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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3.01.03 2012.1.13/서사철학, 김용석, 휴머니스트
- 2013.01.03 2011.12.26/긍정의 배신, 바바라 에런라이크, 부키
글
철학과 굴뚝청소부
- 저자
- 이진경 지음
- 출판사
- 그린비(그린비라이프) | 2005-02-25 출간
- 카테고리
- 인문
- 책소개
- 근대에서 포스트모더니즘에 이르기까지의 주요 철학사상을 개괄적으로...
근대철학의 경계들
책의 부제와 같이 철학과 굴뚝청소부는 근대철학의 시작점인 데카르트에서 근대를 탈피한 현대철학까지의 계보를 다룬다. 흔히들 서양철학은 모두 그 철학의 전(前) 철학에 대한 주석이다란 말을 쓰듯이 서양철학을 바로 이해하는 데에는 이러한 계보도가 필요하다. 이를 집대성 한 버드런트 러셀의 [서양철학사]가 때문에 이름값을 톡톡히 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 또한 일종의 선형을 이룬 계보도를 그렸으며 그 대상은 데카르트부터 들뢰즈까지이다.
우선 데카르트부터 시작한 근대철학은 과학의 강조, 지적 무지함을 가르침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계몽주의를 아우른 '인간' 주체철학이라 할 수 있다. 이것이 로크로 내려와 경험주의로 발전하고 유명론이 대두된다. 흄은 이러한 유명론에 회의를 가하며 결국은 진리를 찾을 수 없다는 결론, 즉 근대철학을 해체한다.
이 때 등장한 칸트. 칸트의 중요성은 이렇게 붕괴의 위기를 맞은 근대철학을 재건했다는 데 있다. 그 방법론으로는 인간은 선천적으로 진리를 파악할 수 있는 힘이 있다는 주장 즉, 선험적 주체를 강조한다. 이는 곧 주체와 객체가 하나가 됨을 의미하고 그곳에 진리가 있다는 말이다. 이 주체와 객체의 동일화는 헤겔로 이어저 절대자, 혹은 절대정신으로 불리고 이 때 근대철학은 정점을 누린다.
정점에 안착한 것은 추락하는 법. 이에 맑스는 문제는 '실천'이라는 실천철학을 강조하며 근대를 해체한다. 프로이트는 본인의 의도와는 다르게 정신분석학을 통해 해체하며 니체는 근대철학이 말하는 진리를 '찾는 것'이 문제가 아니며 이러한 것이 어디에서 왔는지 그 뿌리를 찾는 계보학을 개발하고 이를 통해 '권력의지'가 그 원인이었음을 주장한다. 이 권력의지에 의해 다시금 근대철학은 해체과정을 밟는다.
근대를 통틀어 강조되었던 주체의 중요성은 현대철학으로 들어서며 지식에 자리를 양보한다. 다시 말해 근대철학에서는 주체가 곧 효과를 야기하는 근원이었다면 현대에 들어서서는 지식이 이를 대체한다. 또한 현대철학은 불변함, 항속성, 구조를 강조하는 레비-스트로스, 라캉, 알튀세르 분파와 차이와 특이성을 강조하는 푸코, 들뢰즈, 가타리 분파로 나뉜다.
위의 문단은 이 책의 결론에 종합적으로 정리된 내용이다. 앞뒤 떼어놓고 말한다면 이 결론부분만 읽어도 이 책이 목표했던 바를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는 허무함이 남긴 한다. 그러나 요약은 어디까지나 요약일 뿐. 각 철학자가 주장했던 고유의 철학을 충분히 흡수하려면 역시 본문을 정독해야 한다. 그러니까 결론을 먼저 가이드라인으로 읽고 본문으로 돌아가는 것도 이 책을 탐독하는 하나의 방법으로 제시할 수 있겠다.
