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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3.01.28 2013년 1월 10일/채소의 기분 바다표범의 키스, 무라카미 하루키, 비채
- 2013.01.03 2012.5.31/철학과 굴뚝청소부, 이진경, 그린비
- 2013.01.03 2012.5.20/복수가 이렇게 쉬울 리 없어, 조이 슬링어, 작가정신
- 2013.01.03 2012.5.14/푸코&하버마스 -광기의 시대, 소통의 이성-, 하상복, 김영사
- 2013.01.03 2012.5.8/이제 문명의 조우이다, 김인중 박창호 외 공저, 서울경제경영
- 2013.01.03 2012.3.13/새 인문학 사전, A.C. 그레일링, 웅진지식하우스
- 2013.01.03 2012.2.28/몸 이미지 권력, 조선대학교 인문학연구원 이미지연구소, 엘피
- 2013.01.03 2012.2.24/나누고 쪼개도 알 수 없는 세상, 후쿠오카 신이치, 은행나무
- 2013.01.03 2012.2.21/의심의 역사, 제니퍼 마이클 헥트, 이마고
- 2013.01.03 2012.2.12/최악, 오쿠다 히데오, 북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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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주위 사람들만 그런지 몰라도, "무라카미 하루키는 소설보다 에세이가 더 재미있지 않아?"라고 물으면 다들 목을 시소 태우며 "응, 맞아!"라고 대답하곤 한다. 이유가 있을 것이다. 에세이가 더 재미있는 이유. 상실의 시대나 1Q84, 해변의 카프카 같이 해설이 필요한 작품과 대조되는 점은 그렇다 치더라도 그것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부분이 있을 것이다.
해답을 에세이가 실린 곳에서 찾는다. <앙앙>이라니. 일본 잡지 중에서도 연예, 예능을 주로 다루는 월간지이다. 아무리 편집부가 "무라카미 글이면 무엇이든 좋다!"라고 결정했다손 치더라도 어느 정도의 방향성이 같지 않다면 싣지 않을 터. 애당초 하루키의 에세이 몇 편을 보고 이거라면 우리와 맞다 싶어 섭외했을 가능성이 더 크겠다. 그러니까 연예지에 어울릴 만한 에세이란 말이고 그 에세이를 은모 것이 <무라카미 라디오>, 그리고 비교적 최근에 나온 <채소의 기분 바다표범의 키스>이다. 즉, 연예가십지를 재밌게 읽는 독자라면 <채소의 기분 바다표범의 키스>에도 빠져들 유전자를 가진다는 말. 그리고 연예지 독자는ㅡ비록 구매형 독자는 아니더라도ㅡ 소설 독자보다 월등히 많을 것이다. 동류의 잡지들이 미용실만 가도 넘치니까.
이렇게 확고한 지지기반을 갖는 저자의 책을 발행할 기회, 어느 출판사나 고대하는 일일 터다. 그 기회가 비채라는 출판사에 돌아갔다. 그렇다면 비채는 과연 어떻게 빚어냈을까. 우선 전작인 <무라카미 라디오>를 만들어낸 무라카미 하루키 글, 오하시 아유미 일러스트 콤비를 유지했다. 그 어느 출판사라도 깰 수 없는 배트맨&로빈의 관계였을 것이다, 혹은 보니&클라이드거나. 마찬가지 번역가 권남>희 씨의 번역도 변함이 없다. 이 부분이 개인적인 아쉬움이다. 옛 TV판 더빙영화들을 보면 특정 배우의 목소리는 특정 성우가 전담한다. 다른 영화로 바뀌어도 그 배우의 더빙 목소리는 늘 그 성우이다. 늘 아쉬웠다. 만약에 저 목소리를 다른 성우가 했더라면 하는 기대. 그 아쉬움이 고대로 무라카미 하루키의 에세이와 권남희 씨에 겹친다. 권남희 씨의 번역이 거칠거나 부족하거나 하다는 의미가 아니라 무라카미 하루키의 에세이를 다른 스타일의 번역으로 읽고 싶다는 느낌에 가깝다.
