 잠초롬한 날씨에 무시해도 될 만큼 잗다랗게 끼인 안개가 아니라는 건 두말하면 잔소리. 이 안개는 풍경을 한 입 한 입 잠식하더니 이윽고 주인공과 마을사람 약 80명 정도가 대형슈퍼마켓에 모였을 때 공포로 돌변한다.

 

공포소설답게 전개가 발빠르다. 또한 공포가 대기중에 깔린 마당에도 실타래처럼 얽힌 인물들의 심리가 이야기 자칫 짐짐하게 흐르거나 획일화된 플롯이 되지 않도록 막아준다. 배경장치로는 밀실공포, 심리장치로는 서로 엇갈리는 인물들을 적재적소에 배합하여 넣는 모습이 거장답다.

 

 다만 아쉬운 점은 역시 결말이다. 주인공이 마지막에 알프레드 히치콕식 결말을 언급했는데 실제로도 그렇게 끝날 줄이야. 또한 이러한 결말은 독자가 스스로 결정하도록 놔둔다는 데 의미가 있는데 딱히 뒷내용이 끌리지가 않는다는 점도 이 결말이 좋은 선택은 아니었다는 생각을 깊게 한다. 해피든 배드든 좋으니 결말을 달라는 나같은 독자에겐 김빠진 맥주 같은 결말이니 미리 대비하시라. 반대로 말하면 결말까지 치닫는데는 그만큼 고농축 공포를 뿜어댔다고도 할 수 있겠지. 어찌되었든 결말을 빼놓고 본다면 충분히 재밌는 소설이다. 다만 터미네이터 3의 결말을 보고 다신 터미네이터 시리즈는 보지 않겠다고 다짐할 만큼이나 결말을 중요하게 여기는 분들은 실망할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