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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머리. 지금 대머리이신 여러분들에게는 참 송구스런 말씀이나 되도록 피하고 싶은 그 두피상태. 한 올에 몇 만원씩이나 들여가며 새 머리를 심어서라도 탈출하고 싶은 그것. 얼마나 안 좋은 인식을 내품기에 호색한과 쫌팽이의 대명사로도 불리울까. 그 대머리가 사춘기를 앞둔 소년의 가르마를 노린다면?!
그렇지 않아도 괴짜기질이 있던 소년 헤르만. 엎친데 덥친 격으로 탈모증까지 선고받는다. 이에 본격 삐딱노선을 타기 시작한다. 어른들의 은밀한 관계에 촌철살인의 한마디를 날리기, 선생님께 대들기, 무단 결석하기, 교장실 창에 돌을 던져 깨부수기…… 이런 짓궂은 행동의 기인은 스스로를 흉측하다고 생각함에 있다. 흉측한 자기 대머리를 보이지 않기 위해 부모님 앞에서조차 모자를 벗지 않고, 학교에도 나가지 않고, 말걸면 툴툴대는 삐딱이 헤르만.
하지만 사람들은 헤르만을 영원한 삐딱이로 자리잡도록 방치하지 않는다. 하루종일 툴툴거리더라도 엄마와 아빠는 끊임없이 다정하게 대해준다. 가끔 찾아뵙는 병로한 할아버지는 언제 찾아뵈어도 즐거운 말상대이다. 그리고 다리에 개미가 있는 아주머니는 헤르만의 잘못을 눈감아주신다. 루비는 대머리를 보드랍게 쓰다듬어주었다. 이렇게 흉측한 대머리인데도. 이 모든 따듯한 대우가 방에 틀어박힌 헤르만을 나오게 만들고, 책가방을 메게 만들고, 크레인 위에 오르게 만들었다.
조건 없는 관심과 사랑은 삐딱이도 활짝이로 바꿔준다. 거울조차 보기 싫어하던 대머리 소년을 모자도 가발도 없이 거리로 나서게 만든다. 따라서 관심과 사랑은 훌륭한 고독 치료제이다. 여러분도 책 한 권으로 치유받아 보시길, 원작자와 번역자가 세세하게 아이의 시선에서 아이의 말투로 풀어썼기 때문에 약효는 더더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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