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이 인격이다

저자
조항범 지음
출판사
예담 | 2009-01-09 출간
카테고리
인문
책소개
무심코 던진 말 한마디에 당신의 인격이 드러난다! 품격을 높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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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의 중요성은 말로 다 못할 만큼이다.' 언뜻 그럴싸해 보여도 약간 모순되어 보이는 이 문장. 하지만 그만큼 인간관계에서 말이 중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나 예로부터 '예'를 중시했던 동아시아권의 화법은 까다롭기 그지없다. 화자의 품격을 높이고 청자에게는 예의를 다하는 화법. 그것을 위해 조향범 교수가 펜을 들었다.

 

우선 3부로 나뉘어 있는데 1부인 '상사가 차마 지적 못하는 우리말 예절'과 3부인 '승진하려면 꼭 알아두어야 할 상황 표현'은 그렇다 치고 2부, '직장 상사도 모르는 우리말 표현'은 부에 속한 컨텐츠들과 전혀 관련이 없어 보인다. 부명을 짓는 센스가 부족한 걸까? 그냥 잘못 알고 쓰는 단어나 표현 정도이지 직장과는 전혀 관련이 없어 보인다. 또한 3부에서는 흔히 책방이나 도서관에서 찾을 수 있는 예절어법 책들과 딱히 차별화된 점을 찾기 어렵다. 컨텐츠의 양은 현저히 부족하다.  우선 책 페이지도 270페이지 남짓으로 양이 심히 부족하다. 정말 이정도 양으로 화자의 인격을 격상시킬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양에 비에 너무 허장성세한 서명을 달았다.

 

나름 국어, 우리말 예절에 베테랑인 저자가 적당한 노파심으로 본인의 경험과 에피소드를 끌어들여 독자와 친숙하게 하려한 접근법은 읽기 편하게 해주는 맛을 가지고 있기는 하다. 하지만 내용이 너무 부족한 점 지적받아 마땅하다. 내용에 틀림이 있다는 것이 아니다. 다만 너무 적다. 이정도의 서명을 달고 나왔으면 기세좋게 두툼하게 보여줬어야 한다.



카시오페아 공주

저자
이재익 지음
출판사
황소북스 | 2010-09-10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두시탈출 컬투쇼의 이재익 PD가 들려주는 환상적인 이야기!라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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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 판타지가 주는 충격

방송국 프로듀서이자 소설가인 이재익이 다섯 가지 단편을 한 권으로 엮어 냈다. 장르를 경계짓기가 매우 어려운 단편들인데 다섯 이야기를 모두 관통하는 코드는 바로 현실 같은 판타지이다. 물론 첫 번째 단편이자 서명으로 나온 카시오페아 공주에서는 대놓고 외계인이라는 주제를 다뤘으니 역시 대놓고 판타지가 아닌가 싶기도 하지만 정작 스토리로 들어가면 딱히 판타지스러운 짓은 하지 않는다는 점(물론 사람 맘을 읽기는 한다), 주로 외계인이 사는 이야기가 아니라 사람이 사는 이야기로 이끌어 가는 점에서 현실 같은 판타지이다. 그 외 나머지 네 단편은 인기 있는 소설의 가장 큰 조건. 바로 '있을 법한 이야기'를 '있을 법한 판타지'로, 다시 말해 생활 속의 판타지를 보여준다. 때로는 호러판타지로 때로는 상큼판타지로 독자를 들었다놨다 하는 책이다.

그러다 보니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바로 몰입도이다. 몰입도를 높이는 데는 구성진 짜임을 들 수 있고 다음으로 확실한 공감각을 동원하여 글로 인해 시각에 자극을 주는 방법이 있다. 물론 디테일한 장면 묘사로 두 번째 조건을 채우는 듯한 이 책이지만, 그런 세부 묘사보다는 커다란 플롯 자체에서 생활속의 소소한 판타지를 다룬 점이 더 몰입도를 높인다. 독자들이 바라는 작은 환상, 소설 속의 주인공이 되어 느끼고픈 그 상황과 감정들. 그런 것들을 너무 동떨어진, 배경부터 전부 별나라인 판타지가 아닌 우리가 사는 아파트와 커피숍과 낙지집으로 설정하여 친밀도를 높인다. 그리고 그 친밀한 공간에 지나친 자극도 아닌 그렇다고 맹맹한 것도 아닌 적당하고 소소한 판타지를 덧씌운다. 몰입도는 천정을 모르고 뛰어오른다.

