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꾸로 보는 고대사

저자
박노자 지음
출판사
한겨레출판사 | 2010-09-27 출간
카테고리
역사/문화
책소개
박노자가 들려주는 한반도 고대사 이야기!우리 시대의 대표 진보논...
가격비교

역사란 흔히 현대의 상식으로 해석되는 것이다. 따라서 또한 흔히 왜곡되고 편집되며 첨부되고 삭제된다. 한국사 또한 예외를 벗어날 수 없다. 한국은 19세기 제국들의 침략에 무참히 짓밟힌 역사를 가지고 있기에 이에 반항하고자 신채호를 필두로 하는 민족주의사학이 한시대를 휩쓸었다. 근대 민족주의사학은 아직까지도 한국사학계를 주름잡고 있으며 따라서 한국사는 민족주의식으로 왜곡되어 있다. 이에 이골이 난 박노자. 근대사학에 사로잡혀 장미빛으로 왜곡된 한국사를 버르집는다.

 

민족주의란 무엇인가? 한 지역이나 국가의 민족성을 앞세워 정당성을 얻고자 하는 해석 정도라고 할 수 있다. 우리가 흔히 주장하는 한민족의 우수성, 유태인들이 주장하는 신에게 선택된 민족이라는 믿음 등이 민족주의의 모습이다. 언뜻 보기에는 자국민의 긍지를 고양시켜주는 긍정이념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나치의 우두머리 히틀러도 지독한 게르만 민족주의자이고 때문에 비게르만 인종을 무참히 학살하지 않았는가? 민족주의란 자국, 동민종에게만 유리한 이념이며 타국과 어떠한 관계가 이루어질 때는 장애물로 바뀌는 표리일체 이념이다. 그도 그럴 것이 우리민족만 뛰어나면 남의 민족은 뒤떨어진다는 소리일 테고,또 다른 민족도 위와 같은 자민족 우수주의 즉 민족주의에 빠져 있다면 양국간의 불화는 불보듯 뻔하지 않은가?

 

저자는 이 민족주의 때문에 한국사도 꽤나 오염당했다고 말한다. 특히 일제강점기를 지나 반일감정이 고조에 달한 탓에 한반도 삼국시대에 일본은 삼국에 비해 무조건 후진한 문화를 가진 나라가 아니었고 일종의 파트너였다는 점을 괄시한다. 이를 인정하면 민족주의가 성립되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당시 왜국은 삼국간의 균형이 흔들렸을 때 삼국 중 한 나라와 동맹을 맺고 대규모 군사지원을 하는 등 파트너 역할을 했으며 그 댓가로 빈번히 교역을 했다. 하지만 교과서는 이 점을 전혀 기술하지 않는다. 또한 한민족이 만주의 주인이었다고 단언하는 점도 교과서의 왜곡이다. 고조선을 이루고 있던 구성원 중에는 물론 한민족도 있겠지만 만주의 여러 부족들도 대다수를 차지했음이 자명한데 이를 마치 우리만의 전통, 우리만의 과거의 땅으로 당당히 외치는 것은 분명 자민족 이기주의에 해당할 것이다.

 

위와 같이 교과서로는 알 수 없는 참된 한반도 고대 역사에 박노자는 중점을 두고 기술한다. (비록 저자는 좌파더라도) 좌파와 우파에 영향을 받지 않은 그대로의, 민족주의에서도 벗어난 현대 순수사학으로서 분석한다. 현대 동아시아는 한국 중국 일본 부유한 세 나라가 서로 마찰도 하고 교역도 하며 붙어살고 있다. 이는 곧 날이 갈수록 삼국의 교류와 협조가 필요하다고도 말할 수 있다. 이 때에 중국은 동북공정을, 일본은 아직도 들끓는 극우들이 임나일본부설을, 한국은 한 때 만주는 우리 땅이었다며, 일본은 미천한 원숭이들의 나라였다며 역사를 왜곡하고 있다. 이 책에 잘 기술되어 있듯이 사실 고대에는 (비록 마찰이 없던 것은 아니지만)한중일 모두 문화 교류가 활발했으며 서로서로 파트너였음을 알 수 있다. 지금 같이 동북아 협력이 강조되는 시대에 삼국은 동북아 자체의 협조 네트워크를 마련해야 한다. 지금처럼 서로 이를 갈고 있어서야 서구 제국자본에 휩쓸릴 뿐이다. 그 이 갈이의 기저에는 각국이 지독하게 내세우는 민족주의가 있고 이를 벗어나 문화 교류를 활발히 하던 측면에 중점을 두어 삼국 협조에 밑거름이 되고자 하는 것이 박노자가 이 책을 지으며 노린 점이다.

