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 옆을 스쳐간 그 소녀의 이름은

저자
최진영 지음
출판사
한겨레출판사 | 2010-07-15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이름조차 행방불명된 그 소녀의 지독한 성장기!제15회 한겨레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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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 나면 참 할말이 많으나 정작 입을 열면 말이 안 나오는 책이다. 암울함의 궁극체. 이 책은 사람 이야기를 담았지만 사실 귀신의 이야기이다. 잘먹고 잘사는 사람들 눈에는 보이지 않는 귀신들의 이야기. 그리고 그 귀신 중에서 소위말하는 끝판왕, 궁극체가 심지어 이름조차 없는 이 소녀이다.

 

소녀는 진짜를 찾아 세상을 방황한다. 마찬가지로 소녀가 진짜임을 인식한 진짜들만 소녀를 맞이한다. 그리고 그들은 가짜가 되어간다. 그들이 가짜가 됨과 동시에 소녀의 짦은 머뭄도 끝이나고 다시 방황하게 된다. 진짜를 향한 열망이 아닌 고집, 그것이 소녀의 마지막 존재 이유.

 

작가의 날카로운 눈매가 돋보인다. 세상이 버린 사람들의 생활상을 세세하게 하지만 과장 없이 그려내는 것이 그렇다. 뛰어난 관찰력이며 평소에 그들에게 관심이 없던이가 쓱쓱 갈겨댄 글과는 차별화되는 점이다. 책의 분위기 답게 간결건조체를 적극 활용한 점도 장점으로 들 수 있다.

 

하지만 이 소녀의 생각들을 기술함에 있어 적절치 않은 문체가 아닌가 하는 생각은 지울 수 없다. 아무리 성인을 대상으로한 글이지만 아직 고등학생도 되지 않은 소녀 1인칭의 시점에서 이러한 세상풍파 다 겪고 먹물빨 좀 받은 어휘를 구사함은 석연치 않다. 작가가 의도하는 컨텐츠를 확실히 살리느라 컨텐츠를 감싼 구조에는 소홀해진 것이 아닐까.

 

이 책을 현대 사회의 양극화 부조리, 음지 고발 등으로 받아들일 수도 있고, 그보다는 소녀 내적의 문제로 받아들일 수도 있다. 그것은 어디까지나 독자의 몫이기에. 하지만 책 전체를 휘감는 케케묵은 곰팡이 냄새, 폭발 직전의 냄비같은 그 무언가, 한없이 어둠으로 빨아들이는 느낌은 누가 어떻게 해석하든 전해져 올 것이다.

 

최진영은 분명 살아 있다 못해 폭발하는 작가다. 하지만 그 폭발의 화염은 붉지 않다. 글에서 黑炎이 뚝뚝 떨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