때문에 <채소의 기분 바다표범의 키스>는 <무라카미 라디오>의 그늘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딱히 전작에 밀리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뛰어넘을 요소도 없다. 물론 하루키의 독특한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은 전작과 동일하게 신선하다. 그러나 포맷의 신선함이 없다. 내용상에서 동일한 신선함을 갖는 것만으로도 충분하지 않은가 싶지만 문제는 <무라카미 라디오>는 내용은 물론 포맷도 신선했다는 데에 있다. 어려운 일이다. 전작의 성공을 답습하느냐, 위험하지만 변화를 주느냐. 변화를 주었다면 준 대로 나름 흠 잡을 데가 있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답습한 만큼 한 대로 흠이 드러날 것이고. 어디까지나 그 점을 지적하는 것이고, 해야 하는 지적이라 생각한다. <채소의 기분 바다표범의 키스>가 가벼운 에세이로서 가볍지만 때로는 생각해볼 만한 주제를 찾는 독자에게 적합한 책임은 변함이 없다. 그 재미도 변함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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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과 굴뚝청소부
- 저자
- 이진경 지음
- 출판사
- 그린비(그린비라이프) | 2005-02-25 출간
- 카테고리
- 인문
- 책소개
- 근대에서 포스트모더니즘에 이르기까지의 주요 철학사상을 개괄적으로...
근대철학의 경계들
책의 부제와 같이 철학과 굴뚝청소부는 근대철학의 시작점인 데카르트에서 근대를 탈피한 현대철학까지의 계보를 다룬다. 흔히들 서양철학은 모두 그 철학의 전(前) 철학에 대한 주석이다란 말을 쓰듯이 서양철학을 바로 이해하는 데에는 이러한 계보도가 필요하다. 이를 집대성 한 버드런트 러셀의 [서양철학사]가 때문에 이름값을 톡톡히 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 또한 일종의 선형을 이룬 계보도를 그렸으며 그 대상은 데카르트부터 들뢰즈까지이다.
우선 데카르트부터 시작한 근대철학은 과학의 강조, 지적 무지함을 가르침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계몽주의를 아우른 '인간' 주체철학이라 할 수 있다. 이것이 로크로 내려와 경험주의로 발전하고 유명론이 대두된다. 흄은 이러한 유명론에 회의를 가하며 결국은 진리를 찾을 수 없다는 결론, 즉 근대철학을 해체한다.
이 때 등장한 칸트. 칸트의 중요성은 이렇게 붕괴의 위기를 맞은 근대철학을 재건했다는 데 있다. 그 방법론으로는 인간은 선천적으로 진리를 파악할 수 있는 힘이 있다는 주장 즉, 선험적 주체를 강조한다. 이는 곧 주체와 객체가 하나가 됨을 의미하고 그곳에 진리가 있다는 말이다. 이 주체와 객체의 동일화는 헤겔로 이어저 절대자, 혹은 절대정신으로 불리고 이 때 근대철학은 정점을 누린다.
정점에 안착한 것은 추락하는 법. 이에 맑스는 문제는 '실천'이라는 실천철학을 강조하며 근대를 해체한다. 프로이트는 본인의 의도와는 다르게 정신분석학을 통해 해체하며 니체는 근대철학이 말하는 진리를 '찾는 것'이 문제가 아니며 이러한 것이 어디에서 왔는지 그 뿌리를 찾는 계보학을 개발하고 이를 통해 '권력의지'가 그 원인이었음을 주장한다. 이 권력의지에 의해 다시금 근대철학은 해체과정을 밟는다.
근대를 통틀어 강조되었던 주체의 중요성은 현대철학으로 들어서며 지식에 자리를 양보한다. 다시 말해 근대철학에서는 주체가 곧 효과를 야기하는 근원이었다면 현대에 들어서서는 지식이 이를 대체한다. 또한 현대철학은 불변함, 항속성, 구조를 강조하는 레비-스트로스, 라캉, 알튀세르 분파와 차이와 특이성을 강조하는 푸코, 들뢰즈, 가타리 분파로 나뉜다.
위의 문단은 이 책의 결론에 종합적으로 정리된 내용이다. 앞뒤 떼어놓고 말한다면 이 결론부분만 읽어도 이 책이 목표했던 바를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는 허무함이 남긴 한다. 그러나 요약은 어디까지나 요약일 뿐. 각 철학자가 주장했던 고유의 철학을 충분히 흡수하려면 역시 본문을 정독해야 한다. 그러니까 결론을 먼저 가이드라인으로 읽고 본문으로 돌아가는 것도 이 책을 탐독하는 하나의 방법으로 제시할 수 있겠다.
