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적 유전자

저자
리처드 도킨스 지음
출판사
을유문화사 | 2010-08-10 출간
카테고리
과학
책소개
과학계의 고전으로 꼽히는 리처드의 도킨스의 대표작!세계적인 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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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7년 초판이 나온 이래로 우리시대의 고전으로 불리는 이기적 유전자. 생물의 진실을 꿰뚫어 본 리처드 도킨스의 날카로운 시선을 따라가 보자. 이 책이 주장하는 바는 의외로 간단하다. 그동안 집단 선택론자들이 주장했던 "동물 개체들이 이타성 집단을 이루어 서로에게 도움이 되며 살아간다."는 명제를 전면 부정하는 것. 이 부정에 대한 착실한 변명이자 근거를 차곡히 담은 책이 바로 이기적 유전자이다.

 

리처드 도킨스의 이 주장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선 유전자와 동식물의 몸 자체를 따로 분리해서 생각하는 사고방식이 필요하다. 유전자는 자기복제자로서, 이 유전자의 명령에 의해서 우리 몸, 즉 운반자를 만들어 낸다는 말이다. 위 문장의 어투에서 느껴지듯이 이에는 분명히 주종관계가 존재한다. 유전자가 주, 우리 몸은 종이다. 이 때 유전자의 가장 중요한 특징은 이기성이다. 유전자는 자기복제자로 목적은 오직 복제와 복제된 자기를 후대에 남기는 것 외에는 없다. 다른 유전자와의 경쟁에서 자기 복제본이 더 오래 살아 남도록 하기 위한 이기성이 모든 생물의 시발점이란 이야기다. 이 목적 달성을 위해 유전자는 운반자인 동식물의 몸을 만들기로 한다.

 

이 주장은 다윈주의 이후로 가장 경천동지할 만한 것이다. 왜냐하면 그동안 생물학계에서는 개인, 동물로 치면 한 마리, 식물로 치면 한 그루에 의미를 두었기 때문이다. 한 사람, 동물 한 마리의 행동에 대해 분석했으며 그러다보니 사람, 또는 동물이 집단을 이루는 것을 보았고 이것이 그들의 성선설과 비슷한 이타성으로 발전했다는 것이 그동안 생물학자들이 주장해온 바였다. 리처드 도킨스는 이에 확실히 찬물을 끼얹는다. 이 동족간의 이타성조차 유전자들이 자기 복제본을 더 오래 살아남게 하려고, 다시 말해 이기심으로 우리를 조종했기에 이타성을 띄었다니! 깜짝 놀랄만 하지 않은가? 책은 이에 대한 실례(實例)가 가득 담겨 있다.

 

그러나 리처드 도킨스는 후반부에 밈meme등을 다루며 인간이란 동물의 예외성을놓치지 않았다. 인간의 유전자는 자기 복제와 전파의 편의를 위하여 뇌와 의식을 진화시켰지만 되려 '독신주의'등으로 대표할 수 있는 자멸스러운, 즉 유전자라는 본능을 거스를 수 있는 유일한 종이 된 것이다. 이러한 점 때문에 인간은 의식적으로 이타성을 배우고 가르쳐야 한다는 주장을 은연 중에 섞어 넣었다. ㅡ내겐 이 부분이 확실하게 보였는데 일부 독자는 초중반만 너무 중점을 두고 읽었는지 리처드 도킨스에게 항의나 비관에 잠식된 편지를 많이 보냈다고 한다.ㅡ

 

이기적 유전자 초반 이래 30주년 기념으로 한국에서 전면 개정판이 나왔고 나 또한 이를 읽었다. 전에 읽은 같은 저자의 책인 '무지개를 풀며'에서도 그렇지만 여전히 이해하기 어려운 내용이 가독성을 저해한다. 관련 전문분야 종사자가 아니고서야 당연한 일이겠지만 이런 훌륭한 내용을 머리에 쏙쏙 들어오게 읽을 기회가 없다는 점이 사뭇 더 안타깝게 느껴진다. '알기 쉽게 풀어 쓴 이기적 유전자', 나 '바보도 이해하는 이기적 유전자'같은 타이틀을 달고 나올 책을 목을 학같이 뻗고 기대해 본다. 그만큼 대중에게 알기 쉽게 설명해 줘야할 가치가 있는 글이기 때문이다. 가독성은 전면개정판임에도 딱히 높지 않으나 이기적 유전자라는 컨텐츠가 너무 훌륭하고 기발한 발상이기에 후한 점수를 아낄 수 없다.