아쉬운 점은 서명이자 동명 단편인 카시오페아 공주의 플롯이 너무 뻔한 점을 들고 싶다. 다른 네 작품에서는 과연 누굴까? 과연 어떻게 된 것일까? 이 사람의 과거는 무엇일까? 같은 궁금증을 클라이막스까지 끌고 갔는데 이상하게도 카시오페아 공주는 너무 앞이 뻔히 보였다. 끝까지 다 읽었기에 망정이지 카시오페아까지만 읽고는 흥미가 뚝 떨어졌었다.




화차(개정판)

저자
미야베 미유키 지음
출판사
시아출판사 | 2006-10-31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행복해지기 위해 신용카드를 쓴 두 여자 이야기 모방범, 용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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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락으로 굴러가는 삶을 주체 못하고 다른이의 신분을 뒤집어 쓰다.

 

일단 미야베 미유키라는 브랜드네임을 걸고 나왔으니 추리물임은 틀림이 없다. 대표작 '모방범'을 읽어본 사람이라면 이 사람 글의 짜임새에 대해서 딴죽을 걸지 못하리라. 한마디로 재미가 보장된 추리소설이라 할 수 있다.

 

책은 단연 자본주의의 상징물이라고 할 수 있는 신용카드를 다룬다. 한 여자가 미디어가 보여주는 공주같은 삶을 꿈꾸며 주체할 수 없는 소비생활을 즐긴다. 이에 카드빚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결국 생활 존속자체가 위기에 놓인다. 이를 타개하고자 범죄를 꿈꾸고 그 방법은 바로 자신을 버리고 타인의 신분을 자기 것처럼 행세하는 것이었다. 이에 휴직중인 형사가 진실을 찾아 나선다.

 

미야베 미유키의 글은 두가지 장점을 들 수 있다. 첫째로 다른 작가가 함부로 흉내내기 힘든 우직하고 견고한 짜임새. 경력에서 알 수 있듯, 작가는 법률사무소에서 근무한 적도 있고 따라서 추리와 수사에 쓰일 만한 어휘가 풍부하다. 심증에 의거해 풀어나가는 모 추리애니메이션들이 소위 같잖아 보이게 만드는 굵직한 힘을 지닌 글이 독자를 압도한다. 둘째로 감성을 간질간질하게 건드리는 깃털같은 썰풀이. 짜임새 있는 플롯에 충실하면서도 결코 등장인물의 미세한 감정변화 또한 놓치지 않는다. 자칫 식상하게 영웅물로 흐를 우려가 있는 게 바로 추리물이다. 범인을 설정한 순간부터 흑과 백이 나뉘기 때문이다. 미야베의 글은 그렇지 않다. 마치 회색 빛깔 갱지 위에 쓰인 글처럼 악인은 악인 나름의 악인인 사연이 있고 이에 이 악인을 찾아나서는 사람은 은연중에 그런 악인에 미묘한 동정을 품는 것이, 과장되지 않고 만들어진 이야기 같지 않는 친근함을 불러 일으킨다.

 

이 책에서도 위 두가지 장점이 훌륭하게 살아 있다. 더불어 사회현상 중 하나인 카드빚 문제를 다루며 나름의 경종을 울리는 점까지 포함하니 그 완성도는 더 견고하다. 무엇보다 흡입력이 최대의 장점인 소설이다. 독자는 혼다 형사와 한몸이 되어 수사를 전개해 나가며 혼다의 감성, 가면갈수록 밝혀지는 범인의 감성에 동정과 연민을 품고 이 감정의 끈을 놓지 않기 위해 다음 페이지를 재촉하게 될 것이다.

 



안녕 드뷔시

저자
나카야마 시치리 지음
출판사
북에이드 | 2010-10-08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소녀 피아니스트의 감동 스토리와 트릭이 절묘하게 섞인 음악 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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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잔한 감동이 스며들 줄 알았던 이야기는 되려 뒤통수에 가격을. 지부터 클래식 cd를 부록으로 준다는 둥, 클래식 음악을 다루고 있다는 걸 전면전개하는 책. 또다시 표지부터 대놓고 드뷔시의 부드러운 곡 '달빛'을 연상시켜 놓고는 정작 읽고 보면 베토벤보다 더 강렬한 이야기.