또한 번역서가 아닌 한국어를 구사하는 필자가 집필했다는 점에서 가독성이 상당히 좋다. 적절한 삽화와 그 삽화와 연관된 필자의 문제의식 제기가 절묘한 점도 칭찬한다. 여러 면에서 볼 때 철학 초보에게는 여전히 어려운 면이 많지만 철학 중수에게는 강력하게 추천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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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코와 하버마스, 두 인물의 사상을 통해 근대 이성을 진단
중세의 종교적 억압 즉, 기독교가 정치와 경제(system)와 생활상(life-world)을 지배하던 세상에서 벗어난 차후 시대. 이 시대를 바로 근대라고 한다. 그리고 근대의 전제 조건은 중세에서는 보이지 않고 설명할 수 없는 힘(신)이었던 데 반해 눈에 보이고 합리적인 이성이다. 그리고 이성은 정치적으로는 민주주의, 경제적으로는 자본주의를 낳았다. 그렇다면 근대는 절대적으로 옳았는가? 푸코가 지적하듯이 그렇지 않다. 근대적 이성에 기초한 사회였음에도 1, 2차세계대전이라는 지극히 비이성적인 사건이 유럽을 휩쓸었다. 그렇다면 이성은 부정해야 할 대상인가. 이에 푸코와 하버마스의 무릎을 맞대어 놓고 비교하려한 시도, 그것이 바로 이 책이다.
푸코의 근대 이성 비판론, 하버마스의 그럼에도 이성에 가능성이 있다는 사상. 사실상 대세는 푸코에게 기울었다고 보인다. 절대 선이라 여겨진 민주주의와 자본주의의 병폐들이 세계 각지에서 분쟁을 일으키고 있다. 그렇다면 푸코는 이런 병폐들을 극복하기 위한 대안으로 무엇을 제시하는가, 하버마스는 무엇을 제시하는가? 책은 근대의 기원으로 시작하는 과거, 지금 우리가 사는 삶을 진단하는 현재, 그 현재의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한 두 사상가의 해결법 즉, 미래. 크게 보자면 이 세 단락으로 전개된다.
소설은 아니지만 글의 플롯이 단단하게 잡혀 있어 흐름에 따라 읽기 쉽다. 사변적일 수밖에 없는 철학가들의 사상을 가까운 예를 들거나(한국사회를 배경으로 설정하고 푸코와 하버마스를 데리고 와서 대담시킨 부분이 특히 흥미롭다) 아주 적절한 부분에 삽화를 삽입하여 이해를 도운 점도 독자를 충분히 배려했다는 측면에서 좋은 점수를 주고 싶다. 무엇보다 이런 비교철학은 편들기의 재미가 있다는 점. 당신은 푸코의 편인가 하버마스의 편인가? 아니면 좀 더 확실한 미래상이 보일 때까지 보류하겠는가? 철학이지만 스포츠 관전과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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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몽주의에서 사이버공간까지 인문학과 사회과학의 조화를 논한다
굳이 분류를 하자면 사회현상에 관한 논문 종합서라고 할 수 있다. 책은 크게 3장으로 나뉜다.1장에서는 계몽주의가 독일문학에 어떠한 영향을 끼쳤는가, 민족이라는 개념의 정의 그리고 민족이 정치와 사회에 끼치는 영향을 분석한다.
2장은 민주주의에 관해 논한다. 특히 주목할 부분은 매디슨 민주주의를 다룬 부분이다. 우리는 쉽사리 민주주의란 개념을 생각할 때 '다수'를 떠올린다. 구체적으로는 평등한 다수가 내린 결정권이 사회를 이끄는 구조를 떠올리기 마련이다. 그러나 매디슨이 생각한 민주주의는 달랐다. 다수가 선택한 소수의 엘리트들이 결정권을 가지는 구조가 바로 매디슨 민주주의이다. 이는 미국 양당의 당명을 생각해보면 이해하기 쉽다. 공화정(republic)과 민주정(democracy), 공화정은 엘리트주의를 말하며 민주정은 다수의 인민에 의한 민주주의를 말한다. 이렇게 민주주의를 양분하는 거대한 두 흐름이 양분하게 된 계기에 매디슨이 있다는 역사인문학적 지식을 얻는 좋은 기회였다. 또한 두 시스템이 어떠한 한계를 갖는지, 2012년 현재 대한민국 대의제가 보여주는 많은 병폐들에서 몸에 와닿게 느낀다.
3장은 인터넷의 등장과 그 인터넷이 우리 삶에 어떠한 변화를 주었으며 앞으로의 방향은 어떠할지 짐작해본다. 특히 흥미로웠던 부분은 인터넷 뉴스의 활성화로 변화된 언론의 구조 또 그 기능과 역할에 관한 부분이다. 최근 잇단 언론, 방송계의 파업과 관련해 책의 내용과 대조해보며 깊게 생각해볼 사안이다.
