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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3.01.02 2009.11.17/나의 아름다운 정원, 심윤경, 한겨레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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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을 쏟아내고 싶을 만큼 슬펐던 게 언제쯤이었을까? 이젠 기억도 안나는 그 옛날의 습기를 눈시울에 되돌려놓은 책이다. 짧게 말해 불행한 동구 이야기다. 동구는 꾸욱 참고, 홀로 울고, 대신 욕 먹는다. 왜? 그저 가족이 행복했으면 하는 바람으로. 실제로 이 가족은 행복한 적이 손에 꼽을 정도인데도, 누가 그랬던가 흔치 않으면 귀해진다고, 그 짧은 시간을 떠올리며 그리고 그 때가 다시 찾아오길 바라며 바보 같이 희생만 하는 동구를 욕할 수 있을까. 결국 동구는 바보스러움의 정당성을 입증이라도 하듯 자기희생으로 다시 가족을 이어 놓는다.
내 어린 시절 살던 곳도 이 소설 주인공 동구가 살던 마을만큼 -아니 더 하면 더했지- 촌동네다. 그러다 보니 동구가 지나가는 발길 발길, 떠올리는 생각 하나 하나 내 몸 같이 느껴져서 동구가 기분좋으면 나도 좋고 슬프면 눈시울이 뜨듯해졌다. 살짝 감정을 뒤로 놓고 꼼꼼한 눈길로 보면 글쓴이의 썰풀이 실력을 가늠할 수 있는 부분이다. 와닿게 만드는 글.
아홉살박이의 고민, 세상을 보는 눈길, 첫사랑 젊은 선생님. 우리도 다 그 시절을 밟고서 어른이 되었으니 누구나 한번은 겪을 법한 어린 시절 사건은 언제나 독자의 머릿속에 뻗은 잔가지에 추억을 송글송글 맺게 해주며 소설 속 인물과 내가 하나됨을 맛보게 해준다. 태어난 세대는 중요치 않다. 살짝 틈은 느껴지겠지만 아홉살 아이를 90년대에 던져 놓은 들 70년대에 던져놓은 들 아이는 아이고 아이만의 생각이란 어떠한 공통점이 있으니 말이다.
이런 추억이 되살려놓은 아름다움 뒷면에 시대와 환경은 항상 시련을 가져다 준다. 그러나 쓰린 기억은 더욱 아련하게 남는 법. 시련이 깊이를 숫자로 쓸 수 있다면 숫자가 클수록 기억에 오래 남고 이는 꼭 행복 숫자가 크면 클수록 기억에 오래 남음과 다름이 없다.
이런 시련과 행복이란 추억을 안고 우린 또 앞으로 나아간다. 언젠간 이 시각도 추억이 되리라 믿으며. 비록 좋은 추억일지 나쁜 추억일지 앞서 알아볼 수 없지만, 그런 건 우리가 이 시각을 추억으로 받아들일 시점에 가서라면 중요한 게 아니다. 아름답든 아프든 내 맘 깊이 남은 추억이다. 세상일이 지우개가 되어 녀석들이 들어앉은 자리를 지우려고 문질러대도 꿋꿋하고 끈기있고 처량하게 내 머릿속에 남으려 발버둥친, 사랑을 아낄 수 없는 추억이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추억들이 머릿속에서 금방이라도 떨어져 나가려 할 때쯤 이런 좋은 책 한 권이 추억의 손아귀에 커다란 힘을 안겨준다. 놓지말라며, 더 버티며 추억으로 머물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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