또한 번역서가 아닌 한국어를 구사하는 필자가 집필했다는 점에서 가독성이 상당히 좋다. 적절한 삽화와 그 삽화와 연관된 필자의 문제의식 제기가 절묘한 점도 칭찬한다. 여러 면에서 볼 때 철학 초보에게는 여전히 어려운 면이 많지만 철학 중수에게는 강력하게 추천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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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누가 상상이나 했던가, 80대 노인의 살인대작전을
밸런타인의 아내는 망나니 셋에게 살해당한다. 이에 평소에 품고 있던 번지점프에 대한 착상에서 시작하여 밸런타인은 멋들어진 복수 살인극을 획책한다. 뛰기는커녕 걷기도 벅찬 80대 노인의 살인계획의 시작이다.
개인적 복수로 시작한 이야기는 밸런타인이 수도원이라 불리는 양로원에 들어가면서 조직화된다. 양로원에 속한 게스트들의 소모임은 사회를 뒤흔들 만한 살인 조직으로 발전한다. 현역시절의 경험을 살려 노인들은 시계 속 톱니바퀴처럼 각자의 역할을 수행한다. 개중에는 무려 국제적인 허위거래를 성사시켜(자기네들의 거처인 수도원을 허위매물로 판다) 자금을 대는 노인까지 있다. 그리고 그들의 최고이자 비참한 장점은 바로 옅은 존재감이다. 우리는 흔히 존재감이 옅고 눈에 띠지 않는 사람을 비꼬아 공기 같다고 한다. 그야말로 공기 그 자체인 노인 살인단. 그 공기가 살인이란 목적을 가졌을 때 공기는 독가스로 변한다. 보롭스카라는 예순이 넘은 형사가 나타나기까지는. 심지어 현장에 있었더라도 다들 저 노인이 설마... 라며 의심하지 않는다. 슬프고도 효율적인 이 노인들의 장점은 어쩌면 작가가 가장 드러내고 싶었던 포인트일 터이다.
여든 노인과 예순 형사의 날카로운 심리전, 국제 거래와 최첨단 무기 활용까지 예상을 뒤엎는 노인들의 광범위한 능력, 수도원 내의 의사결정구조와 내분. 그 어느 것 하나 빼 놓을 것 없이 블랙코미디로써 충분한 조건이다.
허나 아쉬운 점은 ㅡ이런 류의 번역서를 읽으며 매번 느끼지만ㅡ 역자의 말을 읽으며 와 닿는다. 역자의 풀이로만 보면 이만치 이해가 잘 될 수도 없다. 그러나 본문으로 다시 돌아간다면? 다시금 이해할 수 없는 언어의 늪에 빠진다. 블랙코미디를 블랙코미디로 즐기기엔 우리말과 영어의 구조가 판이하게 다르다. 이 책 또한 그 한계를 벗어나지 못했다. 충분히 즐기기엔 직역이 많다. 독자가 책의 재미를 그대로 느끼게 하는 방법은 원문에 충실하기만 있는 게 아니다. 센스 있고 적절한 각색이 외국어 독자에겐 필요하다. 비단 이 책만이 아니라 다른 번역서들에서도 편집부와 역자 모두가 고려해줬으면 하는 부분이다. 분명 달콤한 아이스크림이 보이는데 투명한 포장지만 핥아야 하는 기분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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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코와 하버마스, 두 인물의 사상을 통해 근대 이성을 진단
중세의 종교적 억압 즉, 기독교가 정치와 경제(system)와 생활상(life-world)을 지배하던 세상에서 벗어난 차후 시대. 이 시대를 바로 근대라고 한다. 그리고 근대의 전제 조건은 중세에서는 보이지 않고 설명할 수 없는 힘(신)이었던 데 반해 눈에 보이고 합리적인 이성이다. 그리고 이성은 정치적으로는 민주주의, 경제적으로는 자본주의를 낳았다. 그렇다면 근대는 절대적으로 옳았는가? 푸코가 지적하듯이 그렇지 않다. 근대적 이성에 기초한 사회였음에도 1, 2차세계대전이라는 지극히 비이성적인 사건이 유럽을 휩쓸었다. 그렇다면 이성은 부정해야 할 대상인가. 이에 푸코와 하버마스의 무릎을 맞대어 놓고 비교하려한 시도, 그것이 바로 이 책이다.
