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작은 거짓말

저자
에쿠니 가오리 지음
출판사
소담출판사 | 2010-11-02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같은 장소로 돌아가기 위한 아내와 남편의 수많은 거짓말...결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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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홍빛 표지, 귀여운 폰트, 그리고 에쿠니 카오리식 소담한 파격

 

결혼 이후 에쿠니 카오리는 본격 주부물 소설가가 되려는 걸까? 저번에 읽은 에세이 '당신의 주말은 몇 개입니까?' 이후 다시 에쿠니 카오리의 결혼에 관한 글을 읽는다. 혹시나 서명에 결혼이 언급되었다면 결코 사지 않았으리라. 저자의 팬으로서 '당신의 주말은 몇 개입니까?'는 살짝 약한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물론, 안 사고 안 읽었으면 후회했을 책이 바로 달콤한 작은 거짓말.

 

책은 평범하지만 어딘가 살짝 특이한 부부를 다룬다.ㅡ에쿠니 카오리는 항상 이런 식이다 평범함에 살짝 깃든 파격 그 때문에 미친듯이 찾아읽게 되지만ㅡ 한집에 살지만 생활은 달리하는 삶. 이야기는 하지만 듣지 않는 서로의 모습. 짐짓 이혼만이 답이라고 여겨지는 이 부부는 그래도 무엇인가, 문장으로는 표현할 수 없는 서로를 이끄는 자력이 있다. 권태. 하지만 결코 서로 입밖에 내지 않는 권태 아닌 권태. 그 둘의 세계에 남편에게는 과거의 여자가, 아내에게는 새로운 남자가 끼어들고 둘은 달콤한 거짓말의 세계로 빠져든다.

 

에쿠니 카오리하면 역시 간결체가 떠오른다. 문장이 결코 길지 않다. 하지만 문장이 짦아짐으로 발생하는 빈 터, 그 무의 공간은 결코 의미없음이 아니다. 독자는 시나브로 그 공터를 독자의 공상으로 메운다. 때로는 이야기 플롯을 때로는 등장인물의 심리를. 언뜻 간결체의 차가운 문체라고 보일수도 있지만 실제로 읽어보면 오히려 작가와 독자가 짧은 대화를 거듭하는 듯한 오묘한 마술에 빠져든다. 그것이 바로 에쿠니 카오리의 글이다. 이 책에도 그런 특성을 십분 발휘해놓은 게 느껴진다. 등장인물들 각자의 외도 그리고 그 변명, 각 인물의 변명에 공감하는 독자. 누가 나쁘다 단정할 수 없다. 그러기에는 인물들이 너무 친근하게 대화를 걸어온다, 공백을 주며. 그리고 마지막에 가서는 이러한 변명의 인물과 또 독자에게 에쿠니는 파격의 처벌조치를 내린다. 거부할 수 없을 만큼 시원한 처벌에 되려 시원한 마음으로 받아들이게 된다.

 



당신의 주말은 몇 개입니까

저자
에쿠니 가오리 지음
출판사
소담출판사 | 2004-09-15 출간
카테고리
시/에세이
책소개
청아한 문체와 세련된 감성화법으로 사랑받는 일본의 3대 여류작가...
가격비교


 

그녀의 팬임을 숨기지 않겠다. 에쿠니 카오리의 에세이 아니 정확히 말해서 결혼 에세이. 오랜만에 이 작가만의 맛을 느끼려 집어든 책은 생각 밖으로 다른 맛이 났다. 이 여자가 지어낸 이야기가 아니라, 이 여자를 반영한 것이 아니라, 이 여자 그 자체의 맛이 났다. 원하던 맛은 아니었지만 딱히 맛없지는 않다. 그렇다고 맛있지도 않고.

 

머리로는 이해 할 수 없는 남편의 게으름을 묘사하여 읽는이로 하여금 '결혼이란 이렇게 불편한 것' 이란 마음을 심어주다가도, 남편의 등을 꼬옥 감싸고 잠을 자면 행복하다는 등 결혼의 진미를 이야기 하기도 한다. 책을 덮고도 아직 모르겠다. 이 여자가 결혼을 바라보는 스탠스는 무엇인가. 스탠스 자체가 없다고 봐도 좋을지, 그렇다고 하기엔 결혼에 관한 많은 것을 정의하고 그 정의엔 일관성이 없다. 그래서 든 생각인데 때로는 답이 없음이 답이 아닐까 한다. 이 여자의 결혼생활이 곧 그렇고, 세상의 모든 결혼이 그렇지 않을까.


기혼자ㅡ특히 기혼 여성ㅡ에게 공감을 많이 받을 글이다. 에쿠니 카오리의 대중성은 말할것도 없으니 제외하고도 말이다. 그래서 말인데 나와는 정말 들어맞지 않는 책이었다. 미혼 남성에 독신주의자이다보니.

 

특히 경악할 수밖에 없던 챕터 '어리광에 대하여'. 으아! 내가 제일 싫어하는 것이 저 어리광이다. 내가 부리는 것도 누군가 부리는 것도 정말 싫다. 헌데 에쿠니 카오리는 찬미를 하고 있지 않은가?! 오 세상에 좋아하는 작가로 치면 손에 꼽는 사람인데 이렇게 엇나가는 부분도 있었다니, 괜한 실망감에 휩싸인다. 내가 남편도 아닌데.

 

 또 에쿠니 카오리의 마법에 낚였나보다. 기껏 140페이지 남짓하는 단편에 별생각을 다하고 마무리지어지는군. 사람 생각하게 하는 데는 뭐 있다니까 정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