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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로그/인문학에 해당되는 글 51건
- 2013.01.03 2011.3.9/연암에게 글쓰기를 배우다, 설흔·박현찬, 예담
- 2013.01.03 2011.1.18/제국의 몰락, 가브리엘 콜코, 비아북
- 2013.01.03 2011.1.13/중미전쟁, 랑셴핑, 비아북
- 2013.01.03 2011.1.7/인문 고전 강의, 강유원, 라티오 1
- 2013.01.03 2010.12.31/융, 호랑이 탄 한국인과 놀다, 이나미, 민음인
- 2013.01.03 2010.12.15/거꾸로 보는 고대사, 박노자, 한겨레출판
- 2013.01.03 2010.12.10/교양 노트, 요네하라 마리, 마음산책
- 2013.01.03 2010.12.3/지상의 모든 음식은 어디에서 오는가, 게리 폴 나브한, 아카이브
- 2013.01.03 2010.11.24/원숭이도 이해하는 자본론, 임승수, 시대의창
- 2013.01.03 2010.11.19/고쳐 쓴 한국 근대사, 강만길, 창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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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명문장가 연암 박지원. 이 책은 직접 우리가 제자가 되어 연암의 글쓰기 비법을 배우도록 이끈다. 비록 완벽한 사실을 기초로 한 것이 아닌 팩션소설이긴 하지만, 오히려 이 방식을 썼기에 가공인물인 연암의 제자 박지문에 독자는 완벽한 이입을 느낄 수 있는 장점으로 작용했다.
우선, 복합장르에서 느껴지는 충만함이 기분 좋다. 얼마 전 드라마로도 방송한 '성균관 유생들의 나날'이 큰 인기를 끈 점을 주목해본다. 마찬가지로 우리나라 사람들은 사극, 즉 그 자체로 팩션인 역사극에 끌린다는 것이 이미 자명한 정설이다. 이 책 또한 옛 위인 연암 박지원의 이야기를 다룬 일종의 사극 소설이다. 그런 의미에서 인기의 요소를 최소한으로는 보장받은 셈이다. 이에 그치지 않고ㅡ서명 그대로ㅡ좋은 글쓰기를 배우는데 도움을 주는 것도 놓치지 않았다. 이 책 한 권으로 연암식 글쓰기 원리, 실전수칙, 나아가 글쓰기의 자세까지 체득할 수 있다.
또한 짜임새에도 점수를 주고 싶다. 연암의 아들인 종채를 주인공으로 삼은 노란 바탕 페이지와, 지문과 연암을 주로 다룬 흰 바탕 페이지가 교차한다. 이로 독자는 작은 이야기들 사이에서 휴식점을 찾고 잠시 머리를 정리하고 넘어가기 용이하며, 마치 사극에서 배경이 전환되며 새 이야기로 분위기를 환기시키는 몰입성 또한 뛰어나다.
연암 자체에 관심이 있는 독자, 글쓰기에 관심이 있는 독자, 사극식 소설을 즐겨 읽는 독자, 새로운 방식으로 독서의 새 재미를 찾는 독자. 추천할 독자 성향이 다양하고 그만큼 폭넓게 읽히기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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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7/인문 고전 강의, 강유원, 라티오 (1) | 2013.01.0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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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2.15/거꾸로 보는 고대사, 박노자, 한겨레출판 (0) | 2013.01.0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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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되었지만 결코 잊혀지지 않는 고전에서 삶의 가치를 찾다
책은 인류최초의 고전이라 하는 일리아스부터 논어까지를 다룬다. 이 책을 '고전읽기를 통해 인간의 총체를 담았다'라고 평하고 싶다. 여기서 인간의 총체라 함은 역사, 정치, 문화로 규정해 보았다.
첫 째로 저자는 고전을 통해 역사를 다룬다. 인간에게 역사를 빼면 한낱 포유동물에 지나지 않음을 생각해보면 역사가 인간을 논함에서 얼마나 큰 부분을 차지하는지 알 수 있다. 그런 면에서 각 고전이 탄생하게 된 배경을 저자는 집중 분석한다. 특히 이념과 사상을 다룬 고전들은 그 이념과 사상이 태어난 배경, 즉 역사성을 꼭 강조해주고 이야기를 전개하는 것이 아주 짜임새 있다.