 

 간만에 새로운 시각에 눈을 뜨게 해준 좋은 책이었다.

 



당신 옆을 스쳐간 그 소녀의 이름은

저자
최진영 지음
출판사
한겨레출판사 | 2010-07-15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이름조차 행방불명된 그 소녀의 지독한 성장기!제15회 한겨레문학...
가격비교

 

읽고 나면 참 할말이 많으나 정작 입을 열면 말이 안 나오는 책이다. 암울함의 궁극체. 이 책은 사람 이야기를 담았지만 사실 귀신의 이야기이다. 잘먹고 잘사는 사람들 눈에는 보이지 않는 귀신들의 이야기. 그리고 그 귀신 중에서 소위말하는 끝판왕, 궁극체가 심지어 이름조차 없는 이 소녀이다.

 

소녀는 진짜를 찾아 세상을 방황한다. 마찬가지로 소녀가 진짜임을 인식한 진짜들만 소녀를 맞이한다. 그리고 그들은 가짜가 되어간다. 그들이 가짜가 됨과 동시에 소녀의 짦은 머뭄도 끝이나고 다시 방황하게 된다. 진짜를 향한 열망이 아닌 고집, 그것이 소녀의 마지막 존재 이유.

 

작가의 날카로운 눈매가 돋보인다. 세상이 버린 사람들의 생활상을 세세하게 하지만 과장 없이 그려내는 것이 그렇다. 뛰어난 관찰력이며 평소에 그들에게 관심이 없던이가 쓱쓱 갈겨댄 글과는 차별화되는 점이다. 책의 분위기 답게 간결건조체를 적극 활용한 점도 장점으로 들 수 있다.

 

하지만 이 소녀의 생각들을 기술함에 있어 적절치 않은 문체가 아닌가 하는 생각은 지울 수 없다. 아무리 성인을 대상으로한 글이지만 아직 고등학생도 되지 않은 소녀 1인칭의 시점에서 이러한 세상풍파 다 겪고 먹물빨 좀 받은 어휘를 구사함은 석연치 않다. 작가가 의도하는 컨텐츠를 확실히 살리느라 컨텐츠를 감싼 구조에는 소홀해진 것이 아닐까.

 

이 책을 현대 사회의 양극화 부조리, 음지 고발 등으로 받아들일 수도 있고, 그보다는 소녀 내적의 문제로 받아들일 수도 있다. 그것은 어디까지나 독자의 몫이기에. 하지만 책 전체를 휘감는 케케묵은 곰팡이 냄새, 폭발 직전의 냄비같은 그 무언가, 한없이 어둠으로 빨아들이는 느낌은 누가 어떻게 해석하든 전해져 올 것이다.

 

최진영은 분명 살아 있다 못해 폭발하는 작가다. 하지만 그 폭발의 화염은 붉지 않다. 글에서 黑炎이 뚝뚝 떨어진다.

 



한국의 글쟁이들

저자
구본준 지음
출판사
한겨레출판사 | 2008-08-11 출간
카테고리
인문
책소개
이주헌, 구본형, 정민, 이덕일, 이원복 등 대한민국 대표작가 ...
가격비교

 명확한 목적을 가지고 읽은 책이다. 그 목적이란 '글쟁이들에게서 노하우를 뽑아내라'가 되시겠다. 그러니 콜콜한 감상은 제쳐두겠다. 글쟁이마다 배울점, 관련 책을 정리하는 글로 마치겠다. 

 

 정민

 

전달력은 문장을 줄일수록 늘어난다. 

김흥호-'생각 없는 생각'

'다산선생 지식경영법'

 

 이주헌

 

저널리즘을 바탕으로 한 글쓰기

 

 이덕일

 

읽는이가 관심가는 주제를 알기 쉽게 풀어써주기, 책에서 무언가 걸고넘어가보자.

 

 한비야

 

쓴 글을 읽어보라. 입에서 거칠면 눈에서도 거칠다. 수시로 메모.

 

 김용옥

 

전문용어가 들어간 분야는 반드시 전문가에게 직접 찾아가 머리를 조아리고 사전을 파해쳐라.