 

우선 파격성이 눈에 띈다. 채 50페이지도 넘기기 전에 주인공이 연루된 대형 화재사건이 터진다. 사랑하는 할아버지와 사촌을 한꺼번에 잃고 혼자만 온몸에 화상을 입은 채 살아남은 주인공. 손가락은 말을 듣지 않고 온 몸이 돌처럼 굳어버린 피아니스트 지망생. 전개부터 엄청난 무게를 던져댄다. 처음부터 이래서 중후반부엔 어떻게 이야기를 이끌어 나가려고 그래? 하는 오지랖이 들 정도다. 반전또한 놀랍다. 어지간한 추리물에서 범인을 때려맞추거나 단서 비슷한 것이라도 찾아내는 사람조차 안녕, 드뷔시에서 범인 찾기란 힘들 것이다. 에이 설마 이사람이 범인일 리가 없잖아?! 싶어도 작가가 왜 범인인지 미사키의 입을 통해 촘촘하게 설명해 댄다. 반론할 수가 없다. 독자는 이 엄청난 반전에 그저 '졌소이다' 한 마디 뱉을 뿐.

 

치밀함도 빼놓을 수 없다. 성장기와 미스테리물이 섞인 복합장르소설임에도 어디하나 놓친 부분이 없다. 두 장르는 완전히 엮인 실의 두 올처럼 하나를 이루고 어떠한 위화감도 없다. 특히 범인을 찾아가는 미사키 선생의 날카로운 감각을 보고 있자면 마치 만화 코난이나 김전일을 보는 듯한 느낌까지 든다. 성장기를 다루는 플롯에서도 차근차근히 달라져가는 주인공의 내면. 성장하는 인격을 훌륭하게 묘사했다.

 

마지막으로 흡입성이다. 우선 초반부터 때려대는 대사건이 어떻게 끝날지 궁금함에 페이지 넘기기를 서두르게 된다. 또한 작고 큰 이야기 하나하나가 촘촘하여 '이 부분은 속독으로 넘겨도 될 거 같다' 싶은 곳이 없다. 또한 베이스 플롯인 성장기에 기승전결이 있고 서브 플롯인 미스테리물에 또다른 기승전결이 있다. 두 배의 즐길거리란 소리다. 게다가 미스테리물이 보통 그렇듯이 마지막까지 범인을 향한 추적의 눈길을 놓을 수 없게 만든다. 이야기에 빨려들어 책을 놓기가 어려운 책이다.

 

비슷하게 클래식을 앞세우고 다른 이야기를 덧붙인 만화이자 드라마이자 영화인 '노다메 칸타빌레'를 떠오르게 한다. 서브 플롯이 연애물이냐 미스테리물이냐의 차이는 분명하지만 말이다. 굳이 고르라면 나는 안녕, 드뷔시에 손을 들어 주겠다. 대중성이야 물론 노다메의 압승이겠지만, 정말 이렇게 빈틈없이 촘촘한 플롯을 엮어내는 작가의 문장력에 혀를 내둘렀기 때문이다. 클래식 지식, 추리물을 엮어내는 능력, 확실하다 못해 너무 놀래키는 거 아니냐고 따지고 싶을 정도로 훌륭한 파격력. 배가 두둑해지는 작품을 만났다. 앞으로 나카야마 시치리의 움직임을 주목해야겠다.

 



제국의 몰락

저자
가브리엘 콜코 지음
출판사
비아북 | 2009-11-27 출간
카테고리
정치/사회
책소개
미국의 시대는 왜 막을 내리고 있는가? 미국의 권력을 움직이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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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존하는 유일한 제국인 미국이 망한다

이 책은 미국이 현재 전세계에 휘두르고 있는 패권을 주제로 삼았다. 우리에겐 한없이 넓고 크고 부유하게만 비춰지는 미국. 이 나라가 망해간다니 쉽게 피부로 다가오지 않을지도 모르겠지만 주지의 사실이며 그 사실을 가감없이 밝힌 책이 바로 제국의 몰락이다.

