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장 선거

저자
오쿠다 히데오 지음
출판사
은행나무 | 2008-05-01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선거는 이기거나 지거나 둘 중 하나야! 오쿠다 히데오 장편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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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오쿠다 히데오의 이라부 시리즈 중에 한 권인 町長選擧. 역시 공중그네처럼 책 속에 있는 한 가지 이야기 제목을 따왔다. 이 시리즈는 이라부라는 괴짜 정신과의사와 환자들을 둘러싼 이야기다. 그리고 이번엔 거대 신문사 사장, IT 기업으로 대박난 젊은 사장, 젊음을 지키고 싶어 안달난 여배우, 섬으로 파견된 젊은 공무원을 환자로 다룬다.

중년인데도 어리광쟁이에 마마보이, 게다가 주사놓는 행위에 페티쉬까지 느끼는 괴짜 이라부. 물과 기름 같을 거라 생각되는 간호복과 고딕계 패션의 조합, 지저분한 말투에다 골초인 간호사 마유미가 그들을 기다리고 있다. 바로 앞 문장에서 묘사했듯 부처가 와도 이 둘 앞에서는 '이거 순 돌팔이 아냐?!' 싶을 거다. 그 정도로 기존 궤도에서 벗어난 조합. 이 둘이 병을 고칠 수 있을까, 정말?

이야기들이 주는 것들

우선 이라부의 괴짜스러운 말투가 주는 재미를 들겠다. 어린이의 솔직함은 가끔 어른의 허를 찌르는 법이다. "왜 꼭 그렇게 해야 되는데?"라는 아이를 만난 적 있는지. 아랍어로 된 문제집을 푸는 느낌이다. 뭐라 제시할 답이 없다는 말이다. 튀면 괴짜취급받는 사회, 그 틀 속에서 자기 괴짜스러움을 전면개방하는 이라부 선생은 그런 어린 아이의 솔직한 날카로움을 닮았다. 

다음으로 치료해 나가며 얻는 교훈이라 하겠다. 시간배경을 지금 2000년대로 놓고 쓰인 소설이기에 등장인물들 이 겪는 정신병은 곧 우리의 정신병이라고도 할 수 있다. 비록 이라부가 그 완치까지 가져가는 과정이 노골적이고 뻔뻔하고 환자 속을 뒤집어 놓긴 하지만 그건 소설의 재미로 치면 그만이고 결국 환자들은 저런 이라부의 뻔뻔함 뒤에 숨겨놓은 큰 뜻을 찾게 된다. 그리고 그 뜻을 받아들여 마음가짐을 가다듬고 완치. 이는 곧 마음가짐을 아로새기었기 때문이며 이 아로새김이야말로 현대를 살아가며 스트레스 받는 우리들에게 주는 교훈이라고 할 수 있다.

아쉬운 것은

첫 째, 이라부를 반쯤은 신으로 여기고 써내려 간다는 점이다. 환자들이 현대를 살듯 이라부도 결국은 우리와 같이 현대를 사는 사람이다. 이라부도 언젠간 다루기 정말 까다로운 환자를 만나서 땀 삐질삐질 흘리며 고민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인간미가 있지 않을까? 사실 반쯤 신이던 이라부도 '町長選擧' 에피소드를 통해 시리즈 사상 처음으로 방에 틀어박히는 모습을 보여줬다.(책 표지에 붙 은 띠에도 이 점을 강조했다ㅡ일본판의 경우ㅡ) 하지만 어머니께 전화한다는 위협 한마디로 방문을 열다니 '이거... 쉬워도 너무 쉽게 고민해결이잖아! 이게 광고할 만큼 큰 사건이야?!' 하는 생각이 앞섰다. 의사라고 스트레스가 없겠느냐, 불도저 같은 이라부도 철벽에 부딪히는 모습을 보여줬으면 한다. 흉부전문의사도 건물 옥상에서 담배를 태우는 마당에.

둘 째, 교훈에 다양성이 없다. 하기사 심리치료는 어딜가든 마음편히 먹어라, 흥분을 가라 앉혀라, 좋은 면을 봐라. 이 세 가지 틀에서 벗어나지 않겠지만 이건 현실의 이야기다. 우리는 문학에서 환상을 찾고 일탈을 찾으려 읽기 때문에 이라부란 괴짜를 낳을 상상력을 상황마다 다른 교훈형태로 휘둘러 줬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