읽는 데 어려움이 있었던 점을 들자면 아무리 논문 종합서라 한다 해도 책이란 일단 기승전결의 플롯을 따라주지 않는다면 가독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의 접근성은 아쉽다. 1장에서 우리에겐 아주 생소한 독일문학이 등장하며 머리가 하얘지는 전문용어 및 고유명사들에 질릴 뻔 했다. 분명 계몽주의와 연관되어 책의 부제처럼 인문학과 사회과학이 대화하는 현상을 파악한 것은 맞으나 그 지식의 강도(?)로 볼 때 기승전결의 전을 1번으로 삼은 구조이다.
그런 단점에도 21세기 한국이 떠안은 제문제의 핵심들을 2장과 3장에서 중점으로 삼아 다뤘다는 점에서 좋은 평을 하고자 한다. 비록 진입벽은 높은 책이지만 읽을 가치가 있을 뿐 아니라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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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인문학 사전
- 저자
- A. C. 그레일링 지음
- 출판사
- 웅진지식하우스 | 2010-04-20 출간
- 카테고리
- 인문
- 책소개
- 인문학 개념들로 복잡한 세상을 읽다!영국의 철학자이자 유럽을 대...
어디선가 들어봤으나 정확히 그 개념을 파악하고 있지 않은 단어들. 그런 단어들의 참뜻을 찾기 위해 이 사전을 펼친다.
책의 형식은 각 챕터당 하나의 개념을 맡아 정의하고 설명하는 형식이다. 기존 사전이 정의와 예시에 그쳤다면 이 책은 그보다는 저자의 해설과 견해에 그 무게중심이 있다. 이런 형식의 득과 실을 따져보자. 득으로는 개념정의란 결국 함축된 언어이며 그 개념이 완전히 읽는 이에게 녹아들기에는 한계가 있는 방식이다. 학생들의 참고서가 딱딱한 개념정의라면 선생님께서 풀어주시는 장광한 이야기는 더욱 피부에 와 닿는다. (이런 과정이 명백하게 효율적이기에 눈이 돌아가는 비용을 감수하고서라도 고액과외가 횡행한다)
이 책은 다양한 개념을 더 많이 소개하기보다는 각 개념을 더욱 자세하게 설명하고 이해시키는 데 중점을 두었다. 이는 자연스레 실로 이어진다. 사전이란 모름지기 방대한 지적 데이터의 묶음이어야 한다. 그러나 해설에 대부분의 페이지를 할애함으로써 다양성을 잃었다. 적어도 사전의 본래 역할을 기대하고 펼친 독자는 실망하리라. 또한 사전은 사견이 섞이면 안 된다. 어디까지나 객관적 사실에 근거해야 한다. 그러나 이 책은 해설 상당부분에서 작가의 정체성을 쉽사리 짚어볼 수 있다.
특히 포스트모더니즘이 진보의 가능성마저 부인하는 걸 보고 발끈하는 대목이 그렇다.
그러나 결론은 작가의 탓이 아니다. 책의 원제는 Ideas that matter. 어디에도 사전의 의미가 없고 작가의 사견이 담뿍 담겨도 문제 없을 서명이다. 그러니 웅진지식하우스 편집부의 번역 결정에 한 마디 하자면, 동의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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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 이미지 권력
- 저자
- 조선대학교 인문학연구원 이미지연구소 지음
- 출판사
- 앨피 | 2010-02-28 출간
- 카테고리
- 인문
- 책소개
- ‘몸ㆍ이미지ㆍ권력’의 세 가지 키워드로 조망한 한국 사회의 이미...
이미지는 인간의 생산물인가, 아니면 인간의 지배자인가. 물론 플라톤이라면 후자의 손을 들어주겠지만 사실상 인간은 끈임없는 이미지의 생산자이자 소비자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미지는 우로보로스의 뱀이다. 소비와 생산이 벌이는 시소내기에서 한쪽이 승리할 때 시소의 왼편도 아니고 오른편도 아닌(시소 그 자체인) 우리에게는 문제가 일어난다. 때문에 이미지와 인간의 현재 상황을 진단할 필요가 생긴다. 이때에 적절한 책이 바로 몸 이미지 권력이다.