미국이 망하는 이유는 결국 근시안과 지나친 자만심이다. 40년대 이후부터 미국은 당장 자국내 무기제조업체의 이익만을 생각하느라 엄청난 자본을 전쟁에 들이부었고 당연히 이길 것이라는 자만심에 젖었다. 허나 결국은 막대한 지출로 자국내 변통이 막혔으며, 최첨단 무기기술로 당연히 이길 줄 알았던 전쟁은 한국전쟁에서 비기고, 베트남전쟁에서 패배하고, 최근 이라크전쟁에서조차 패배했다는 소리를 듣는 지경에 이르렀으니 그야말로 두 마리 토끼를 쫓다가 두 마리 다 놓친 꼴이다. 또한 이스라엘을 무리하게 건국시킨 점도 미국 패망의 길에 큰 역할을 했다고 주장하며 책의 많은 부분에서 다루고 있는데, 이는 작가가 유태인계미국인이다 보니 아무래도 무게가 더 실린 감이 있다.

아쉬운 점은 어디까지나 현상을 기술함에 그쳤다는 데 있다. 이 현상을 타개할 방법으로 어떠한 비전도 제시하지 않는다. 너무 시니컬하다고 할까? 심지어 과거 자본주의의 대항마였던 사회주의 같은 어떠한 신체제가 등장하지 않으면 자본주의는 망할 것이라 예언하는 부분, 게다가 이 신체제가 등장할 확률은 희박하며 결국 등장하지 않는다면 망한 자본주의가 계속 유지되어 결국 세계는 극심한 고통에 시달릴 거라 언급한 후반부는 섬뜩하면서도 반박할 수 없는 극도의 시니컬함을 보여줬다. 또한 현상에 대한 자세한 분석보다 흐름에 중시하여 먼발치에서 기술하다 보니 소위 아는 사람은 다 아는 이야기를 반복하는 경향이 있다. 여기에 위 문단에서 언급한 비전이 없다는 점까지 더해져 이미 현상황을 인지하고 있는 독자에게는 딱히 와닿는 게 없는 독서가 될 수 있다는 점이 우려된다.

바로 전에 읽은 '중미전쟁'과 비교하여 읽으면 더 재밌다. 중미전쟁은 중국인 작가가 미국의 중국침략술에 대해 면밀하게 분석한 책이며, 이 책 제국의 몰락은 미국인 작가가 미국의 패망을 점치는 책이다. 양쪽에서 미국을 바라보는 시선이 사뭇 다른 것이 흥미롭다. 팔은 안으로 굽는다고 중국인 작가는 미국에게 중국을 삼키기만 노리고 있는 거대하고 반쯤 절대자인 악으로 비추는 반면, 미국인 작가는 자기네 나라가 망할 거라며 예전 같은 패권따윈 없다며 한숨을 내쉬고 있다. 같은 자리에 앉혀두고 둘이 얘기를 시키면 참 흥미롭지 않을까 한다. 





중미전쟁

저자
랑셴핑 지음
출판사
비아북 | 2010-11-19 출간
카테고리
경제/경영
책소개
차이메리카는 없다! 중미 패권전쟁은 이제부터 시작이다!국제금융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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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어떻게 중국을 갉아먹어가는가? 간단하지만 오싹한 주제로 시작하는 중미전쟁. G20 내에서도 G1과 2의 자리를 경쟁하는 두 나라. 이 두 나라의 대결을 심층분석. 과연 그 대결 양상은 어떨 것인가?

이 책을 주목해야 하는 이유를 세 가지로 압축해봤다. 첫째, 세계 패권 흐름을 한눈에 파악하게 도와준다. 이른바 세계 열강이라 불리는 강대국들의 먹고 먹히는 경제전쟁 판도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어느 나라가 어느 방면을 선점하고 있는지 가감없이 드러냈다.  둘째, 미국 자본이 중국이라는 나라를 어떻게 침투해 가는지 적나라하게 파헤쳤다. 사실 우리는 미디어를 통해 앞으로 중국이 쭉쭉 성공할 것이며 장차 미국의 최대 경쟁국이 되리라는 이야기를 충분히 들어왔다. 이 사실에서 당연히 미국은 중국을 견제할 것이며 견제를 넘어서 내부 침략까지 할 것이라 점칠 수 있다. 하지만 그 방법은? 관련 분야에서 일하지 않는 이상 알 턱이 없다. 이에 랑셴핑은 미디어가 다루지 않는, '미국의 중국침략전술'을 세세하게 다룬다. 알게 되면 모골이 송연한 치밀하면서도 대담하며 섬뜩한 침략전술. 셋째, 이 책에서 분석한 중국이 침략당하는 양상을 보아 차후 미국이 한국에 어떠한 전술을 부려가며 경제를 갉아먹어갈지 예상할 수 있고 따라서 대비도 어느 정도는 가능하다. 아직도 한국에는 미국을 진실로 '美'國으로 여기며 앞뒤 안 보고 찬양하는 극우친미주의자들이 수글거린다. 일례로 미국의 침략전술 중 하나로 일단 거품을 만들어 싸그리 빼가려고 미리 던져두는 침투 자본을 외자유치로 선전하여 오히려 반긴다. 이는 중국이 범하고 있는 우와 쏙 빼닮았다. 이 책에서 자세하게 다루는 중국침략전술은 그래서 한국사람에게도 의미가 있다. 미국은 우선은 중국부터 흔들기 시작할 것이다. 이 양상을 보고 우리는 우리에게 가해올 비슷한 전술에 대비할 수 있는 것이다. ㅡ물론 지금처럼 여전히 친미의 환상에 빠진 채로는 불가능ㅡ