 

 구본형

 

책을 읽기에 앞서 시간을 들여 저자를 파악, 내가 저자라면 저렇게 썼을까? 인용할 글귀 메모

 

 이원복

 

왕성한 정보수집. 백과사전은 객관성을 얻게 해주는 가장 좋은 방법

 

 공병호

 

자신을 알리는데 주저하지 마라.

 

 이인식

 

누가 이미 쓴 주제는 쓰지 않는다. 개인 경험을 쓰지 않는다-개똥철학을 피하기 위해.

 

 주강현

 

폭 넓은 자료와 철저한 관리.

 

 김세영

 

공상을 하고 물줄기가 흘러가듯 자연스럽게 그저 따라가는 글쓰기

 

 임석재

 

자료를 찾는 과정, 평가하는 과정, 관리하는 과정 모두가 공부

자료 눈덩이론 자료는 많을수록 좋다. '우리 옛건축과 서양건축의 만남'

쌍개념

 

 노성두

 

자료의 정확함은 곧 신뢰성이다.

 

 정재승

 

과학과는 전혀 상관없는 것으로 과학을 쉽게 풀어쓰기. 문학과 과학, 경제와 과학을 연결

읽는이가 무엇을 궁금해 하는지 아는 점. 짧은 글에도 기승전결이 있으며 구체적 논리와

정확한 논거. 반전과 하이라이트.

 

 조용헌

 

'방외지사' 이야기 꾼도 결국은 취재다. 팩트라는 구슬도 꿰어야 보배.

 

 허균

 

문화현상을 볼 때 최대한 다각도로 봐라. 이 때 눈여길 것이 상징이자 문양이다.

 

 주경철

 

'문화로 본 세계사' 책을 비판적인 시작에서 보고 서평을 남기라.

'문명과 바다'

 

 표정훈

 

한 책에서 관련된 참고문헌이나 저자의 다른 책을 찾다보면 책과 책을 그물지을 수 있다.

분리, 관리가 편해진다. 1천 장 짜리 원고를 책 쓰는 심정으로 써보면 글쓰기가 쉬워진다.

 



열외인종 잔혹사

저자
주원규 지음
출판사
한겨레출판사 | 2009-07-15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얽히고설킨 네 명의 열외인종 잔혹사가 펼쳐진다!제14회 한겨레문...
가격비교

열외인종 네 명이 펼치는 옴니버스

입만 열면 빨갱이 빨갱이, 시쳇말로 수구꼴통 노인네, 두개골 속에 들은 거라곤 명품과 정규직밖에 없는 된장녀, 봉사활동으로 나온 끼니를 삶의 영유수단으로 삼는 노숙자, 오늘도 피씨방 요금 떼먹고 달아나기에 바쁜 잉여 청소년. 이 넷이 각자 자기이야기를 이어가다가 한 가지 사건으로 얽히는 유쾌 잔인 옴니버스.

키워드는 양머리

언뜻 연결고리가 전혀 없어보이는 네 사람이 '양머리'하나로 묶이게 된다. 그 양머리는 노인네에게 반역 빨갱이, 된장녀에게 정규직이란 기회, 노숙자에게 메시아, 청소년에게 온라인 게임 2만포인트로 다가온다. 넷은 목숨을 걸고 몸을 내던진다. 물론 목숨까지 걸린 줄은 몰랐다 하더라도.

잔인한 천민자본주의

바로 앞 문단에서 관계가 없는 사람들이라고 말했지만 따지고 보면 자본주의 안에서 최하층에 속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마땅한 수입이 없기 때문에. 이들을 통해 지은이는 천민자본주의가 낳은 추하디 추한 모습을 배꼽이 달아나는 코미디로 다룬다. 당긴 방아쇠가 장난감 총에 달린 것이라 굳게 믿었지만 발사된 총알이 맞은 이의 두개골을 박살내 버리는 잔인한 상황. 또한 쏘지 않으면 내 두개골이 박살날 상황. 경쟁이 선의를 품지도 않았으며 경쟁에서 밀려나면 나아갈 삶을 차단당하는 정 없음. 그렇기에 밀려날 수는 없고 밀려나지 않으려면 더러운 손을, 잔인한 손을 써야하는 양심의 가책. 지은이는 이렇게 잔혹한 천민자본주의 최하층 사람들이 사는 삶을 드러낸 것이 아닐까?

