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쾌한 창조

저자
이어령 지음
출판사
알마 | 2010-05-17 출간
카테고리
인문
책소개
이어령의 지성과 영성, 그리고 창조성을 엿보다!한국의 대표적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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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령. 이 일흔 넘은 노인의 이름 앞에는 초대문화부장관, 전이화여대교수, 각종일간지 논설위원 등 수많은 수식어가 붙는다. 그러나 참으로 그를 칭하는 수식은 '지성인' 하나로 족하다. 요전 인문학으로 광고하다에서 박웅현과 콤비를 짰던 강창래 인터뷰어가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나갈 수 없다는 듯이 이번엔 지성인 이어령을 찾았다.

 

이어령을 지성인으로 부른다는 점, 지성인, 그래 지성인은 무엇인가? 지나치게 추상에 쌓여있고 헤아릴 수 없이 많은 것을 포괄하고 있기에 지성인이라는 단어만으로는 그 뜻을 오롯이 이해하기 힘들다. 그냥 많이 똑똑한 사람 정도? 때문에 이어령의 짧지만 굵은 칼럼 몇 편을 접하면서도 '이사람은 어떤 사람이길래 이렇게 좋은 문장을 써내지? 이렇게 좋은 생각을 갖는 거지?'하는 궁금증을 떨쳐 낼 수가 없었다. 사실 강창래가 집필하고 알마에서 나온 책은 이 책 말고도 더 있다. 하지만 저 물음, 이어령은 대체 누구길래 이렇게 좋은 글을 쓰나? 하는 물음이 유독 이 책을 우선으로 사게 만들지 않았나 싶다. 지성인 이어령이 아닌 파해쳐진 이어령을 만나고 싶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실패다. 역시 만만찮은 노인네다. 그가 지나온 삶은 내가 300 페이지로 다 알 수 있을 만한 것이 못 된다. 그러니까 알려고 도전을 하면 실패가 아니라 도전과 동시에 포기하게 되는 그런 스펙트럼을 가진 사람이다. 이 점에서는 강창래도 지면을 통해 동의한다. 아니 강창래가 아니라 누굴 앉혀놔도 동의 할 수밖에 없는 그런 포기다. 때문에 실제 이책의 집필가인 강창래는 이어령을 둘러싼 굵직한 몇 가지 테마를 다룬다.


그 첫째가 김수영 시인과 사설을 통해 대담을 벌였던 사건, 둘째가 이어령만의 그레이 존 이론, 셋째가 이런 지성인임에도 기독교의 세례를 받으며 영성의 세계로 발을 뻗은 점, 넷째가 현재 이어령이 진행하고 있는 프로젝트다. 뭐 나의 리뷰가 항상 그렇듯이 본문의 내용을 자세하게 쓰고 싶지 않다. 책의 컨텐츠는 언제나 읽는 이의 몫이기 때문이다. 다만 몇 마디 하자면 첫째의 김수영시인과 벌인 불온시 대담은 집필자 강창래가 원문을 옮겨왔는데 그래도 너무 원문에 집착한 것이 아닌가 싶다. 그 당시의 인쇄 유행 그대로 한자어는 고대로 한자로 쓴 것. 딱히 읽기 어려운 한자는 없었지만 확실히 눈에 익은 한글만 읽다가 한자가 나오다 보니 가독성이 떨어진다. 읽는 속도가 대충 30퍼센트 정도는 느려지는 것 같았고 매우 불편했다. 원문의 내용을 각색하자는 것도 아니고 한자 발음을 한글로 옴겨서 쓰는 것이 원문 파괴도 아니다. 근데 꼭 이 형식을 취해야 했을까?

 

원래 의도인 '이어령을 자세히 알고 싶다'는 내 의도는 실패했다. 앞으로 나올지 안 나올지야 알 수는 없는 노릇이지만 이어령평론 같은 것이 있다면 그것을 읽어야 했겠지. 문제를 푸는 수식을 잘못 선택한 내 탓이다. 하지만 이상 하게도 이어령이 가진 수면위의 일각은 다른 이들의 수심속 커다란 빙산보다 크게 느껴진다. 디지로그라는 생각, 그레이 존, 창조학교 등, 그의 일각 하나하나의 무게가 매우 묵직하고 그래서 흥미롭다. 지금부터 이어령을 알아가기에 좋은 발판이 될만한 책이다. 이어령의 지성이 폭발하고 만개하는 그의 원점, 그의 소설을 챙겨 읽어봐야겠다. 근데 한두편이어야지 원.

 



인문학으로 광고하다

저자
박웅현 지음
출판사
알마 | 2009-08-27 출간
카테고리
인문
책소개
인문학으로 창의력을 발산하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박웅현의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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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텔레콤의 현대생활백서 시리즈 CF를 기억하시는지. 휴대폰이 더 이상 전화를 하는 '도구'가 아니라 이미 우리의 '배경'이라는 포인트를 꼭찝은 수작이다. 이 시리즈를 만든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박웅현. 이 남자를 인터뷰어 강창래가 인터뷰했다. 잠깐 잠깐, 현대생활백서가 별로였다고? 그렇다면 '그녀의 자전거가 내 마음속으로 들어왔다'라는 카피의 빈폴광고는 기억하시겠지! 이것도 박웅현 작품이다.

 

 커버 카피에도 써 있지만 결국 박웅현이 광고를 잘뽑아내는 비결은 인문학 책을 많이 읽는 것이다. 그리고 박웅현의 모든 광고는 어렴풋이 때로는 강렬하게 인문학을 담는다. 다시 말해서 박웅현의 광고는 인간중심이다. 이게 먹히는 비결이다. 또한 책은 광고의 본맛인 창의력에 대해 많은 분량을 할애한다. 박웅현은 인문학 소양이 쌓이면 자연스레 창의력이 발휘된다고 한다. 이외에도 좋은 광고의 조건인 시청자와의 소통, 망상보다는 실천 등을 재미있게 풀어낸다. 광고에 관심있는 독자는 자연스레 빠질 수 밖에 없는 구조다. 질투가 날 만큼 구조와 주관이 뚜렷한 책이다.

 

인터뷰어 강창래의 날카로움, 기나긴 관련 경력답게 노련한 질문, 박웅현의 쿨하고 창의력 있는 답변. 둘 중 한명이 여자로 태어났다면 결혼시켜주고 싶을 만큼 죽이 잘 맞는 웰메이드북! 내포한 인문지식, 서적관련 정보도 많다. 메모가 필수였다

 

인용을 하나 하자면 ㅡ아이디어는 창의가 문제가 아니다. 그 아이디어를 현실화시키려 주변 사람을 설득하고 성공하게 만드는 노력의 문제다.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