중국인 교수의 글 답게 다분히 중국의 이익을 중심으로 쓴 글이다. 따라서 타국인의 눈에는 곱게만 보이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걸 제쳐놓고라도 전술을 분석하는 작가의 날카로운 눈, 쉽게 눈치 챌 수 없는 부분을 시원하게 드러내는 박력, 올바른 문제의식은 충분히 읽어볼 가치가 있다. 또한 미국의 압력을 받고 있으며 수출이 안 되면 나라가 흔들린다는 점에서 어찌보면 중국과 우리는 동병상련의 관계이다. 그들의 수난기를 차근차근 읽어서 우리가 마찰을 빚을 때에 활용하는 수는 아주 훌륭한 수이다. 책은 이 외에도 미국과 그외 신제국주의국가들이 일본, 베트남 등 한때 잘나가던 아시아 국가를 어떻게 잡아먹었는지 자세하게 분석해 놓았다. 우리가 타산지석으로 삼기에 충분하다. 또한 마지막 장에 공자와 아바타를 비교하여 경제, 군사 이외에도 문화대립면을 분석한 점도 재미있었다. 

비록 중국인 교수가 중국의 상황을 중심으로 쓴 책이지만 모든 개발도상국이 참조하고 대비해야 할 내용을 총망라한 책이라 평하며 마치겠다.




인문 고전 강의

저자
강유원 지음
출판사
라티오 | 2010-04-15 출간
카테고리
인문
책소개
영원한 고전으로 우리 시대, 나의 삶을 만나다!강유원 『인문 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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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되었지만 결코 잊혀지지 않는 고전에서 삶의 가치를 찾다

책은 인류최초의 고전이라 하는 일리아스부터 논어까지를 다룬다. 이 책을 '고전읽기를 통해 인간의 총체를 담았다'라고 평하고 싶다. 여기서 인간의 총체라 함은 역사, 정치, 문화로 규정해 보았다.

 

첫 째로 저자는 고전을 통해 역사를 다룬다. 인간에게 역사를 빼면 한낱 포유동물에 지나지 않음을 생각해보면 역사가 인간을 논함에서 얼마나 큰 부분을 차지하는지 알 수 있다. 그런 면에서 각 고전이 탄생하게 된 배경을 저자는 집중 분석한다. 특히 이념과 사상을 다룬 고전들은 그 이념과 사상이 태어난 배경, 즉 역사성을 꼭 강조해주고 이야기를 전개하는 것이 아주 짜임새 있다.

 

둘 째로 정치를 다룬다. 책 앞부분에서 다루는 일리아스나 안티고네에는 포함되지 않는 부분이지만 그 후로는 주로 정치와 관련된 고전을 분석했다. 정치는 언뜻 멀게 보여도 사실 우리 삶 구석구석까지 파고드는 것이다. 정치가 중요하기에 천년도 전에 쓰인 정치를 다룬 고전이 잊혀지지 않고 우리에게 전해져 옮이 그 증거이다. 저자는 이 책을 객관성을 가지고 썼다고 보인다. 하지만 이 정치부분에서는 나름의 소신을 드러낸다. 객관성의 소실이냐, 설득력이 높아지는 것이냐, 이것은 독자의 해석에 달려 있다.