둘 째로 정치를 다룬다. 책 앞부분에서 다루는 일리아스나 안티고네에는 포함되지 않는 부분이지만 그 후로는 주로 정치와 관련된 고전을 분석했다. 정치는 언뜻 멀게 보여도 사실 우리 삶 구석구석까지 파고드는 것이다. 정치가 중요하기에 천년도 전에 쓰인 정치를 다룬 고전이 잊혀지지 않고 우리에게 전해져 옮이 그 증거이다. 저자는 이 책을 객관성을 가지고 썼다고 보인다. 하지만 이 정치부분에서는 나름의 소신을 드러낸다. 객관성의 소실이냐, 설득력이 높아지는 것이냐, 이것은 독자의 해석에 달려 있다.
셋 째로 문화를 다룬다. 저자는 열두 가지 고전 텍스트에서 예술과 문학, 시, 과학, 철학의 진국을 뽑아낸다. 이렇게 광범위한 스펙트럼을 다루려면 상당한 배경지식이 필요할 터인데 고전을 얼마나 읽고 또 읽었는지 작가의 열정에 혀를 내두르게 된다.
위 세가지 요소가 곧 이 책의 장점이다. (서명으로 인문을 내건 만큼)인간을 (고전을 내건 만큼) 고전으로 구석구석 설명해냈다. 그에 더해 이 책의 장점 하나를 더 들자면 각 챕터간의 연관성이다. '일리아스'에서 뽑아낸 지식을 바탕으로 삼아 '안티고네'로 이어가며 '군주론'에서 뽑아낸 지식을 가지고 '방법서설'로 이어간다. 이렇게 모든 챕터가 일종의 체인구조를 이루고 있기 때문에 독자는 마치 한편의 대서사시를 읽어나가듯 흥미위주로 몰입하며 완독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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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앗줄을 타고 하늘로 올라가 해와 달이된 남매를 기억하시는지? 그렇다면 일하고 돌아오면 집안일을 말끔히 해놓고 밥까지 차려 놓는 우렁이 각시는 어떤가? 흔히 옛날이야기라 부르는 민담. 할아버지 할머니께서 무릎을 베개로 내어주시며 배를 톡톡 두드리시며 들려주던 구수한 이야기. 저자 이나미는 이 책을 통해 그 구수함을 뛰어넘어 민담으로 인간의 심리를 분석했다.
저자도 밝혔지만 이 작업은 비단 저자만의 것이 아니며 그동안 동서양을 막론하고 여러 분석 심리학자들이 민담을 분석했다. 그만큼 심리학에서 민담은 중요한 분석 대상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서점에서 마침 딱 눈에 들어올 만한 서명을 달고 있긴 하더라도 이미 비슷한 종류가 많으니 독창성은 약간 마이너스. 한국 민담만을 가지고 분석했기에 좀 더 점수를 줄 수도 있지만 타국 심리학자들도 대개 자기네 나라 민담을 분석했을 게 아닌가?ㅡ이쯤되면 마이너스 주고 싶어 안달난 사람 같아 보인다ㅡ
책은 크게 민담 속에서 남성성과 여성성, 사랑과 눈물, 자아정체성, 직업의식, 소통을 끄집어낸다. 각 이야기 분석을 보면서 이 옛날이야기에 이런 심리가 숨어 있었다니 하며 놀랄만한 부분이 많다. 예를 들어 도깨비 감투에서, 도깨비 감투를 쓰고 투명인간이 되어 이래저래 못된짓을 하고 다니다가 구멍이 나서 발각되는 장면을 보고 우리는 '거참 통쾌하다! 인과응보지' 정도를 느끼는데, 분석 심리학자인 작가는 지위나 신분이라는 페르소나를 뒤집어 쓰고 서서히 망가지는 자기 본래의 자아라는 개념을 끄집어낸다.