푸코의 근대 이성 비판론, 하버마스의 그럼에도 이성에 가능성이 있다는 사상. 사실상 대세는 푸코에게 기울었다고 보인다. 절대 선이라 여겨진 민주주의와 자본주의의 병폐들이 세계 각지에서 분쟁을 일으키고 있다. 그렇다면 푸코는 이런 병폐들을 극복하기 위한 대안으로 무엇을 제시하는가, 하버마스는 무엇을 제시하는가? 책은 근대의 기원으로 시작하는 과거, 지금 우리가 사는 삶을 진단하는 현재, 그 현재의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한 두 사상가의 해결법 즉, 미래. 크게 보자면 이 세 단락으로 전개된다.
소설은 아니지만 글의 플롯이 단단하게 잡혀 있어 흐름에 따라 읽기 쉽다. 사변적일 수밖에 없는 철학가들의 사상을 가까운 예를 들거나(한국사회를 배경으로 설정하고 푸코와 하버마스를 데리고 와서 대담시킨 부분이 특히 흥미롭다) 아주 적절한 부분에 삽화를 삽입하여 이해를 도운 점도 독자를 충분히 배려했다는 측면에서 좋은 점수를 주고 싶다. 무엇보다 이런 비교철학은 편들기의 재미가 있다는 점. 당신은 푸코의 편인가 하버마스의 편인가? 아니면 좀 더 확실한 미래상이 보일 때까지 보류하겠는가? 철학이지만 스포츠 관전과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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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몽주의에서 사이버공간까지 인문학과 사회과학의 조화를 논한다
굳이 분류를 하자면 사회현상에 관한 논문 종합서라고 할 수 있다. 책은 크게 3장으로 나뉜다.1장에서는 계몽주의가 독일문학에 어떠한 영향을 끼쳤는가, 민족이라는 개념의 정의 그리고 민족이 정치와 사회에 끼치는 영향을 분석한다.
2장은 민주주의에 관해 논한다. 특히 주목할 부분은 매디슨 민주주의를 다룬 부분이다. 우리는 쉽사리 민주주의란 개념을 생각할 때 '다수'를 떠올린다. 구체적으로는 평등한 다수가 내린 결정권이 사회를 이끄는 구조를 떠올리기 마련이다. 그러나 매디슨이 생각한 민주주의는 달랐다. 다수가 선택한 소수의 엘리트들이 결정권을 가지는 구조가 바로 매디슨 민주주의이다. 이는 미국 양당의 당명을 생각해보면 이해하기 쉽다. 공화정(republic)과 민주정(democracy), 공화정은 엘리트주의를 말하며 민주정은 다수의 인민에 의한 민주주의를 말한다. 이렇게 민주주의를 양분하는 거대한 두 흐름이 양분하게 된 계기에 매디슨이 있다는 역사인문학적 지식을 얻는 좋은 기회였다. 또한 두 시스템이 어떠한 한계를 갖는지, 2012년 현재 대한민국 대의제가 보여주는 많은 병폐들에서 몸에 와닿게 느낀다.
3장은 인터넷의 등장과 그 인터넷이 우리 삶에 어떠한 변화를 주었으며 앞으로의 방향은 어떠할지 짐작해본다. 특히 흥미로웠던 부분은 인터넷 뉴스의 활성화로 변화된 언론의 구조 또 그 기능과 역할에 관한 부분이다. 최근 잇단 언론, 방송계의 파업과 관련해 책의 내용과 대조해보며 깊게 생각해볼 사안이다.
읽는 데 어려움이 있었던 점을 들자면 아무리 논문 종합서라 한다 해도 책이란 일단 기승전결의 플롯을 따라주지 않는다면 가독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의 접근성은 아쉽다. 1장에서 우리에겐 아주 생소한 독일문학이 등장하며 머리가 하얘지는 전문용어 및 고유명사들에 질릴 뻔 했다. 분명 계몽주의와 연관되어 책의 부제처럼 인문학과 사회과학이 대화하는 현상을 파악한 것은 맞으나 그 지식의 강도(?)로 볼 때 기승전결의 전을 1번으로 삼은 구조이다.