 

셋 째로 문화를 다룬다. 저자는 열두 가지 고전 텍스트에서 예술과 문학, 시, 과학, 철학의 진국을 뽑아낸다. 이렇게 광범위한 스펙트럼을 다루려면 상당한 배경지식이 필요할 터인데 고전을 얼마나 읽고 또 읽었는지 작가의 열정에 혀를 내두르게 된다. 


위 세가지 요소가 곧 이 책의 장점이다. (서명으로 인문을 내건 만큼)인간을 (고전을 내건 만큼) 고전으로 구석구석 설명해냈다. 그에 더해 이 책의 장점 하나를 더 들자면 각 챕터간의 연관성이다. '일리아스'에서 뽑아낸 지식을 바탕으로 삼아 '안티고네'로 이어가며 '군주론'에서 뽑아낸 지식을 가지고 '방법서설'로 이어간다. 이렇게 모든 챕터가 일종의 체인구조를 이루고 있기 때문에 독자는 마치 한편의 대서사시를 읽어나가듯 흥미위주로 몰입하며 완독할 수 있다.

 




융 호랑이 탄 한국인과 놀다

저자
이나미 지음
출판사
민음인 | 2010-08-13 출간
카테고리
인문
책소개
민담을 통해 들여다본 한국인의 내밀한 마음!융의 심리 분석 기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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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앗줄을 타고 하늘로 올라가 해와 달이된 남매를 기억하시는지? 그렇다면 일하고 돌아오면 집안일을 말끔히 해놓고 밥까지 차려 놓는 우렁이 각시는 어떤가? 흔히 옛날이야기라 부르는 민담. 할아버지 할머니께서 무릎을 베개로 내어주시며 배를 톡톡 두드리시며 들려주던 구수한 이야기. 저자 이나미는 이 책을 통해 그 구수함을 뛰어넘어 민담으로 인간의 심리를 분석했다.

 

저자도 밝혔지만 이 작업은 비단 저자만의 것이 아니며 그동안 동서양을 막론하고 여러 분석 심리학자들이 민담을 분석했다. 그만큼 심리학에서 민담은 중요한 분석 대상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서점에서 마침 딱 눈에 들어올 만한 서명을 달고 있긴 하더라도 이미 비슷한 종류가 많으니 독창성은 약간 마이너스. 한국 민담만을 가지고 분석했기에 좀 더 점수를 줄 수도 있지만 타국 심리학자들도 대개 자기네 나라 민담을 분석했을 게 아닌가?ㅡ이쯤되면 마이너스 주고 싶어 안달난 사람 같아 보인다ㅡ

 

책은 크게 민담 속에서 남성성과 여성성, 사랑과 눈물, 자아정체성, 직업의식, 소통을 끄집어낸다. 각 이야기 분석을 보면서 이 옛날이야기에 이런 심리가 숨어 있었다니 하며 놀랄만한 부분이 많다. 예를 들어 도깨비 감투에서, 도깨비 감투를 쓰고 투명인간이 되어 이래저래 못된짓을 하고 다니다가 구멍이 나서 발각되는 장면을 보고 우리는 '거참 통쾌하다! 인과응보지' 정도를 느끼는데, 분석 심리학자인 작가는 지위나 신분이라는 페르소나를 뒤집어 쓰고 서서히 망가지는 자기 본래의 자아라는 개념을 끄집어낸다.

 

그저 재밌는 이야기를 분석함으로 새로운 의미를 부여한다거나 새로운 시각을 발견한다는 점에서 이 책은 아주 재밌다. 하지만 대상이 민담이라는 것은 약간 걸린다. 민담은 그 목적 자체가 구수하고 간단하며 약간의 가르침을 담는 정도에서 머무를 때 가장 재밌는 것이 아닐까? 구태여 그 속에 숨어 있는 인간 본연의 심리까지 파해쳐 '이 등장인물은 이런 심리 때문에 이런 행동을 했다' 같이 기계식 분석을 가져다 붙이면 되려 재미가 반감된다. 그렇기에 옛사람들은 민담을 구전했지 문서화하지 않은 게 아닐까도 싶다. 물론 인문학 자체가 인간에 관한 것이라면 파헤쳐 분석하고 그 긁어부스럼 만드는 학문이고 그곳에 재미가 있긴 하지만 말이다.

