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수가 이렇게 쉬울 리 없어

저자
조이 슬링어 지음
출판사
작가정신 | 2010-04-30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아내의 복수를 결심한 사나이 중의 사나이, 여든한 살의 밸런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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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누가 상상이나 했던가, 80대 노인의 살인대작전을


밸런타인의 아내는 망나니 셋에게 살해당한다. 이에 평소에 품고 있던 번지점프에 대한 착상에서 시작하여 밸런타인은 멋들어진 복수 살인극을 획책한다. 뛰기는커녕 걷기도 벅찬 80대 노인의 살인계획의 시작이다. 


개인적 복수로 시작한 이야기는 밸런타인이 수도원이라 불리는 양로원에 들어가면서 조직화된다. 양로원에 속한 게스트들의 소모임은 사회를 뒤흔들 만한 살인 조직으로 발전한다. 현역시절의 경험을 살려 노인들은 시계 속 톱니바퀴처럼 각자의 역할을 수행한다. 개중에는 무려 국제적인 허위거래를 성사시켜(자기네들의 거처인 수도원을 허위매물로 판다) 자금을 대는 노인까지 있다. 그리고 그들의 최고이자 비참한 장점은 바로 옅은 존재감이다. 우리는 흔히 존재감이 옅고 눈에 띠지 않는 사람을 비꼬아 공기 같다고 한다. 그야말로 공기 그 자체인 노인 살인단. 그 공기가 살인이란 목적을 가졌을 때 공기는 독가스로 변한다. 보롭스카라는 예순이 넘은 형사가 나타나기까지는. 심지어 현장에 있었더라도 다들 저 노인이 설마... 라며 의심하지 않는다. 슬프고도 효율적인 이 노인들의 장점은 어쩌면 작가가 가장 드러내고 싶었던 포인트일 터이다.


 여든 노인과 예순 형사의 날카로운 심리전, 국제 거래와 최첨단 무기 활용까지 예상을 뒤엎는 노인들의 광범위한 능력, 수도원 내의 의사결정구조와 내분. 그 어느 것 하나 빼 놓을 것 없이 블랙코미디로써 충분한 조건이다.


허나 아쉬운 점은 ㅡ이런 류의 번역서를 읽으며 매번 느끼지만ㅡ 역자의 말을 읽으며 와 닿는다. 역자의 풀이로만 보면 이만치 이해가 잘 될 수도 없다. 그러나 본문으로 다시 돌아간다면? 다시금 이해할 수 없는 언어의 늪에 빠진다. 블랙코미디를 블랙코미디로 즐기기엔 우리말과 영어의 구조가 판이하게 다르다. 이 책 또한 그 한계를 벗어나지 못했다. 충분히 즐기기엔 직역이 많다. 독자가 책의 재미를 그대로 느끼게 하는 방법은 원문에 충실하기만 있는 게 아니다. 센스 있고 적절한 각색이 외국어 독자에겐 필요하다. 비단 이 책만이 아니라 다른 번역서들에서도 편집부와 역자 모두가 고려해줬으면 하는 부분이다. 분명 달콤한 아이스크림이 보이는데 투명한 포장지만 핥아야 하는 기분이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