그저 재밌는 이야기를 분석함으로 새로운 의미를 부여한다거나 새로운 시각을 발견한다는 점에서 이 책은 아주 재밌다. 하지만 대상이 민담이라는 것은 약간 걸린다. 민담은 그 목적 자체가 구수하고 간단하며 약간의 가르침을 담는 정도에서 머무를 때 가장 재밌는 것이 아닐까? 구태여 그 속에 숨어 있는 인간 본연의 심리까지 파해쳐 '이 등장인물은 이런 심리 때문에 이런 행동을 했다' 같이 기계식 분석을 가져다 붙이면 되려 재미가 반감된다. 그렇기에 옛사람들은 민담을 구전했지 문서화하지 않은 게 아닐까도 싶다. 물론 인문학 자체가 인간에 관한 것이라면 파헤쳐 분석하고 그 긁어부스럼 만드는 학문이고 그곳에 재미가 있긴 하지만 말이다.
또한 이 책을 읽다보면 부수효과로 융 심리학으로 민담을 분석하는 게 아니라 민담을 분석하다가 융 심리학을 배워가기도 한다. 아니무스니 아니마니 하는 개념을 자연스레 익힌다. 나같이 가지치기 독서를 하는 사람들이라면 다음 책으로 '칼 융'에 관한 책을 집어들 확률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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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란 흔히 현대의 상식으로 해석되는 것이다. 따라서 또한 흔히 왜곡되고 편집되며 첨부되고 삭제된다. 한국사 또한 예외를 벗어날 수 없다. 한국은 19세기 제국들의 침략에 무참히 짓밟힌 역사를 가지고 있기에 이에 반항하고자 신채호를 필두로 하는 민족주의사학이 한시대를 휩쓸었다. 근대 민족주의사학은 아직까지도 한국사학계를 주름잡고 있으며 따라서 한국사는 민족주의식으로 왜곡되어 있다. 이에 이골이 난 박노자. 근대사학에 사로잡혀 장미빛으로 왜곡된 한국사를 버르집는다.
민족주의란 무엇인가? 한 지역이나 국가의 민족성을 앞세워 정당성을 얻고자 하는 해석 정도라고 할 수 있다. 우리가 흔히 주장하는 한민족의 우수성, 유태인들이 주장하는 신에게 선택된 민족이라는 믿음 등이 민족주의의 모습이다. 언뜻 보기에는 자국민의 긍지를 고양시켜주는 긍정이념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나치의 우두머리 히틀러도 지독한 게르만 민족주의자이고 때문에 비게르만 인종을 무참히 학살하지 않았는가? 민족주의란 자국, 동민종에게만 유리한 이념이며 타국과 어떠한 관계가 이루어질 때는 장애물로 바뀌는 표리일체 이념이다. 그도 그럴 것이 우리민족만 뛰어나면 남의 민족은 뒤떨어진다는 소리일 테고,또 다른 민족도 위와 같은 자민족 우수주의 즉 민족주의에 빠져 있다면 양국간의 불화는 불보듯 뻔하지 않은가?
저자는 이 민족주의 때문에 한국사도 꽤나 오염당했다고 말한다. 특히 일제강점기를 지나 반일감정이 고조에 달한 탓에 한반도 삼국시대에 일본은 삼국에 비해 무조건 후진한 문화를 가진 나라가 아니었고 일종의 파트너였다는 점을 괄시한다. 이를 인정하면 민족주의가 성립되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당시 왜국은 삼국간의 균형이 흔들렸을 때 삼국 중 한 나라와 동맹을 맺고 대규모 군사지원을 하는 등 파트너 역할을 했으며 그 댓가로 빈번히 교역을 했다. 하지만 교과서는 이 점을 전혀 기술하지 않는다. 또한 한민족이 만주의 주인이었다고 단언하는 점도 교과서의 왜곡이다. 고조선을 이루고 있던 구성원 중에는 물론 한민족도 있겠지만 만주의 여러 부족들도 대다수를 차지했음이 자명한데 이를 마치 우리만의 전통, 우리만의 과거의 땅으로 당당히 외치는 것은 분명 자민족 이기주의에 해당할 것이다.
