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끝 여자친구

저자
김연수 지음
출판사
문학동네 | 2012-07-23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누군가를 사랑하는 한, 우리는 노력해야만 한다!이상문학상 수상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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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바깥 얘기

요즘 여간 거슬리는 게 아닌 걸 하나 들자면 포장이다. 더 자세히 말하면 과대포장. 마트에 가서 가위나, 자동차 전구나 뭐 그런 것들을 살 때면 아주 딱딱한 투명 플라스틱 포장과 만난다. 이게 보기에는 참 좋아보여도 내용물을 손에 쥐기까지는 참말로 불편하기 짝기 없다. 때때론 가위 포장을 뜯으려고 가위로 포장을 잘라야 하는, 누굴 위해 누가 널 뜯고 있는지 모르겠다 싶은 씁쓸함마저 느낀다.

책 속에선?

내게 이 책은 과대포장된 사탕과 같았다. 그 이야기가 한국 포스트모더니즘에서 산 역사라고 할지라도 그 고귀한 이야기를 세상과 잇는 단 하나뿐인 수단을 지나치게 다루면 읽는 사람은 고귀함을 느끼기 전에 지친다. 수식에 지치고 포장에 지쳐서.

단편들로만 이루어진 책이다보니 긴 플롯이 나오기 어려운 건 당연하다 본다. 그래도 짧아도 너무 짧다. 마지막 달로 간 코미디언이 그나마 페이지를 많이 잡아먹어서 흐름이 있고 인물이 이동하는 장면도 많았다. 하지만 그 앞에 나온 단편들은 정말 플롯이 짧다. 플롯보다는 인물이 생각하는 세계, 철학, 자기만의 시각을 나타내는 일종의 수식이 페이지를 많이 차지하다보니 당연한 이야기다. 그 수식들은 플롯과는 크게 상관없이 툭툭 튀어나왔고 따로 둥둥 떠다니는 비눗방울 같이 어색하기만 했다. 적어도 나에게는 그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