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도하

저자
김훈 지음
출판사
문학동네 | 2009-10-08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기자 김훈의 눈으로 들여다본 세상 이야기!칼의 노래, 남한산성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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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은 냅다 

퀘퀘한 담배연기와도 같은 단어. 그 단어들이 담배 한 모금을 빨아들이고 다시 뱉어내는 빠르기로 스쳐간다. 이 말라붙은 간결체 문장들이 마치 사진 한 장을 보듯 객관성있게 정보를 전달한다. 사건이 흘러가는 모습과 풍경을 말이다. 지은이가 기자 출신임을 다시금 되돌아본다. 또한 정보전달에 충실하느라 묵혀두었던 감정들이 습기를 품고 만연체 문장에서 뿜어져 나온다. 만연체 문장을 읽어 나갈 때면 출신이 어찌되었든 역시나 소설이며 소설가의 글이다 싶다.

 

 이 책은 어둡다

많은 죽음이 나오는데 모두 자기 의지도 아니며 자기 잘못도 아닌 죽음. 선을 좇다가 맞은 희생이 아닌 악을 좇는 이들에게 당한 개죽음에 가깝다. 이런 일이 눈앞에서 벌어진다면 차라리 스스로 눈을 가리어 어둠 속에 갇혀 버리고 싶을 만큼 적막이 만들어낸 끌어당김을 느낀다. 딱히 추악한 인간의 모습을 묘사하지도 않았다. 그저 사건들이 풀어져가는 과정을 읽으며 자연스럽게 뼈에 사무치는 깊은 어두움이 있다. 이는 때때로 직접 이빨을 드러낸 악인을 묘사하는 글보다 더 섬뜩하게 다가오는데 미움보다 무관심이 더 무섭다는 말을 다시 떠올리게 한다.

 

 메마름

이렇게 메마른 아수라장을 무릎과 팔꿈치로 땅을 짚으며 기어가는 사람들이 있다. 그 삶들을 다루면서도 감정을 기울이지 않는다는 점은 어찌 보면 너무하다 싶기도 하다. 하지만 감정의 동물인 인간에게서 감정을 제쳐놓고 보려할 때 비로소 눈에 들어오는 '살아가는 사람들의 진짜 모습'은 치졸하고 애처롭고 당장 시야에서 내던져버리고 싶은 모습일 테다. 우리가 감정을 제쳐놓고 사람과 사람이 엮여사는 사회를 볼 때 드라나는 메마름, 아니 우리가 그런 노력을 기울이지 않아도 이미 메말라 있는 그곳. 사람과 사람이 만든 사회가 아닌 욕심과 욕심 사이에서 힘있는 욕심이 차지해버린 사회. 텁텁함을 느낀다. 김훈의 글이 좋으나 그 좋음이 웃음을 자아내는 좋음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