위와 같이 교과서로는 알 수 없는 참된 한반도 고대 역사에 박노자는 중점을 두고 기술한다. (비록 저자는 좌파더라도) 좌파와 우파에 영향을 받지 않은 그대로의, 민족주의에서도 벗어난 현대 순수사학으로서 분석한다. 현대 동아시아는 한국 중국 일본 부유한 세 나라가 서로 마찰도 하고 교역도 하며 붙어살고 있다. 이는 곧 날이 갈수록 삼국의 교류와 협조가 필요하다고도 말할 수 있다. 이 때에 중국은 동북공정을, 일본은 아직도 들끓는 극우들이 임나일본부설을, 한국은 한 때 만주는 우리 땅이었다며, 일본은 미천한 원숭이들의 나라였다며 역사를 왜곡하고 있다. 이 책에 잘 기술되어 있듯이 사실 고대에는 (비록 마찰이 없던 것은 아니지만)한중일 모두 문화 교류가 활발했으며 서로서로 파트너였음을 알 수 있다. 지금 같이 동북아 협력이 강조되는 시대에 삼국은 동북아 자체의 협조 네트워크를 마련해야 한다. 지금처럼 서로 이를 갈고 있어서야 서구 제국자본에 휩쓸릴 뿐이다. 그 이 갈이의 기저에는 각국이 지독하게 내세우는 민족주의가 있고 이를 벗어나 문화 교류를 활발히 하던 측면에 중점을 두어 삼국 협조에 밑거름이 되고자 하는 것이 박노자가 이 책을 지으며 노린 점이다.
간만에 새로운 시각에 눈을 뜨게 해준 좋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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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한 번 소개하게 되는 요네하라 마리. 작가가 책마다 꼭 언급해두듯 이 여자는 어린 시절 체코 프라하에 있는 모든 수업을 러시아어로 가르치는 학교에서 자란 일본인이다. 자연스레 유추할 수 있듯이 책은 동인종으로 느낀 동양, 동문화로 느낀 서양을 자주 비교 및 대조한다.
전에 읽은 팬티 인문학에서도 그러한 느낌을 받았지만 인문학에 상당히 해박한 여자이다. 인문학의 중흥을 바라마지않는 나조차 '인문학'이라는 단어만 놓고 보면 당장 '하아...'하고 한숨부터 나온다. 그러니 오히려 인문학에 해박하다라고 소개하면 요네하라 마리가 마치 고지식한 사람이다 라는 의미로 오해받을까 걱정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전혀 그런 사람이 아닙니다. 팬티 인문학은 처음부터 조사 비교 고찰따위를 전제로 하는 반면 이 책은 수필이다. 수필답게 경쾌하며 작가의 연구가 아닌 작가의 마음과 생각을 엿볼 수 있고, 그 엿본 결과 요네하라 마리는 재밌는 사람이라는 결론에 닿았다.
길어야 3페이지를 넘어가지 않는 작은 이야기들이 80편 실려 있다. 앞에도 언급한 동서양 문화의 비교대조, 사회현상에 대한 깊지만 짧은 고찰 일-러시아어 통역가로서 겪는 에피소드 회상기 등이 꼭꼭 담겨져 있다. 읽을 때는 키득, 풋, 흐흐흐 하며 읽었는데 막상 다 읽고 나니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는 몇 개 안 되는 것이 단점이다. 아무래도 가벼운 수필에 충실하다보니 독자의 가슴에 충격을 줄 만한, 인생관에 경종을 울릴 만한 내용은 피한 것이 눈에 띤다. 이 단점은 장점과 표리일체라고 할 수도 있는데 읽을 때만큼은 정말 푹 빠질 만큼 재밌기 때문이다. 남는 것보다 읽는 행위에 더 중점을 두었다고 할까? 뭐, 수필이 보통 그렇지.