 

또한 이 책을 읽다보면 부수효과로 융 심리학으로 민담을 분석하는 게 아니라 민담을 분석하다가 융 심리학을 배워가기도 한다. 아니무스니 아니마니 하는 개념을 자연스레 익힌다. 나같이 가지치기 독서를 하는 사람들이라면 다음 책으로 '칼 융'에 관한 책을 집어들 확률이 높다.

 



번역투의 유혹

저자
오경순 지음
출판사
이학사 | 2010-07-31 출간
카테고리
외국어
책소개
『번역투의 유혹』은 저자가 번역을 해오면서 입말과 글말, 번역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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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외받던 일본어 번역계에 훌륭한 실용서 출현

 

결코 일본어 번역서적량이 적은 것은 아닌데 이상하게 서점에 가도, 인터넷 서점을 뒤져도 일본어 번역 관련 책은 부족하다. 물론 영어 번역 관련 책에 비해서 말이다. 이 경향은 영어중심의 삶, 또 영어 번역서 중심의 독서를 하는 우리들의 실상을 잘 대변한다고 할만 하다. 당장 번역가 지망생들의 필독도서라 불리는 '번역의 탄생'도 기본 영한 번역을 다루기 때문에 일한 번역가 지망생들은 별을 길잡이 삼아 밤길을 가던 고대인들이 별이 뜨지 않는 흐린 밤하늘을 맞이 한 것처럼, 빼도 박도 못하는 요상한 처지에서 공부를 하게 된다. 아주 없는 것은 또 아니어서 가끔 몇 권씩 나오긴 하는데 대개 개념을 두루뭉술하게 다룬 책, 이론에 그친 책이 많다. 하지만 오경순씨가 지은 이 책은 그야말로 실전, 실용에 대비한 일어 번역 실용서이다.

 

번역을 논하는데 골자는 바로 오역과 번역투이다. 역사와 세월 속에서 우리 국어에 간섭한 일본어 말투를 버르집어 옳게 번역하자는 목표로 저자는 '강의'를 시작한다. 별세하신 훌륭한 한글학자 이오덕 선생이 떠오르는 부분이다.

 

번역은 물론이거니와 실제 작문, 발화에서도 써왔던 표현과 단어가 사실 우리말 어법에 어긋나는 것이며 일본어 번역투였다니 뜨끔뜨끔한 부분이 많다. 이 책이 유용하다 하는 이유는 그런 부분을 지적하는데 그치지 않고 옳은 우리말 표현으로 옮겨적는 예시가 풍부한 점이다. 사실 기존의 비슷한 책에서도 이런 방식을 따른 책은 몇 권 있었으나 이 책만큼 풍부하지도 않거니와 왜 이렇게 바꿔써야 하는지 자세하게 설명해준 책은 없었다. 이 말은 곧, 일본어 번역가를 목표로 삼은 이에게 최고의 실용서 역할을 한다는 말이나 마찬가지다. 특히 마지막 부분에 나오는 실전 연습은 그 과정에서 초보 번역가, 번역대학원생, 일반인, 작가가 실제로 번역한 글을 비교해 볼 수 있어서 번역가를 꿈꾸는 이들에게 피부로 와닿는 도움이 된다.

 

하지만 책은 참고문헌을 빼고 총 260페이지. 양이 너무 적다. 저자도 분명 분량면에서 아쉬웠으리라. 책을 다 읽고 나면 나처럼 '아쉽다, 이 사람이 쓴 논문을 찾아 읽어야겠구나' 생각하는 사람이 적지 않을 것이다. 또한 이 책을 교재로 "일한번역연습"이라는 대학 수업을 들었는데 근거로서 왜곡된 부분, 또는 근거가 부족한 설명이 교수님과 함께 검토하는 중에 몇 군데 드러났다. 그러나 일한번역가 지망생에게 이만한 실용서적은 없었다는 점에서 앞으로도 저자의 멋진 번역투 잡기 활동을 기대한다.



