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쪽으로 튀어. 1

저자
오쿠다 히데오 지음
출판사
은행나무 | 2006-07-15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현대인들에게 통쾌하고도 유쾌한 처방전을 제시해준 공중그네, 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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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나 보니 아버지가 과격파 운동권 출신. 운동권 은퇴(?) 후 놈팽이 아버지로 돌아오긴 했지만 여전히 세상은 그를 가만두지 않는다. 또다시 사건에 말려들자 온가족은 오키나와로 탈출을 시도하는데...소설은 파란만장한 가족의 둘 째 아이, 지로의 시선으로 전개된다.

 

두 권으로 이루어진 이야기의 첫 권은 초등학교 6학년생인 지로를 중심으로 풀어나간다. 때문에 그 시절에서만 느낄 수 있는 감정, 사춘기의 복잡미묘함, 유년문화가 뿜어대는 그리움 등이 넘쳐난다. 무엇보다 도드라지는 점은 그 어린시절에도 힘의 다툼이 있고 약육강식에 지배당함을 놓지지 않고 잡아낸 부분이다. 크고 작은 초등학생들 사이의 사건으로 명랑함을 더해가지만 사회문제를 등한시하지 않은 작가의 눈초리가 빛난다. 그리고 이는 소설 전체의 흐름과도 상통한다.

 

두 번째 권은 오키나와로 이주한 이후 가족의 모습을 그린다. 탈출지에서 조차 안빈낙도한 삶을 꾸려나가지 못하고 또다시 거대한 사건에 휘말리는 무정부주의자 가족. 자본과 시스템이 엄습하는 이 땅에서 과연 이 가족이 갈 곳은 어디인가?

 

이라부 시리즈로 익숙한 오쿠다 히데오의 진면목을 발휘한 작품이다. 이라부 시리즈에서도 그랬듯 오쿠다 히데오는 절대 사회현상, 사회문제를 가볍게 여기지 않는다. 그럼에도 글이 딱딱하지 않은 것은 그의 명랑 발랄한 문체에 있다. 이 작품만 해도 그렇다. 2권의 중반부 본격 갈등이 고조되는 부분에서

경찰, 개발업자, 지역주민, 심지어 외국인까지가 난장판 갈등을 빚는데도 경찰과 외국인이 지로의 누나를 놓고 줄다리기하는 코드를 심어 웃음을 놓치지 않았다. 키득거리며 읽어도 뇌리에는 현재 사회의 문제의식이 자연스레 상기된다.

 

무엇보다 이 사람의 글감은 도대체 끝이 어디려나, 이라부 시리즈는 환자들의 다직종으로 폭을 넓혔다면 남쪽으로 튀어!는 글감의 토털패키지라 할 수 있다. 대충 기억해 보아도 이 두 권에 남녀, 좌우와 아나키스트의 정치 대립, 자연보호, 신화, 약육강식 등을 꽉꽉담았다. 더군다나 그 어느 글감도 시쳇말로 '쩌리'가 아니라 다들 한몫한다는 점이 혀를 내둘게 된다.

 

그러다보니 안 재밌기가 더 힘들다. 호광성 곤충이 야외전등에 이끌리듯 한번 잡으면 놓기가 여간 힘든게 아니니 주의하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