무지개를 풀며

저자
리처드 도킨스 지음
출판사
바다출판사 | 2008-04-18 출간
카테고리
과학
책소개
리처드 도킨스, 과학의 판도라 상자를 열다 이 광활한 우주 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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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처드 도킨스의 최고 저서 '이기적 유전자', 그리고 과학에 대한 변명. 이 500 페이지를 넘어가는 책은 어찌보면 변명할 용도로 시작되었다. 이기적 유전자에 대한 대중은 이해는 하면서도 '너무 냉소하다', '세상이 당신 말 같다면 지나치게 척박하지 않느냐?'하는 반응을 보였다. 또한 대중은 과학이 문학, 시적 감각을 파괴한다고 생각했다. 그 예로 뉴턴이 무지개가 어떠한 신비 현상이 아니며 단순히 빛이 여러 갈래로 갈라져 7색을 띄게 된 것이라고ㅡ과학을 통해ㅡ분석했기에 무지개라는 단어가 문학성을 잃을 거라 우려했다. 즉, 과학은 문학에 반한다는 의견이다. 이에 리처드 도킨스가 변명에 나선다. 과학은 시적 감각을 해치지 않으며 오히려 도움이 될 거라며. 조심스레 미뤄보건데 리처드 도킨스는 수다쟁이다. 이 변명을 하고자 무려 500 페이지를 할애하다니!

 

분량이 많은 만큼 요약하기도 쉽지 않다. 과학 전반을 통틀어 대표 예를 들며 과학의 위대함을 역설하는 글이라 하고 싶다.

 

쓴 소리 할 부분은 많다. 우선 통일성. 책 표지에 적힌 내용ㅡ우리 시대 최고의 진화생물학자 리처드 도킨스가 선사하는 경이로운 과학의 세계ㅡ처럼 책은 과학의 세계를 다루긴 한다. 한데 머릿말에서 들어가면서부터 작가의 집필의도가 무엇이었나를 상기해보면 글쎄다 싶다. 뭐니 뭐니 해도 초기 의도는 변명이다. 과학은 이런 이런 점에서 냉소한 것이 아니며 시적 감각을 파괴하는 것또한 아니라는 변명. 하지만 책은 이에 중점을 둔 부분도 있고 아닌 부분이 대부분이다. 애초에 집필의도가 변명이 아니었고 책의 제목 또한 무지개를 풀며라는 뉴턴의 업적에 대한 대리변명식이 아니었다면 차라리 나았을 거라 본다. 또한 표지에서'특유의 유려한 문장과 문학적 비유로 친절하게 엮어 낸다'라고 했는데 편집진이 뭔가 착각한 게 아닐까? 유려하긴 한데 문학적 비유? 글쎄올시다..친절함? 그렇지 않아도 존재자체로 어려운 전문용어들을 이렇게 이해하기 힘들 게 비꼬아 쓴 글이 친절하면 파리도 새다. 얼마 전에 읽은 후쿠오카 신이치의 저서들이 친절한 혹은 친근한 가족 같은 썰풀이였다면 이 책은 한 45촌쯤 되는 친척의 친근함이다. 관련 전공을 배우거나 가르치는 이나 아무리 어렵게 꼬인 이해하기 힘든 표현도 잘 이해하는 이해력의 천재들에게는 즐겁게 읽힐지 모르겠다. 비록 알찬 컨텐츠로 꽉찬 책이었지만 읽기에 수월하지 않으면 그 책의 존재 의미는 쉽게 바랜다. 적어도 나에겐 여러모로 읽기 힘들었다.

그래서 바라는 것은 확실히 해주었으면 한다는 점이다. 대중서인지 전문서인지. 대중서로서는 부족한 부분 많음, 전문서로서는 감히 내가 나서서 이렇다할 수 없지만 훌륭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