거꾸로 보는 고대사

저자
박노자 지음
출판사
한겨레출판사 | 2010-09-27 출간
카테고리
역사/문화
책소개
박노자가 들려주는 한반도 고대사 이야기!우리 시대의 대표 진보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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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란 흔히 현대의 상식으로 해석되는 것이다. 따라서 또한 흔히 왜곡되고 편집되며 첨부되고 삭제된다. 한국사 또한 예외를 벗어날 수 없다. 한국은 19세기 제국들의 침략에 무참히 짓밟힌 역사를 가지고 있기에 이에 반항하고자 신채호를 필두로 하는 민족주의사학이 한시대를 휩쓸었다. 근대 민족주의사학은 아직까지도 한국사학계를 주름잡고 있으며 따라서 한국사는 민족주의식으로 왜곡되어 있다. 이에 이골이 난 박노자. 근대사학에 사로잡혀 장미빛으로 왜곡된 한국사를 버르집는다.

 

민족주의란 무엇인가? 한 지역이나 국가의 민족성을 앞세워 정당성을 얻고자 하는 해석 정도라고 할 수 있다. 우리가 흔히 주장하는 한민족의 우수성, 유태인들이 주장하는 신에게 선택된 민족이라는 믿음 등이 민족주의의 모습이다. 언뜻 보기에는 자국민의 긍지를 고양시켜주는 긍정이념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나치의 우두머리 히틀러도 지독한 게르만 민족주의자이고 때문에 비게르만 인종을 무참히 학살하지 않았는가? 민족주의란 자국, 동민종에게만 유리한 이념이며 타국과 어떠한 관계가 이루어질 때는 장애물로 바뀌는 표리일체 이념이다. 그도 그럴 것이 우리민족만 뛰어나면 남의 민족은 뒤떨어진다는 소리일 테고,또 다른 민족도 위와 같은 자민족 우수주의 즉 민족주의에 빠져 있다면 양국간의 불화는 불보듯 뻔하지 않은가?

 

저자는 이 민족주의 때문에 한국사도 꽤나 오염당했다고 말한다. 특히 일제강점기를 지나 반일감정이 고조에 달한 탓에 한반도 삼국시대에 일본은 삼국에 비해 무조건 후진한 문화를 가진 나라가 아니었고 일종의 파트너였다는 점을 괄시한다. 이를 인정하면 민족주의가 성립되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당시 왜국은 삼국간의 균형이 흔들렸을 때 삼국 중 한 나라와 동맹을 맺고 대규모 군사지원을 하는 등 파트너 역할을 했으며 그 댓가로 빈번히 교역을 했다. 하지만 교과서는 이 점을 전혀 기술하지 않는다. 또한 한민족이 만주의 주인이었다고 단언하는 점도 교과서의 왜곡이다. 고조선을 이루고 있던 구성원 중에는 물론 한민족도 있겠지만 만주의 여러 부족들도 대다수를 차지했음이 자명한데 이를 마치 우리만의 전통, 우리만의 과거의 땅으로 당당히 외치는 것은 분명 자민족 이기주의에 해당할 것이다.

 

위와 같이 교과서로는 알 수 없는 참된 한반도 고대 역사에 박노자는 중점을 두고 기술한다. (비록 저자는 좌파더라도) 좌파와 우파에 영향을 받지 않은 그대로의, 민족주의에서도 벗어난 현대 순수사학으로서 분석한다. 현대 동아시아는 한국 중국 일본 부유한 세 나라가 서로 마찰도 하고 교역도 하며 붙어살고 있다. 이는 곧 날이 갈수록 삼국의 교류와 협조가 필요하다고도 말할 수 있다. 이 때에 중국은 동북공정을, 일본은 아직도 들끓는 극우들이 임나일본부설을, 한국은 한 때 만주는 우리 땅이었다며, 일본은 미천한 원숭이들의 나라였다며 역사를 왜곡하고 있다. 이 책에 잘 기술되어 있듯이 사실 고대에는 (비록 마찰이 없던 것은 아니지만)한중일 모두 문화 교류가 활발했으며 서로서로 파트너였음을 알 수 있다. 지금 같이 동북아 협력이 강조되는 시대에 삼국은 동북아 자체의 협조 네트워크를 마련해야 한다. 지금처럼 서로 이를 갈고 있어서야 서구 제국자본에 휩쓸릴 뿐이다. 그 이 갈이의 기저에는 각국이 지독하게 내세우는 민족주의가 있고 이를 벗어나 문화 교류를 활발히 하던 측면에 중점을 두어 삼국 협조에 밑거름이 되고자 하는 것이 박노자가 이 책을 지으며 노린 점이다.

 

 간만에 새로운 시각에 눈을 뜨게 해준 좋은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