아쉬운 점

이 재밌음, 코믹함은 적당히 공부하고 신문 좀 읽고 한자 적당히 외운 지식층이 아니면 함께 웃을 수 없음이 아쉽다. 다행스럽게 한자가 적당히 익숙한 내 처지에서는 크게 어려움이 없었지만. 본문에서 한 문장 끌어와 예를 들어 보겠다. 118 페이지 중간 쯤이다.

급기야 광록은 그러한 도취를 여과 없이 연출하고자 감행한다.

심지어 추상이라고 말해도 지나치지 않을 문장이다. 무엇을 의미하는지 확 와닿지 않는다. 물론 이건 작가가 코믹함을 더하기위해 미사여구를 덧붙이는 과정에서 발생한 습관이라 보면 되겠지. 위 문장은 한 예에 지나지 않는다. 더 한자풀이가 필요한 문장이 쌔고 쌨다. 친절하게 괄호치고 한자를 적어넣었지만 과연 중학교 2학년 학생이 '참혹한 전락(轉落)의 참상과 사지백체(四肢百體)'란 글을 옳게 받아 들일 수 있겠냐는 말이다. 글의 대상이 분명하고 너무 분명하다.

또한 이건 아주 나 혼자 생각일지도 모르겠으나 사건을 끝내줬으면 했다. 아주 깔끔하고 휘밝게 어두운 구석없이. 미스터리를 남기지 않았으면 했다. 하지만 이 양머리 사태는 환상과 현실 중간에서 아리송하게 끝나버림이 마지막 페이지를 넘기면서도 뭔가 풀리지 않은 응어리를 남겨서 아쉽다.



무중력 증후군

저자
윤고은 지음
출판사
한겨레출판사 | 2008-07-14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현대를 살아가는 군중의 소외감을 경쾌하게 표현한 작품! 제13...
가격비교

일탈을 꿈꾸는 자들에게.

어느 날 달이 하나 더 뜬다. 이것만 해도 충격이고 놀람이다. 달이 두개라니! 영어권에서는 유일한 무언가에 the를 쓰는데 이제 달에 the를 붙일 수 없게 되는 상황. 게다가 이 달이란 놈이 자꾸 새끼를 친다. 지구인들 사이에 우주가 의도한 현상이다, 중력을 무시하자, 거부하자하는 종교비스무리한 움직임이 꿈틀거리고(이부분에선 좀 약하지 않았나 싶다. 달이 여러개 뜨는 것과 무중력과 무슨 상관이람? 달은 지구보다 중력이 1/6밖에 안되니까? 겨우 그걸 단서로 단체가 일어난다고 보기는 좀 비약이 심하다) 사람들은 변하기 시작한다. 세상이 변하기 시작한다.

책이 나타내고자 하는 것을 콕 집자면 '냄비가 식은 뒤에 오는 것들' 정도라 하고 싶다. 몇 안 되던 무중력주의자들이 달이 새끼치는 것이 마치 자기네 이론을(혹은 교론을) 정당하게 만든다고 여기고, 이 때다 싶은 언론은 이 개념을 연신 퍼트린다. 펄펄 끓어오르는 냄비처럼. 금새 세상은 어제와 다른 오늘, 무중력을 향한 절대적 찬양으로 바뀌어간다. 하지만 냄비는 금방 식어야 냄비근성에 맞아 떨어지지 않겠는가? 역시 이 무중력 냄비도 곧 식어버리고 사람들은 식어버린 된장국 속 텁텁한 두부처럼 변해간다.

작풍과 출판사간의 연결고리를 파악하는 것을 좋아하는데 퓰리처라는 별명을 가진 여자를 거쳐 나타낸 언론의 힘, 거대 언론사가 삐뚤어지면 어떻게 되는지, 그 선동효과, 한겨레에서 좋아할만 하고 상줄만 한 내용이라 생각. 생각지도 못했던 일탈이 쏟아지는 책이다. 그리고 이 일탈을 눈에 맺히듯 잘 풀어냈다. 일탈 하나 하나가 다 무릎치며 웃을 만큼 재밌기도 하고. 한 마디로 일탈 블랙코미디와 허탈의 조합. 덕분에 아, 이 책 영화로 나오면 꼭 보고 싶다란 생각을 품었다. 영화로 나와서 건물에서 픽픽 추락하는 사람들, 그리고 무엇보다 사표를 내던지고 문워크로 유유히 빠져나가는 과장을 꼭 꼭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