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

저자
바바라 오코너 지음
출판사
| 2012-01-10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열한 살 소녀의 눈으로 바라본 달콤살벌한 현실!열한 살 소녀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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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는 가족을 버려, 집은 없어 무너져가는 차안에서 살아, 동생은 귀찮게 굴어, 
학교 친구는 떠나가. 아직 청소년이라 부르기도 민망한 소녀에게는 무엇 하나 제대로 된 배경이 없다. 비루한 배경에 이골이 난 소녀가 날리는 마지막 측면 승부.

 

물질이 전부가 아니라는 계몽이 은근슬쩍 깔려있다. 그 점이 마음에 든다. 그런 점을 볼 때 무키 아저씨는 이 계몽을 전파하는 선지자나 다름없다. 자기 몸을 빌어 물질 없이도 행복하게 유유자적하는 삶을 은연중에 조지나에게 풍긴 것도 그렇고, 개를 훔친 것을 알고서도 모른 척 해준 점이 그렇다. 등장신은 극히 적으나 매우 인상 깊은 인물이다. 헐리웃 영화에 가끔 등장하는 아메리카 원주민 같은 그런 깨달음에 달한 사람. 

 

주인공 조지나가 보여주는 능동성에 주목한다. 기존 소설이었다면 저런 배경의 여캐릭터는 당연 신파극의 주인공 꼴이다. 반면 이 책은 철저히 능동형으로 그린다. 비록 수두룩히 얻어맞다가 날리는 울분에 찬 카운터 어퍼컷이 아니라 측면 승부 즉, 반칙에 그치긴 하였지만. 그래도 조지나에게 주어진 상황에서 애초에 정면 승부라는 것은 불가능하지 않았는가. 그런 면에서 이 개도둑질에는 조지나의 혼신이 담겨 있다. 인간답게 좀 살아보자 하는. 이런 처절한 상황에서 나오는 발악은 남녀노소를 묻지 않는다. 이 점을 부각시키려 깔아 놓는 장치일까? 기존 관념에서는 수동적이며 보호의 대상인 여아를 능동의 주체로 삼은 점. 효과가 아주 뛰어났고 덕분에 깊은 동정심을 가지고 읽어 나갈 수 있었다.

 

 



리버보이

저자
팀 보울러 지음
출판사
| 2007-10-20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영국 카네기 메달상 수상작 15세 소녀의 눈에 비친, '만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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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이야기 두덩이가 진행됨으로 미뤄보면 일종의 옴니버스라 할 수 있다. 하나는 할아버
지의 임종이요, 다른 하나는 강과 제스이다. 옴니버스의 백미라 하면 역시 물줄기가 한데로 뭉쳐질 때 오는 쾌락이리라. 작가는 리버보이를 기용해 강과 제스와 할아버지를 부드럽게 묶어냈다. 그런면에서 리버보이는 할아버지의 바람(願)이나 다름없다. 말하자면 바람이라는 무형체가 리버보이로 의인화했다 할 수 있겠다. 그리고 돌연 제스앞에 나타난 리버보이는 할아버지의 바람을 담아 생전 못 이룬 그의 꿈을 손녀 제스에게 전한다. 그리고 리버보이와 함께 충실히 이뤄내는 제스. 세대를 뛰어넘은 완벽한 순도의 사랑이 전해져와 오케스트라 공연의 클라이막스를 듣는 것과 같은 감동이 가슴 속에서 따듯하게 피어났다.

 

강은 참으로 매력있는 소재이다. 강은 흐르고 흐름은 곧 연결을 의미한다. 물의 흐름, 할아버지에게서 제스에게로 이어지는 바람의 흐름. 그리고 그 강이라 부르는 흐름의 끝엔 항상 드넓은 바다가 기다리고 있다. 그 흐름에 는 변함이 없으나 강에서 바다로 이름이 바뀌듯 할아버지의 삶도 그곳에서 다른 세상으로 이어졌다. 그리고 그곳에서 리버보이와 제스가 할아버지의 임종을 함께 공유한다.

 

어쩌면 할아버지는 그 과업을 제스에게 맡기기 위해서가 아니라, 도시의 풀장밖에 모르는 제스에게 이 대자연을, 강을 소개해주려 했음이 아니었을까? 때문에 휴가 장소도 이곳으로 고른 것이고. 아니 어쩌면이 아니라 명백히라고 믿고 싶다. 나라면 껌벅죽던 내 할아버지가 그랬고 제스의 할아버지도 다르지 않을 거라, 그렇게 믿고 싶다.

 

이러한 순수문학과 만난지가 얼마나 되었던가. 참으로 오랜만에 만난 순수문학이었다. 그리고 딱히 오랜만이었기 때문만이 아니라 정말 좋은 책이었기에 앞으로도 쭈욱 기억에 남을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