ㅡ부끄럽게도 편견으로 책을 놓을 뻔 보았지만 '조선'이라는 보수적 두 음절을 포함한 저자와 내용은 딱히 관련이 없었다. 반대로 8항에서 한국계 미국인 배우를 다룰 때는 보수 색체에 대한 따끔한 일침을 가할 정도다.ㅡ 책은 여성과 남성, 이미지가 갖는 권력, 멜랑콜리, 양성성, 의학, 영화, 과거사, 미술에 이미지를 대입하며 각 분야에서 이미지가 갖는 역할과 영향력을 다룬다.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아우슈비츠의 증언에 관한 지극하게 사변적인 논의로부터 얼마전에 인기리에 방영을 마친 바람의 화원이라는 드라마까지 그 다룸의 스펙트럼이 광활하다. 특히 영화를 다룬 7, 8항이 흥미롭다. 7항에서는 미국 내 다문화주의, 혹은 다인종주의는 결국흑백공멸론으로 귀결되고 동양인은 흑이냐 백이냐를 선택할 수밖에 없다는 날카로운 지적이 빛난다. 8항에서는 문 블러드굿이라는 한국계 미국인 배우와 그녀를 대하는 한국의 태도 또 그녀를 상품화하는 한국의 태도를 가감 없이 쏟아낸다.
총체적으로 이미지에 대해 몸사리지 않으며 있는 그대로를(부끄러움, 자성의 의미)누설해버린다. 위키릭스보다 더 짜릿한 전기충격기이다.
대중이 읽기에는 9항 "사라진 '그들'/남겨진 자들의 증언"은 지나치게 사변적이다. 또한 이미지와 그들의 관계를 접목시켜서 설명하는 데 부족했다고 본다. 이미지국에서 생활하다가 갑자기 이미지령 9항도(島)로 전출된 기분이다. 그 외의 항은 특별히 이해하는 데 무리가 오지 않고 숙고하며 즐길 수 있다. 무엇보다 돈이 사회를 지배하는 세상에서 그 돈을 쥐고 있는 근원, 즉 이미지를 직시하여야만 현 사회를 비판하거나 개혁하거나 현 사회에 완벽하게 적응한 거머리가 될 수 있지 않겠는가. 그점에서 이 책은 필연이며 우연으로 만난 것이 부끄러워질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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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존하는 골드핑거
007 시리즈가 이야기로서 성립하는 근원. 그것은 바로 악의 대두 골드핑거이다. 이자(혹은 이자들)는 흑막 속에 존재하며 세상의 제악을 총괄하고 부를 축적한다. 그런데 골드핑거가 실존한다면? 모골이 송연해지지 않는가?
현존 최강국 미국은 왜 지금과 같이 문제의 온상인가. 그 근원을 히로세 다카시는 아주 우연히도 사진 두 장을 대조해보며 추측하기 시작했다. 토머스 모건(토머스 X 모건)과 토머스 H. 모건이 그 두 사진의 주인공이다. 그들의 삶을 거슬러 올라가기 시작한 저자는 '모건' 가문에 주목했고 차례차례 그들이 골드핑거임을 증명해나간다. 그들이 어떻게 부를 축적하기 시작했으며 ㅡ 이때 미국 2대 부자 가문인 록펠러도 성장하기 시작하고 모건과 록펠러는 끈끈한 파트너가 된다 ㅡ 누구와 유착하여 미국 자체를 송두리째 잡아먹게 되었나, 더 나아가 세계의 흐름을 주도(?)하며 이익을 위해서는 전쟁 발발도 서슴지 않게 되었나. 이것은 음모론이 아니다. 사실에 의한 추리 그리고 그 추리가 검증되어 다시 굳건한 사실로 마무리되는 책이 바로 이 제1권력이다.
역대 미정권들의 각료들, 심지어 대통령까지도 모건-록펠러의 심부름 개에 지나지 않음을 증명하고 그들은 모두 모건-록펠러 연합의 자회사와 깊은 연줄이 있음을 밝혀낸다. 이 한줌의 악인들에 의해 만들어진 미국의 세계강탈사. 미국의 영향이라면 세계 어디에도 뒤지지(?) 않을 만큼 직격탄을 맞고 있는 한국인으로서, 비록 실용서로 활용할 가치는 전무하지만, 읽어볼 필요가 있다. 이 책의 단점은 그저 안 읽히는 데 있을 뿐이다. 책의 서두에서도 밝혔듯 수많은 고유명사들이 퍼즐처럼 엮여 있어 완독하는 데는 상당한 고생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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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0.9/문화적인 것과 인간적인 것, 김용석, 푸른숲 (0) | 2013.01.0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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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로부터 이야기를 분석하는 방법에는 철학이 주로 두루 쓰였다. 아니 철학이 우선 쓰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철학은 곧 인간에 대한 학문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모든 이야기는 인간중심적이라 감히 말해본다. 그 이야기를 철학으로 푸는 데 김용석은 서사(tale)이 중요함을 강조한다.
