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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3.01.03 2010.12.10/교양 노트, 요네하라 마리, 마음산책
- 2013.01.03 2010.11.9/팬티 인문학, 요네하라 마리, 마음산책
글
다시 한 번 소개하게 되는 요네하라 마리. 작가가 책마다 꼭 언급해두듯 이 여자는 어린 시절 체코 프라하에 있는 모든 수업을 러시아어로 가르치는 학교에서 자란 일본인이다. 자연스레 유추할 수 있듯이 책은 동인종으로 느낀 동양, 동문화로 느낀 서양을 자주 비교 및 대조한다.
전에 읽은 팬티 인문학에서도 그러한 느낌을 받았지만 인문학에 상당히 해박한 여자이다. 인문학의 중흥을 바라마지않는 나조차 '인문학'이라는 단어만 놓고 보면 당장 '하아...'하고 한숨부터 나온다. 그러니 오히려 인문학에 해박하다라고 소개하면 요네하라 마리가 마치 고지식한 사람이다 라는 의미로 오해받을까 걱정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전혀 그런 사람이 아닙니다. 팬티 인문학은 처음부터 조사 비교 고찰따위를 전제로 하는 반면 이 책은 수필이다. 수필답게 경쾌하며 작가의 연구가 아닌 작가의 마음과 생각을 엿볼 수 있고, 그 엿본 결과 요네하라 마리는 재밌는 사람이라는 결론에 닿았다.
길어야 3페이지를 넘어가지 않는 작은 이야기들이 80편 실려 있다. 앞에도 언급한 동서양 문화의 비교대조, 사회현상에 대한 깊지만 짧은 고찰 일-러시아어 통역가로서 겪는 에피소드 회상기 등이 꼭꼭 담겨져 있다. 읽을 때는 키득, 풋, 흐흐흐 하며 읽었는데 막상 다 읽고 나니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는 몇 개 안 되는 것이 단점이다. 아무래도 가벼운 수필에 충실하다보니 독자의 가슴에 충격을 줄 만한, 인생관에 경종을 울릴 만한 내용은 피한 것이 눈에 띤다. 이 단점은 장점과 표리일체라고 할 수도 있는데 읽을 때만큼은 정말 푹 빠질 만큼 재밌기 때문이다. 남는 것보다 읽는 행위에 더 중점을 두었다고 할까? 뭐, 수필이 보통 그렇지.
번역에서 팬티 인문학을 읽었을 때처럼 좀 덜 다듬어진 부분이 보인다. 이 점은 지체 없이 마이너스의 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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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거의 몸의 일부라고 보아도 과언이 아닌 팬티. 이렇게 친숙한 팬티에는 어떤 비밀이 숨겨져 있을까? 요네하라 마리가 인문학을 빌어 풀어헤쳐준다. 이야기는 작가의 유년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예수 십자가상을 보다가 갑자기 떠오른 의문 하나. 저것은 팬티인가? 그렇게 시작된 팬티에 대한 궁금증을 성인이 되어서도 잊지 않고 간직하다가 40년이 흐른 후 본격 파해치기에 나서는 요네하라 마리. 작가의 궁금증에 기대어 우리 또한 팬티 인문학을 배워보자.
서명 '팬티 인문학'답게 책은 팬티로 보는 인문 전반을 다룬다. 예수상을 보고서는 저것을 팬티라고 부를 수 있는지를 알아 보기 위해 성서를 조사한다. 이에 그치지 않고 당시 이스라엘 땅에서 살던 사람들의 의복까지 꼼꼼히 다룬다. 또한 작가는 어린시절을 체코 프라하 소비에트 학교에서 보낸 만큼 구소련의 속옷에도 관심을 쏟는다. 그 외에도 팬티의 기원을 찾기 위해 세계 곳곳의 속옷문화시초를 찾아서 열심히 조사한 티가 난다.
특이한 부분은 책의 시작에서부터 끝까지 줄창 훈도시라는 일본전통속옷이 등장한다는 점. 요네하라 마리의 아버지가 훈도시 매니아라서 더욱 그럴 만도 하지만 이유는 비단 이것만이 아닌 것 같다. 특히 일본에 기마민족이 속옷문화를 전파했다는 기존의 가설이 틀렸다는 증거들을 제시하는 부분. 일본 자체에서 발달된 속옷이었을 것이라는 점을 은연중에 비친 부분 등. 자국문화옹호측면도 적지 않게 느껴졌다.
훈도시를 중점 다뤘다는 점은 한국 독자에게 그다지 흥미도 없는 점이며 사람에 따라서는 과거 문화말살정책을 떠올리게 해 적반하장의 감정을 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자국문화의 철저한 검증을 통해서 신제국주의라 불리는 서양식문화의 천편일률식 보급과 이에 따른 고유 문화의 퇴화에 적극 맞선 점은 인정해야 한다. 비록 이 책이 그 뿌리부터 위와 같은 점을 의도하고 지어진 책은 아닐지라도 책을 일다보면 자연히 요네하라 마리의 그런 의식이 전해진다. 물론 그렇게 한 국가의 고유 문화가 중요한 걸 아는 것들이 우리 한글을 말살시키려고 했냐?! 하면 또 할말은 없어진다. 다만 모든 일본인이 작가 같은 의식을 가지는 것은 아니며 작가가 전쟁을 일으키고 민족말살정책을 진두지휘한 관계자도 아니니 그점을 가지고 요네하라 마리에게 언행일치가 되지 않는다고 책망할 수는 없겠지.
어찌되었건 흥미로운 주제에 골자 있는 내용, 풍부한 인문학 지식, 고찰해봄직한 세상의 흐름까지 충만하다면 충만하고 부족하다면 부족한 책이다. ㅡ작가도 인정했지만 팬티에 대해 평생을 다파해쳐도 완성 못할 분량이라 하니 더 충실하게 더 다방면을 다루지 않았다고 볼멘소리하기엔 살짝 무리가 있다. 아니 무리해서 요구하려고 해도 이미 작가는 세상을 떠났으니 불가능ㅡ 명백한 오역을 하나 발견했으나 출판사에 문의하니 깔끔하게 인정하고 다음 쇄에서는 수정하겠노라 약속도 받았으니 말끔 해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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