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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는 가족을 버려, 집은 없어 무너져가는 차안에서 살아, 동생은 귀찮게 굴어, 학교 친구는 떠나가. 아직 청소년이라 부르기도 민망한 소녀에게는 무엇 하나 제대로 된 배경이 없다. 비루한 배경에 이골이 난 소녀가 날리는 마지막 측면 승부.
물질이 전부가 아니라는 계몽이 은근슬쩍 깔려있다. 그 점이 마음에 든다. 그런 점을 볼 때 무키 아저씨는 이 계몽을 전파하는 선지자나 다름없다. 자기 몸을 빌어 물질 없이도 행복하게 유유자적하는 삶을 은연중에 조지나에게 풍긴 것도 그렇고, 개를 훔친 것을 알고서도 모른 척 해준 점이 그렇다. 등장신은 극히 적으나 매우 인상 깊은 인물이다. 헐리웃 영화에 가끔 등장하는 아메리카 원주민 같은 그런 깨달음에 달한 사람.
주인공 조지나가 보여주는 능동성에 주목한다. 기존 소설이었다면 저런 배경의 여캐릭터는 당연 신파극의 주인공 꼴이다. 반면 이 책은 철저히 능동형으로 그린다. 비록 수두룩히 얻어맞다가 날리는 울분에 찬 카운터 어퍼컷이 아니라 측면 승부 즉, 반칙에 그치긴 하였지만. 그래도 조지나에게 주어진 상황에서 애초에 정면 승부라는 것은 불가능하지 않았는가. 그런 면에서 이 개도둑질에는 조지나의 혼신이 담겨 있다. 인간답게 좀 살아보자 하는. 이런 처절한 상황에서 나오는 발악은 남녀노소를 묻지 않는다. 이 점을 부각시키려 깔아 놓는 장치일까? 기존 관념에서는 수동적이며 보호의 대상인 여아를 능동의 주체로 삼은 점. 효과가 아주 뛰어났고 덕분에 깊은 동정심을 가지고 읽어 나갈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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