저자가 서사를 강조하는 이유는 인간은 인과적인 생각으로 '진화'해온 존재라는 점을 든다. 인간이 다른 동물과 다른 점은 바로 일의 원인과 그 원인으로 발생한 결과를 인식할 줄 아는 동물이라는 것이다. 원인과 결과는 곧 시간의 흐름을 나타낸다. 원인은 과거나 현재일 수밖에 없으며 결과는 현재이거나 미래이다. 미래의 일이 원인이 되어 현재나 과거의 일이 규정지어지는 초시간적 현상은 아직 발견된 적 없고 타임머신이 등장하기 전까지는 발견되지 않을 것이다. 이처럼 서사란 곧 인간 사고의 기본 바탕이다. ㅡ때문에 <백 투 더 퓨처> 같이 시간의 비가역성을 거스르는 이야기는 '기이한 이야기'로 주목 받을 수 있었다.ㅡ 인간중심을 바탕으로 하는 이야기를 인간 사고의 기본 바탕인 서사로 풀어나가야 한다는 김용석의 주장이 설득력이 있는 이유는 바로 위와 같은 점이다.책은 신화, 대화, 진화, 동화, 혼화(애니메이션), 만화, 영화의 대표적인 작품 몇 개를 추려 그 안에서 서사철학을 도구로 분석해낸다. 이야기 속의 숨겨진 서사, 그 서사의 철학적 풀이. 이만하면 책의 값어치는 충분하다.
다만 예전에 읽은 <문화적인 것과 인간적인 것>에서도 느꼈듯 김용석의 글은 어렵다. 단어 수준에서는 지극히 한국어를 사랑하는 모습을 보이나(애니메이션을 굳이 혼화 혹은 얼그림이라고 부르는 부분에서) 문맥이나 문장 수준에서는 한국 글쟁이들의 고질적인 문제점인 번역투도 자주 보인다. 이는 아무래도 철학의 종주 국가들의 원문 텍스트를 직접 번역하거나 아직 가독성에서 부족한 한국의 번역 방식으로 나온 책들을 주로 다뤄야 했기 때문일 것이다. 짧게 말해 좀더 쉽게도 풀어낼 수 있을 것 같은데 굳이 어렵게 풀어낸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이 좋은 책을 흥미본위로만은 읽기 어려운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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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온통 긍정 바람이다. 긍정적으로 살면 뭐든 다 원하는 대로 된다는 식의 신종교관이라도 부상한 듯이. 그런 긍정은 어떻게 이용되었는가? 글은 작가의 경험으로부터 시작한다. 유방암 환자였던 작가는 유방암환자 단체나 의사에게 여러 차례 이런 조언을 받는다. "긍정적으로 생각하세요." 하지만 긍정적으로 생각한다고 암이 낫는가? 이 생각에서 이 책은 출발하였다고 보아도 좋을 것이다.
어느새 긍정은 옳음이 되었다. 과학적 근거가 없거나 극히 미흡한데도 말이다. '긍정은 돈을 벌게 해준다. 긍정은 앓던 병도 낫게 한다' 조금만 고찰해보면 위 두 문장이 흡사 사이비 교리나 미신에 가까움을 눈치 챌 수 있는데 사회에서는 이미 정설로 통용되고 있다. 심지어는 미신이라면 눈을 뒤집고 깨부수려드는 기독교 교단에서까지 '긍정적으로 살면 다 잘된다'고 가르친다. 어떻게 긍정은 이렇듯 근거도 없이 '옳음'으로 자리잡았는가? 작가는 이 긍정을 둘러싼 음모, 이해관계, 비합리성을 폭로한다.
이 책을 대충 읽었는지 꼼꼼히 읽었는지 판단하는 기준은 간단하다. 마지막 페이지를 넘겼을 때 속고만 살았구나 싶은 분노를 느끼고 사물과 현상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겠다는 의지가 싹텄다면 후자, 그렇지 않다면 전자이다.
읽을 가치를 따질 정도가 아니라 필독을 요구하고 싶을 정도이나 번역의 높은 벽은 허물지 못했고 소위 '문자' 쓰는 글이기에 아쉽게도 가독성은 높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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