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주말은 몇 개입니까

저자
에쿠니 가오리 지음
출판사
소담출판사 | 2004-09-15 출간
카테고리
시/에세이
책소개
청아한 문체와 세련된 감성화법으로 사랑받는 일본의 3대 여류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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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팬임을 숨기지 않겠다. 에쿠니 카오리의 에세이 아니 정확히 말해서 결혼 에세이. 오랜만에 이 작가만의 맛을 느끼려 집어든 책은 생각 밖으로 다른 맛이 났다. 이 여자가 지어낸 이야기가 아니라, 이 여자를 반영한 것이 아니라, 이 여자 그 자체의 맛이 났다. 원하던 맛은 아니었지만 딱히 맛없지는 않다. 그렇다고 맛있지도 않고.

 

머리로는 이해 할 수 없는 남편의 게으름을 묘사하여 읽는이로 하여금 '결혼이란 이렇게 불편한 것' 이란 마음을 심어주다가도, 남편의 등을 꼬옥 감싸고 잠을 자면 행복하다는 등 결혼의 진미를 이야기 하기도 한다. 책을 덮고도 아직 모르겠다. 이 여자가 결혼을 바라보는 스탠스는 무엇인가. 스탠스 자체가 없다고 봐도 좋을지, 그렇다고 하기엔 결혼에 관한 많은 것을 정의하고 그 정의엔 일관성이 없다. 그래서 든 생각인데 때로는 답이 없음이 답이 아닐까 한다. 이 여자의 결혼생활이 곧 그렇고, 세상의 모든 결혼이 그렇지 않을까.


기혼자ㅡ특히 기혼 여성ㅡ에게 공감을 많이 받을 글이다. 에쿠니 카오리의 대중성은 말할것도 없으니 제외하고도 말이다. 그래서 말인데 나와는 정말 들어맞지 않는 책이었다. 미혼 남성에 독신주의자이다보니.

 

특히 경악할 수밖에 없던 챕터 '어리광에 대하여'. 으아! 내가 제일 싫어하는 것이 저 어리광이다. 내가 부리는 것도 누군가 부리는 것도 정말 싫다. 헌데 에쿠니 카오리는 찬미를 하고 있지 않은가?! 오 세상에 좋아하는 작가로 치면 손에 꼽는 사람인데 이렇게 엇나가는 부분도 있었다니, 괜한 실망감에 휩싸인다. 내가 남편도 아닌데.

 

 또 에쿠니 카오리의 마법에 낚였나보다. 기껏 140페이지 남짓하는 단편에 별생각을 다하고 마무리지어지는군. 사람 생각하게 하는 데는 뭐 있다니까 정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