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양을 등에 지고 그림자를 밟다

저자
박완서 지음
출판사
현대문학 | 2010-02-19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우리 시대를 이끌어가는 대표작가 9인의 자전적 소설!현대문학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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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문학 창간 55주년 기념 서적. 이기호의 사과는 잘해요로 눈에 익은 출판사에다 기념 서적이라니 당연히 어떠한 자력에 이끌려 집어들었다. 이 몸은 쇳덩이오. 책은 박완서, 이동하, 윤후명, 김채원, 양귀자, 채수철, 김인숙, 박성완, 조경란 작가가 쓴 단편 9편을 담고 있다. 각 작품마다 작가의 개성이 담뿍 담겨 있어 단일 작가의 단편집보다 즐겁게 읽힌다.

 

이 책에서 이야기들은 언듯 따로국밥처럼 읽힐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야기들을 얽어매는 코드는 분명 있을 것이라는 것이 예상이었고, 예상은 들어맞았다. 우선 표현양식은 다르지만 모두 '한'을 담고 있다는 점. 인기가수 휘성이 흑인음악을 하게 된 계기로 한국인의 정서와 '한'을 공유하기 때문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범국민의 내면에 흐르는 이 한을 박완서는 전쟁으로, 이동하는 향수로, 윤후명은 모성애로, 김채원은 허무로, 양귀자는 되살아난 가족애로, 채수철은 고통과 발버둥으로, 김인숙은 눈물로, 박성완은 여정으로 드러낸다. 그리고 '한'에서 이어지는 코드일지도 모르나, 한국독자가 한국문학에서만 맛볼 수 있는 진한 맛이 뇌리에 남으며 소화된다. 시대 배경이 그렇고 가족 구조의 배경이 그렇다. 때문에 더 정이 묻어나는 것이다. 특히 김인숙이 쓴 해삼의 맛은 학창시절 교과서에 실리던 명작들을 연상시킨다. 울음을 터트려 발산해낼 수 있는 슬픔이 아니라, 가슴을 주먹으로 망치질해도 풀리지 않고 빠져나가지 않는, 굳고 아련한 그 느낌.

 

오랜만에 한국문학다운 한국'현대'문학을 만났다. 출판사 이름과 아주 잘 어울리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