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인문학 사전

저자
A. C. 그레일링 지음
출판사
웅진지식하우스 | 2010-04-20 출간
카테고리
인문
책소개
인문학 개념들로 복잡한 세상을 읽다!영국의 철학자이자 유럽을 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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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선가 들어봤으나 정확히 그 개념을 파악하고 있지 않은 단어들. 그런 단어들의 참뜻을 찾기 위해 이 사전을 펼친다. 


책의 형식은 각 챕터당 하나의 개념을 맡아 정의하고 설명하는 형식이다. 기존 사전이 정의와 예시에 그쳤다면 이 책은 그보다는 저자의 해설과 견해에 그 무게중심이 있다. 이런 형식의 득과 실을 따져보자.  득으로는 개념정의란 결국 함축된 언어이며 그 개념이 완전히 읽는 이에게 녹아들기에는 한계가 있는 방식이다. 학생들의 참고서가 딱딱한 개념정의라면 선생님께서 풀어주시는 장광한 이야기는 더욱 피부에 와 닿는다. (이런 과정이 명백하게 효율적이기에 눈이 돌아가는 비용을 감수하고서라도 고액과외가 횡행한다) 


이 책은 다양한 개념을 더 많이 소개하기보다는 각 개념을 더욱 자세하게 설명하고 이해시키는 데 중점을 두었다. 이는 자연스레 실로 이어진다. 사전이란 모름지기 방대한 지적 데이터의 묶음이어야 한다. 그러나 해설에 대부분의 페이지를 할애함으로써 다양성을 잃었다. 적어도 사전의 본래 역할을 기대하고 펼친 독자는 실망하리라. 또한 사전은 사견이 섞이면 안 된다. 어디까지나 객관적 사실에 근거해야 한다. 그러나 이 책은 해설 상당부분에서 작가의 정체성을 쉽사리 짚어볼 수 있다. 
특히 포스트모더니즘이 진보의 가능성마저 부인하는 걸 보고 발끈하는 대목이 그렇다. 

그러나 결론은 작가의 탓이 아니다. 책의 원제는 Ideas that matter. 어디에도 사전의 의미가 없고 작가의 사견이 담뿍 담겨도 문제 없을 서명이다. 그러니 웅진지식하우스 편집부의 번역 결정에 한 마디 하자면, 동의하지 않습니다!



가치 청바지

저자
김교빈 지음
출판사
웅진지식하우스 | 2007-02-23 출간
카테고리
인문
책소개
우리시대 대표 철학자들이 던지는 동ㆍ서양의 서로 다른 시각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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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양의 가치는 화해할 수 있을까? 책의 부제목이다. 현대를 사는, 더 정확히는 현대를 사는 동양인에게 이만큼 흥미로운 주제가 또 있으랴. 동서양의 인간과 세계, 전통과 현대, 학문과 지혜, 과학과 기술을 다루는 여러 지식인들의 글을 엮은 책이 바로 가치 청바지이다. 

2차세계대전 종전 후를 기점으로 쓰나미 같이 몰려든 서양화의 물결. 그 후로 약 반 세기 이상이 지나고 세상은 이미 서양식 기준이 옳은 것으로 굳게 자리잡았다. 심지어 동양에 사는 우리까지 과거 동양의 양상은 저속한 것으로 간주할 정도이니 더 무슨 말이 필요하겠는가. 이에 우리는 동서양 문화의 융합점에 섰고 그 과도기를 온몸으로 받아들였다. 과도기란 무지와 불확실성이 불러온 혼란이고 우린 이미 그 과정을 겪었다. 그렇다면 이젠 분석과 진단이 나서야 할 차례다.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 무엇을 취하고 무엇을 사할 것인가. 때문에 시대는 이 책과 같이 동서양 융합의 가능성을 진단하길 요구하고 있다. 어렵지만 거치지 않으면 많은 병폐를 낳을 것이며 때문에 되도록 올바른 방향성을 찾을 수 있기 위해. 우리는 동양과 서양을 총체적으로 이해해야 한다. 

사실 동양이란 단어 자체가 차별이다. 서구를 기준으로 동쪽에 있다고 붙여버린게 아니던가. 2차세계대전에서 서양 제국주의들이 동양을 식민지화 하는 데 변명으로 삼은 것이 오리엔탈리즘이다. 간단히 말해 동양은 악하니 서구의 기독교로 교화시켜야 한다는 주장이다. 반면 옥시덴탈리즘은 동양은 고급이며 옳고 서양은 폭력적이며 저속할 뿐이라는 주장이다. 이러한 충돌의 과도기를 거치며 세계는 대립 이외에 얻은 것이 없다. 이제는 공존과 화해의 노력이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식계층에서 꾸준한 연구가 거듭되어야 한다. 나는 이 책을 그 연구의 중간과정을 리포트한 책이라 정의하겠다. 

모든 것을 차치하고 인간이란 존재는 진보적일 수 밖에 없고 진보란 발전을 의미하며 발전은 절대 혼란을 의미하지 않는다. 발전은 화해와 융합을 의미한다. 더 많은 가능성을 의미한다. 비록 전문가들의 글을 대중이 쉽게 알아듣도록 엮은 글은 아니다. 따라서 내용이 상당히 심오하고 어려운 부분은 어쩔 수 없다. 스무 살을 위한 철학 청바지 시리즈의 한 권인데 과연 시원하게 소화할 스무 살이 몇 명이나 될지 의문이 들 정도다. 세상에는 어려우니 피해서 현명한 경우가 있고 어려우니 맞서서 파해쳐야 되는 경우가 있다. 이 책은 후자에 가깝다. 지금도 그렇고 앞으로도 계속 일어날 갈등이고 때문에 적어도'문제 의식'은 가지고 있어야 한다. 이 책은 그 의식을 깨우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