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심장을 쏴라

저자
정유정 지음
출판사
은행나무 | 2009-05-27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새로운 인생을 향해 탈출을 꿈꾸는 두 청년의 분투기!2009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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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심장을 쏴라는 심리를 주된 이야깃거리로 삼은 정신병원활극이다. 
작가가 간호대출신이며 책의 마지막 작가의 말에서도 드러나듯 직접 정신병원에서 취재를 했다는 점에서 그 디테일은 더욱 살아난다. 듣도 보도 못한 병명과 전문용어가 가끔 튀어나오지만 정말 가끔이라 가독성에 지장을 주지 않는다. 무엇보다 작가의 썰풀이 능력이 빛난다. 인위적 복선장치를 깔지 않고도 사건 간의 체인이 구리스 바른 듯 부드럽다. 이 부드러움 때문에 딱히 지루하지도 않으며 툭툭 던져나오는 블랙코미디가 쉽사리 책을 놓지 못하게 한다. 덕분에 새벽잠을 자야했다. 침대머리에서 잡으면 놓기가 어려워서.


폭이 넓다. 병원 안에서 벌어지는 자유를 향한 갈망과 통제, 병원 밖에서 존재하던 환자들마다의 사연, 배경에 상관없는 인물의 내적 갈등. 이 넓은 스펙트럼의 이야기를 340페이지 남짓한 종이에 우겨넣었음에도 우겨넣은 티는 나지 않는 훌륭한 책이다.

 

트라우마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 본다.  특정 사건이나 외상 후에 정신적 스트레스로 남아 우리를 끊임없이 괴롭히는, 인류의 운명과도 같은 적. 내 심장을 쏴라는 트라우마를 멋지게 극복해낸 옵티미즘을 보여준다. 그리고 그 극복과정에서 한 편의 버디무비 같은 통쾌함이 있었다. 어찌 보면 승민이 비바람 치는 하늘을 활공하던 행글라이더처럼. 수명이 당당하게 퇴원하는 그 순간처럼. 소설에 한정해서는 지극히 해피엔딩을 선호하는 나는 웃음을 띄며 책을 내려놓을 수 있었다.

 

표지 일러스트를 보고 흠칫했다. 낯이 익다. 이것은 이기호의 <사과는 잘해요>에서 봤던 그 그림체가 아니던가?! 역시나 책장에서 사과는 잘해요를 찾아보니 내 심장을 쏴라와 마찬가지로 오정택이란 분이 그리셨다. 사과는 잘해요도 빼어난 작품이었는데 오정택 씨는 좋은 글만 찾아서 그려주기가 방침이라도 되는가? 이거 작가가 아니라 일러스트레이터 보고 책 고르게 될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