번역에서 팬티 인문학을 읽었을 때처럼 좀 덜 다듬어진 부분이 보인다. 이 점은 지체 없이 마이너스의 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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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소련의 위대한 식량학자 바빌로프, 그의 발자취를 게리 폴 나브한이 따라가 봤다. 세계는 꾸준한 산업화로 식량의 부를 누리고 있다. 되려 많은 사람들이 과잉섭취로 각종 성인병에 걸리는 등 부작용까지 나타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럼에도 아직 굶주림에 울부짖는 사람들은 세계를 통틀어 8억 명이 넘는다. 아이러니한 현실이다. 원인은 쉽게 유추할 수 있듯이 일부 자본제국주의 나라들의 식량독점에 있다. 한데 시대를 앞서간 바빌로프는 종자다양성 보존이야말로 식량난을 타개할 방법이라며 새로운 접근방식을 떠올린다.
책이름과도 같이 바빌로프는 이 세상의 모든 곡물이 어디에서 출발하였는지 찾아내려 전세계를 탐험한다. 그 중에 특히나 다양한 종이 자라나는 곳을 다양성 중심지로 지정하고 이 지역의 종자다양성을 보호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저자인 게리 폴 나브한은 바빌로프의 발자취를 따라 다양성 중심지를 돌며 각 중심지에서 바빌로프가 탐사했던 시대와 현재 자신이 탐사한 모습을 비교하는 등 그의 업적을 재발견하며 기린다.
종자다양성이 왜 식량난의 해답인가. 책에도 군데군데 잘 나와있지만 현대 미국의 대농장 같이 한종을 대규모 면적에 재배하면 병해에 취약하다. 해당 병해가 휩쓸고 간 해는 극심한 흉작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 반면 종자가 다양하면 병해에 당하는 작물도 있는 반면 그 병해를 입지 않는 작물도 댜량 있기 때문에 병해가 휩쓸고 가도 타격이 크지 않다. 또한 병해에 강한 종과 그렇지 않은 종을 수분하여 더 강한 작물을 강제 유전자 변이(GM)없이 건강하게 키울 수도 있다. 선견지명으로 이를 간파한 바빌로프는 조국 구소련과 나아가 세계의 기아를 막으려 애썼던 것이다.
불행히도 바빌로프는 냉전체제에서 탐사를 계속했다. 당시 구소련은 독제공산주의자 스탈린에 지배받던 사회라 공동농장의 단일작물재배를 강요했다. 때문에 바빌로프는 배척의 대상이었고 결국엔 형무소에서 음식을 제대로 공급받지 못해 굶어죽어가는, 식량학자로서 최악의 임종을 맞는다.
자기가 탐사했던 시절 뿐 아니라 사후 식량 아이러니에 놓인 현대사회에도 경종을 울리는 바빌로프. 식량주권과 식량안보라는 개념이 정설이 된 지금 바빌로프의 발걸음에 우린 다시 주목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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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1.12/유쾌한 창조, 이어령·강창래, 알마 (0) | 2013.01.0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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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번에 '원숭이도 이해하는 마르크스 철학'을 읽고 참 잘 만들어진 책이다라 평했다. 때문에 시리즈인 자본론을 안 읽고 넘어갈 수는 없었다. 더군다나 현재 내가 살고 있는 나라는 자본주의사상을 채용한 대한민국이다. 국민으로서 제 나라가 어떤 방식으로 돌아가고 있는지 알고 싶은 게 당연하다. 다행히도 오래전에 칼 마르크스는 자본론이란 책을 펴내어 자본주의가 무엇인지 완벽하게 분석해 놨다. 불행히도 이 책은 너무도 어렵다. 다시 다행히도 임승수 작가는 이를 쉽게 풀어 쓴 원숭이도 이해하는 자본론을 내놓았다. 자, 그럼 내가 사는 이 자본주의 세상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읽어보자!
3권 분량의 원문 자본론을 300페이지 남짓 한권에 담기란 불가능하다. 때문에 작가는 핵심만을 압축하였는데 '자본주의에서 존재하는 자본가와 노동자와의 계약관계'에 가장 큰 중점을 두고 있다. 즉 우리가 평소에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고용관계의 참진실을 마르크스가 파해쳤고 이 부분을 알기 쉽게 임승수 작가가 옮겨 썼다고 보면 된다. 물론 임승수 작가의 성향이 이부분을 중점하여 다루게 만들었다고도 할 수 있지만 사실 이구동성 자본론에서 가장 중요한 파트라고 인정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그리고 자본주의의 지속가능성이 밝지 않다는 점을 강조한다. 실제로 자본주의가 낳은 병폐들을 예로 들고 또한 극복방법으로 남미의 베네수엘라의 성공기를 예로 든다.
