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론

저자
플라톤 지음
출판사
돋을새김 | 2006-12-15 출간
카테고리
인문
책소개
청소년들이 꼭 읽어야 할 고전들을 소개하는『돋을새김 푸른책장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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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스물두 살 즈음이었으려나. 그 이후로 부쩍 정치, 국가, 이념 따위에 관심이 많아졌다. 현실비판이 그 시발점이었을 거라 기억한다. 그렇게 오롯이 홀로 검색해가며 공산주의가 절대악은 아니며 민주주의도 절대선이 아님을 깨닫기도 했다. 사실 나는 이 두 이념과 복지주의, 자본주의, 신자유주의 등으로 대표되는 경제 관념을 구분짓지도 못하는 무지렁이였다. 이제 느즈막하게나마 빙산의 일각이라도 알게된 시점을 경유하여 플라톤의 국가론을 집어들었다.

 

 

플라톤이 말하는 이상국가

 

플라톤이 세운 이상국가란 이렇다. 전국민을 통치자, 보조자, 생산자로 구분짓고 각자 맡은 바에 충실한다. 생산은 분업을 바탕으로 한다. '씨앗'이 선천성으로 좋은 사람만이 올바른 교육을 통해 통치자가 될 수 있다. 태어날 때부터 씨앗이 좋지 않으면 통치자가 될 수 없다. 통치자 계급들 사이에서는 사유재산이 인정되지 아니한다. 통치자들끼리는 아내와 아이를 공유한다. 즉 플라톤의 이상은 뛰어난 소수에게 정치를 맞기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예술은 견제하며 통치자의 성장과정에 왜곡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시는 추방하여야 한다.

 

플라톤의 이상은 실패했다

 

현대에 와서 평가해보면 플라톤의 이상은 실패한 이상이다. 우선 운명론에 입각한 시선이 가장 문제다. 선천성 우열을 판가름하는 기준은 누가 세우는가? 또 그 기준이 만인에게 공정하다 할 수 있는가? 물론 생산자계급의 자녀가 우수한 씨앗을 가지고 있으면 통치자가 되도록 교육해야 한다며 변명의 여지를 남겨놓기는 하였으나, 우수한 씨앗이 아닌 자가 노력으로 극복할 수 있음을 원천봉쇄하는 운명론은 현대의 개념에서는 비합리이며 비도덕이다. 또한 통치자계급에서 사유재산을 인정하지 않고 심지어 가족까지 '공유'의 개념을 내세움은 곧 공산주의와 핍진하다 할 수 있다. 21세기에서 공산주의의 입지를 보자. 전세계를 통틀어 공산주의체제를 유지하는 나라는 손에 꼽을 수 있을 정도로 적다. 반면 대립이념인 자본주의는 전세계를 장악하고 있다고 하여도 과언이 아니다. 따라서 공산주의는 자연선택이라는 시각에서 볼 때 멸종에 가깝고 때문에 실패했다고 단언할 수 있다. 더불어 예술, 본문에서는 시를 추방하여야 할 것으로 간주했으나 현대사회에서 예술의 가치는 이렇게 홍모 취급하듯 가볍게 볼 것이 아니다. 무엇보다도 자본주의에서 가장 높은 가치인 '부'를 아끼지 않고라도 손에 넣고 싶어하는 것이 예술작품아니던가.

 

플라톤의 혜안

 

이렇듯 현대에서 평가하기에 문제점이 많다 하여도 플라톤이 뛰어난 혜안을 가진 자라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활동시기는 지금으로부터 약 2400년 전이다. 그럼에도 명예->과두->민주->참주로 흐르는 국가이념 발달을 정확하게 집어낸 것은 놀랄만 했고 이 것이 현대에서도 여전히 반복되고 있다. 각 체제마다 발생할 문제점을 지적한 것도 어쩜 이리 현대국가 발달, 패망상과 닮아있는지 혀를 내둘렀다.

 

 

국가론이 가진 가치

 

종합해보면 몇 가지 이야기는 현대에서도 통용될 만 하지만 전체를 놓고 볼 때 시대에 뒤쳐진 이야기임은 분명하다(무려 약 2400년이나 된 이야기니까). 그럼에도 무시할 수 없는 이유는, 이 국가론이 서양 철학계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는 점이다. 서양 철학이 발달하여 각종 이념을 양산했고 이것들이 동서양을 막론하고 현대국가 이념의 바탕임을 생각하면 충분히 읽을 가치가 있는 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