그런 단점에도 21세기 한국이 떠안은 제문제의 핵심들을 2장과 3장에서 중점으로 삼아 다뤘다는 점에서 좋은 평을 하고자 한다. 비록 진입벽은 높은 책이지만 읽을 가치가 있을 뿐 아니라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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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인문학 사전
- 저자
- A. C. 그레일링 지음
- 출판사
- 웅진지식하우스 | 2010-04-20 출간
- 카테고리
- 인문
- 책소개
- 인문학 개념들로 복잡한 세상을 읽다!영국의 철학자이자 유럽을 대...
어디선가 들어봤으나 정확히 그 개념을 파악하고 있지 않은 단어들. 그런 단어들의 참뜻을 찾기 위해 이 사전을 펼친다.
책의 형식은 각 챕터당 하나의 개념을 맡아 정의하고 설명하는 형식이다. 기존 사전이 정의와 예시에 그쳤다면 이 책은 그보다는 저자의 해설과 견해에 그 무게중심이 있다. 이런 형식의 득과 실을 따져보자. 득으로는 개념정의란 결국 함축된 언어이며 그 개념이 완전히 읽는 이에게 녹아들기에는 한계가 있는 방식이다. 학생들의 참고서가 딱딱한 개념정의라면 선생님께서 풀어주시는 장광한 이야기는 더욱 피부에 와 닿는다. (이런 과정이 명백하게 효율적이기에 눈이 돌아가는 비용을 감수하고서라도 고액과외가 횡행한다)
이 책은 다양한 개념을 더 많이 소개하기보다는 각 개념을 더욱 자세하게 설명하고 이해시키는 데 중점을 두었다. 이는 자연스레 실로 이어진다. 사전이란 모름지기 방대한 지적 데이터의 묶음이어야 한다. 그러나 해설에 대부분의 페이지를 할애함으로써 다양성을 잃었다. 적어도 사전의 본래 역할을 기대하고 펼친 독자는 실망하리라. 또한 사전은 사견이 섞이면 안 된다. 어디까지나 객관적 사실에 근거해야 한다. 그러나 이 책은 해설 상당부분에서 작가의 정체성을 쉽사리 짚어볼 수 있다.
특히 포스트모더니즘이 진보의 가능성마저 부인하는 걸 보고 발끈하는 대목이 그렇다.
그러나 결론은 작가의 탓이 아니다. 책의 원제는 Ideas that matter. 어디에도 사전의 의미가 없고 작가의 사견이 담뿍 담겨도 문제 없을 서명이다. 그러니 웅진지식하우스 편집부의 번역 결정에 한 마디 하자면, 동의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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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5.14/푸코&하버마스 -광기의 시대, 소통의 이성-, 하상복, 김영사 (0) | 2013.01.0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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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 이미지 권력
- 저자
- 조선대학교 인문학연구원 이미지연구소 지음
- 출판사
- 앨피 | 2010-02-28 출간
- 카테고리
- 인문
- 책소개
- ‘몸ㆍ이미지ㆍ권력’의 세 가지 키워드로 조망한 한국 사회의 이미...
이미지는 인간의 생산물인가, 아니면 인간의 지배자인가. 물론 플라톤이라면 후자의 손을 들어주겠지만 사실상 인간은 끈임없는 이미지의 생산자이자 소비자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미지는 우로보로스의 뱀이다. 소비와 생산이 벌이는 시소내기에서 한쪽이 승리할 때 시소의 왼편도 아니고 오른편도 아닌(시소 그 자체인) 우리에게는 문제가 일어난다. 때문에 이미지와 인간의 현재 상황을 진단할 필요가 생긴다. 이때에 적절한 책이 바로 몸 이미지 권력이다.
ㅡ부끄럽게도 편견으로 책을 놓을 뻔 보았지만 '조선'이라는 보수적 두 음절을 포함한 저자와 내용은 딱히 관련이 없었다. 반대로 8항에서 한국계 미국인 배우를 다룰 때는 보수 색체에 대한 따끔한 일침을 가할 정도다.ㅡ 책은 여성과 남성, 이미지가 갖는 권력, 멜랑콜리, 양성성, 의학, 영화, 과거사, 미술에 이미지를 대입하며 각 분야에서 이미지가 갖는 역할과 영향력을 다룬다.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아우슈비츠의 증언에 관한 지극하게 사변적인 논의로부터 얼마전에 인기리에 방영을 마친 바람의 화원이라는 드라마까지 그 다룸의 스펙트럼이 광활하다. 특히 영화를 다룬 7, 8항이 흥미롭다. 7항에서는 미국 내 다문화주의, 혹은 다인종주의는 결국흑백공멸론으로 귀결되고 동양인은 흑이냐 백이냐를 선택할 수밖에 없다는 날카로운 지적이 빛난다. 8항에서는 문 블러드굿이라는 한국계 미국인 배우와 그녀를 대하는 한국의 태도 또 그녀를 상품화하는 한국의 태도를 가감 없이 쏟아낸다.
