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목요일

저자
존 스타인벡 지음
출판사
문학동네 | 2012-03-09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존 스타인벡이 창조한 사랑스런 인물들의 유쾌하고 훈훈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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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겨운 수요일, 그리고 휴일이 기대되는 금요일, 그 사이에 있는 달콤한 목요일.

한 바닷가 마을에서 일어나는 닥(주인공) 행복하게 만들기. 한 땐 그 마을에서 반쯤 살아있는 종교라고까지 해도 될 만큼 모든 면에서 신뢰받던 닥. 이 사람이 전쟁이 끝난 뒤에 달라져 돌아왔다. 예전 같지 않게 삶을 고통스럽게 본다. 이를 참다 못한 마을 사람들은 자기들의 리더이자 쉼터인 닥을 다시 행복하게 하기 위해 꿍꿍이를 꾀하는데.

이들에게 수요일까지가 힘들어하던 닥을 상징한다면 목요일은 닥을 행복하게 만들기위한 '달콤한' 계획을 직접 실행하는 날. 정작 당사자인 닥은 그 과정을 생각지도 못했고 억지로 당했다고 해야 옳을 것이다. 남이 날 행복하게 하기 위해 날 속이는 꿍꿍이. 기쁜걸까? 게림칙한걸까? 이 계획이 똑딱 들어맞을까 아니면 폭삭 무너질까? 그래서 닥이 다시 행복해질까 여전히 불행할까? 물음이 끊임없다.

읽어가면 점점 더 뒷이야기가 궁금해 참을 수 없는 재미난 이야기였다. 그리고 겨울날 몇 달 만에 만난 친구들과 따듯한 정종을 마시고 헤어진 후 택시안에서 다시 그 술자리를 떠올리게 하는 그런 따듯함. 그런 게 있던 책이다. 달콤한 목요일은 다분히 스타인벡 답지 않은 책이라 한다. 다른 작품들은 좀 더 무겁거나 사회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그런 책들이란다. 좋습니다, 다음에는 다른 분위기로 다시 뵙지요.

 


세계의 끝 여자친구

저자
김연수 지음
출판사
문학동네 | 2012-07-23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누군가를 사랑하는 한, 우리는 노력해야만 한다!이상문학상 수상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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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바깥 얘기

요즘 여간 거슬리는 게 아닌 걸 하나 들자면 포장이다. 더 자세히 말하면 과대포장. 마트에 가서 가위나, 자동차 전구나 뭐 그런 것들을 살 때면 아주 딱딱한 투명 플라스틱 포장과 만난다. 이게 보기에는 참 좋아보여도 내용물을 손에 쥐기까지는 참말로 불편하기 짝기 없다. 때때론 가위 포장을 뜯으려고 가위로 포장을 잘라야 하는, 누굴 위해 누가 널 뜯고 있는지 모르겠다 싶은 씁쓸함마저 느낀다.

책 속에선?

내게 이 책은 과대포장된 사탕과 같았다. 그 이야기가 한국 포스트모더니즘에서 산 역사라고 할지라도 그 고귀한 이야기를 세상과 잇는 단 하나뿐인 수단을 지나치게 다루면 읽는 사람은 고귀함을 느끼기 전에 지친다. 수식에 지치고 포장에 지쳐서.

단편들로만 이루어진 책이다보니 긴 플롯이 나오기 어려운 건 당연하다 본다. 그래도 짧아도 너무 짧다. 마지막 달로 간 코미디언이 그나마 페이지를 많이 잡아먹어서 흐름이 있고 인물이 이동하는 장면도 많았다. 하지만 그 앞에 나온 단편들은 정말 플롯이 짧다. 플롯보다는 인물이 생각하는 세계, 철학, 자기만의 시각을 나타내는 일종의 수식이 페이지를 많이 차지하다보니 당연한 이야기다. 그 수식들은 플롯과는 크게 상관없이 툭툭 튀어나왔고 따로 둥둥 떠다니는 비눗방울 같이 어색하기만 했다. 적어도 나에게는 그랬다.


