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설턴트

저자
임성순 지음
출판사
은행나무 | 2010-04-20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완전범죄를 위한 시나리오를 쓰는 그 남자, 컨설턴트!2010년 ...
가격비교

우리는 나도 모르게 살인을 하며 살고 있다. 무슨 범국민적 살인 모함이냐, 무고죄로 역신고하겠다 나오시면 곤란하니 일단 들어보시라. 개인의 한 가지 행동은 여러 과정이 겹치고 엮인 결과인 동시에 여러 결과를 낳는 원인이기도 하다. 내가 마시는 음료수 한 캔 때문에 이름조차 들어보지 못 한 제3세계 어느 국가의 아이들은 음료수 공장에서 노동착취를 당할지도 모를 일이다. 또는 내 행동이 어느 마을 하나를 불바다에 휩싸이게 만들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는 이에 눈치 챌 수 없다. 더욱 끔찍한 것은 혹여 우리가 눈치 채더라도 '그래서 뭐 어쩌라고, 어쩔 수 없잖아?' 하는 합리화이다. 기껏 연예인이나 부자들이 난민지역에 가서 봉사활동을 하더라도 그 지역이 아수라장이 된 배경에는 그들이 먹고 마시고 즐긴 행위가 원인이 되기도 한다. 이렇게 우리는 뒤틀린 세계에서 끊임없이 합리화를 하며 산다.

 

책은 살인 시나리오 작가를 주인공으로 내세운다. 주인공이 직접 살인을 하지는 않지만 그의 시나리오대로 회사는 헛점없는 완벽살인을 이뤄낸다. 처음에는 물론 그저 장편소설을 집필하는 줄만 알았던 주인공. 하지만 회사가 제공한 캐릭터의 정보는 실제에 바탕을 두었으며 그 정보를 엮어 만든 소설이 실제로 실행된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이에 미약한 발버둥을 쳐보기도 하지만 결국 합리화라는 카드를 꺼내드는데...

 

글의 매력이 상당하다. 플롯이 상당히 짜임새 있기에 읽다보면 다음 내용 나아가서는 결말이 어떻게 될까 굼금해지고 책을 덮기 어렵다. 자세한 묘사와 설명들도 뛰어나다. 매 살인사건을 다룰 때마다 대충 넘어가는 일 없이 과정을 상세히 기술한다. 덤으로 실린 암살단 정보, 스탈린 관련 역사 지식, 메탈리카의 음악 등 풍부한 인문학 지식들이 지루하지 않게 하며 약 300페이지에 지나지 않는 소설을 더욱 풍성하게 한다. 사회비판을 기본으로한 메시지의 통일성도 분명하다.

 

아쉬운 점이라면 메니저와 결혼함으로써 주인공은 결국 끝까지 합리화를 고수했다는 점이다. 결국 이 세상을 지배하는 부도덕함과 이에 거스를 수 없다는 허무함을 말하고자 했던 것일까? 기껏 콩고에 고릴라를 보러 가는 것보다는 더 대담한 모험이 하나라도 섞여있었다면 읽는 이는 잠시나마 통쾌했을지도 모른다. 또한 소설의 말미에 가서 '어쩔 수 없다'는 문장을 남발한다. 읽는 이들이 그동안 읽어온 내용을 책을 덮을 때마다 잊는 병이라도 걸리지 않았다면 '합리화'를 주로 다루고 있다는 걸 안다. 구태여 직설법으로 드러낼 필요가 있었을까? 상황이나 은유를 활용하는 편이 더 강렬하게 남지 않았을까하는 아쉬움이 있다. 작품 분위기가 시종 진지하다. 그런데 가끔 섞여나오는 시쳇말로 '개드립' 말장난은 역효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