총체적으로 이미지에 대해 몸사리지 않으며 있는 그대로를(부끄러움, 자성의 의미)누설해버린다. 위키릭스보다 더 짜릿한 전기충격기이다.
대중이 읽기에는 9항 "사라진 '그들'/남겨진 자들의 증언"은 지나치게 사변적이다. 또한 이미지와 그들의 관계를 접목시켜서 설명하는 데 부족했다고 본다. 이미지국에서 생활하다가 갑자기 이미지령 9항도(島)로 전출된 기분이다. 그 외의 항은 특별히 이해하는 데 무리가 오지 않고 숙고하며 즐길 수 있다. 무엇보다 돈이 사회를 지배하는 세상에서 그 돈을 쥐고 있는 근원, 즉 이미지를 직시하여야만 현 사회를 비판하거나 개혁하거나 현 사회에 완벽하게 적응한 거머리가 될 수 있지 않겠는가. 그점에서 이 책은 필연이며 우연으로 만난 것이 부끄러워질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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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작은 마을 공장 경영자다. 경제위기를 가까스로 몸사리며 넘어왔고 소규모이긴 하지만 어엿한 공장이라 부를 만한 공장을 만들어 냈다. 일은 먹고 살 만큼은 들어오는데 지인이 유혹한다. 확장하라며. 확장을 하게 되면 융자가 필요하다. 이 융자를 내려면 더 큰 담보가 필요하다. 그래서 가족에게 돈을 빌린다. 그런데 그렇게 조아리던 은행측은 융자를 철회한다. 동네 사람들도 문제다. 공장 소음 문제로 공장 가동 반대 입간판을 세우기도 하며 경찰과 공무원을 동원해 압박해온다. 그러다가 대표격인 주민을 우연히 치게 되어 막대한 위자료가 기다린다.
또한 당신은 폭력을 휘두르는 아버지에 질려 집안을 뛰쳐나온 스무살 건달이다. 자잘한 절도로 입에 풀칠을 하다가 야쿠자와 연관되어 빚을 지게 되고 이를 갚기 위해, 그리고 친구의 꾀임에 가게 금고를 턴다. 그런데 그 친구가 이 돈을 가지고 혼자 튀었다. 야쿠자는 여자친구를 감금하고 돈을 가져오라며 협박한다.
또 당신은 은행원이다. 재혼한 아버지와 새어머니는 스스럼없이 대해주셨지만 딸려온 여동생이 비행소녀라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게다가 재미라곤 하나도 없는 직장에서 억지로 가게된 신입사원 환영캠프에서 지점장에게 성추행을 당한다. 동료와 선배들에게 털어놨지만 돌아오는 건 부당한 대우뿐.
먹고 살기 어려운 세 사람의 기묘한 옴니버스. 그들은 은행강도라는 폭발점에서 접점을 찾는다. 철저한 방관자 오쿠다 히데오. 이 작품에서도 변함없이 그런 자세를 고수하지만 '시사'라는 방식으로 감정 개입을 하는 특징은 여전하다. 이 작품에서는 특히나 위기 시점에서 위 세 세사람이 보여준 '어이없는 배려'들이 그러하다. 옴니버스는 탄탄한 짜임새 빼고는 성립할 수 없다. 그리고 그 짜임새는 풍부한 사전지식에서 나온다. 이 작품의 짜임새가 매우 훌륭하다는 점에서 오쿠다 히데오가 얼마나 발벗고 조사에 열심이었는지 넘겨짚어볼 수 있다.
단점으로 역자가 회화체를 지나치게 직역하여 어색한 부분이 있었음은 사실이나 원 플롯이 가지는 흥미로움과 몰입 정도를 저해할 정도는 아니다. 한 마디로 동정과 연민과 광기가 폭발하는 우리시대의 자화상격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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