 


우연한 여행자

저자
앤 타일러 지음
출판사
예담 | 2007-07-13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1989년 종이시계로 퓰리처상을 수상한 앤 타일러의 대표작. 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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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

 메이컨이란 남편은 모든 일을 베틀에서 옷짜듯 꼼꼼히 짜야한다. 항상 같은 식당에서 밥먹길 원할 만큼 정해놓은 틀에 산다. 그 틀에서 벗어날 때마다 편하지 않고, 아니 틀에서 벗어나지조차 않는다. 반면 아내 세라는 여러 식당에서 밥을 즐기길 바라고 취미로는 조각을 하는 유동성 있는 여자다. 이 부부는 아들이 있었는데 살인사건으로 잃고 만다. 그일이 도화선에 불을 붙여 그렇지 않아도 휘청거리던 부부사이를 별거로 이끌었다.

두 사람 사이에 있는 이 거리감이 소설 안에 시작부터 끝까지 흐른다. 물론 중간에 뮤리엘이란 여자가 튀어나와 둘 사이에 끼어들어 자칫 지루할 뻔한 플룻을 재밌게 엮어내기도 했다. 그렇게 책을 반쯤 읽었을 때까지 철썩같이 덮어두고 믿었다. 뮤리엘은 그런 감초라고 말이다. 당장 입에는 쓰지만(읽는 책이니까 정확히 말하면 눈에는 따갑지만) 결국에 가서는 세라와 메이컨 사이를 더더욱 단단히 맺어줄 그런 인물인줄로만. 하지만 이게 웬걸. 메이컨은 뮤리엘을 택한다. 내가 읽으며 기껏 촉매제로, 아니 큰 의미를 준다고 해도 둘이 더욱 애절하게 해주는 그런 여자로 여겼던 여자를 작가는 그 누구보다 뮤리엘을 무겁게 다뤘겠다 싶었다. 비록 이야기를 이끌어나가는 사람이 메이컨일지라도 말이다.

변화라는 코드를 잡으면 흐름이 보인다

어찌 보면 사랑을 다뤘다고 할 수 있고 어찌 보면 결혼생활을 다뤘다고도 할 수 있다. 하지만 내가 마지막으로 정의한 이 소설은 '변화'다. 한 사람 한 사람 변화를 겪고 그 변화가 위와 같은 결과를 낳았다. 자세히 보자면 굳은 메이컨과 흐르는 세라 사이에 있는 갈등이 별거를 불렀다. 그렇게 떨어져 있는 사이 메이컨에게 나타난 폭탄과 같은 뮤리엘이 메이컨을 변하게 만든다. 이 변화가 가장 크다. 그리고 세라는 별거를 거쳐 메이컨과 함께하던 때엔 못했던 자기 성격을 따라 '마음껏 흘러보기'를 즐긴다. 다른 남자도 만나봤고, 밥먹는 일 하나에도 틀에 박힐 일이 없었고, 좋아하던 조각도 마음껏 배워보았다. 하지만 결국 메이컨을 그리워하고 자기를 변화시켰다. 메이컨에 맞추기로 흐름을 멈추었다. 그러나 메이컨 곁으로 돌아갔을 땐 이미 늦었다. 메이컨은 뮤리엘을 만나 흐르기 시작했다. 몸은 세라 곁에 돌아왔지만 흐름은 멈출 줄을 몰랐다. 기껏 멈추었더니 남편은 반대로 흐르고 이 얼마나 억울한가.

영원히 삐걱 거려야 하는, 크기 안맞는 톱니바퀴 같은 두 사람 관계

슬픈 연극을 한편 본듯 한 마음이다. 작은 변화 하나 하나들이 잔물결을 만들었다. 이것이 뭉쳐 파도가 되고 세라로 가야할 뱃길을 뮤리엘로 이끈 기분. 그리고 그 작은 변화란 도화선에 불을 붙인 건 두 사람의 손에 놓인 일이 아니라 컨트롤할 수 없는 사고ㅡ아들이 죽은 일ㅡ다. 정작 당사자들은 의도하지도 않은 사고로 변했다. 삶은 그런 걸까? 지금까지 나라는 커다란 퍼즐판에 그런 내 의도완 상관없이 날 바꾼 사고들이 몇 번이나 있었을까? 그리고 그때마다 난 인식했나? 문득 덧없음이 스친다. 의도하지 않은 변화는 결과가 좋든 아니든 슬픈 심상으로 남는다. 우연한 여행자는 바로 그것을 잡아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