이 책은 바닥부터 주관성을 기초로 적힌 책이다. 기존의 책들이 어떻게 해서든 타 학자의 연구자료 같은 것을 인용하고 주석달아 객관성있고 그래서 자기 글이 옳다는 식으로 전개 된다면, 이 책은 그냥 대놓고 작가의 성향을 드러낸다. 특히 후반부에 가서는 '자본론에 대한 이해'가 주 목적이 아니다. 자본주의 극복방법이 더 주를 이룬다. 이는 정치견해가 전혀 없는 사람들에게는 분명 마이너스 점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다만 책의 초중반에서 어려운 자본론을 알기 쉽게 풀이해줬다는 점에서 그 가치는 충분하다. 후반부의 내용이 없었더라도 독자는 충분히 자본론에 관심을 가졌을 것이며 자본론에 관심을 가지고 이를 더 알아나가다 보면ㅡ서명을 배끼자면 바보가 아닌 이상ㅡ 자본주의는 분명 문제가 있는 이념이라는 결론에 도달할 것이다. 그래서 후반부는 과도한 개입과 설명이 아니었을까? 한다. 나야 분명히 그런 점을 예상하고 작가의 성향에 동조하며 읽었지만 정말 마르크스 자본론만 알고 싶어서 읽는 독자에게는 마지막 부분의 필요성이 그렇게 커보이지는 않는다. '마르크스 자본론의 핵심을 찌르는 원숭이도 이해하는 자본론'이란 서명을 걸었으니 좀 더 자본론 그 자체에만 집중했으면 어땠을까? 어쨌든 이 책도 잘 만들어진 책임에는 변함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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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세기 당쟁으로부터 시작하여 20세기 초반 신소설까지 한국 근대사를 고스란히 담고 있는 책이다. 읽으며 학창시절 반강제로 머리에 쑤셔 넣은 한국사가 새록새록 떠올라 재밌기도.
하지만 이런 재미도 금방 가실 것이, 한국의 근대사는 너무나도 암울하다. 콧대 높은 쇄국보수 집권층의 끊임없는 방해 공작에 의해 발전해가는 세계 양상에 따라가지 못하고 종국에는 속국이 되는 참상. 책 이름은 한국 근대사이지만 나에겐 조선후기망국사로 밖에 다가오지 않았다.
저자가 서두에서 밝혀두었듯 내용에 저자의 주관이 느껴진다. 보통 역사서라 함은 객관성에 절대 의존해야 함이 통용되는 법칙이지만 올바른 주관이 섞인 역사 해석은 사실을 더욱 사실로 보이게 한다. 그런 면에서 실날한 조선 근대 과오의 집대성인 이 책은 일부 집단의 이기주의는 전체를 망하게 하고 이익을 취한 그 집단도 종국엔 그 망함에 함께 말려버린다는 점을 저자는 건조한 문체로 역설한다. 건조하지만 강한 힘과 분노가 느껴지는 강만길의 썰풀이가 매력이다.
다만 400페이지 남짓한 분량에 한 국가의 근대사를 전부 담을 수 있을 리 만무하고 때문에 여러 부분 설명이 필요함에도 다 담지 못한 점이 눈에 띈다. 이런 점은 독자가 직접 관련 정보를 검색할 필요가 있고, 이는 불편함으로 다가온다. 차라리 복수의 권으로 만들고 세세하게 다 담았으면 좋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물론 출판사와의 계약문제니 뭐니 쉬운 건 아니겠지만 철저히 독자의 스탠스에서 보자면 말이다.
한국 근대 역사의 가감없는 까발림. 목차에서 실패, 실패, 실패를 자주 볼 수 있듯이 어엿한 자주 국가로 성장하지 못 한 병든 병아리 같은 조선, 제국주의 열강들에게 마냥 휘둘린 조선후기의 집대성. 근대 역사를 다시 둘러보기 위해 읽은 책이지만 얻은 것은 분노에 가까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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