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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3.01.03 2010.5.17/대한민국 표류기, 허지웅, 수다
글
영화평론가 허지웅. 그가 대한민국에 대해 날카로운 무언가를 집어들었다. 물론, 그 무언가는 부엌칼 따위로 대표되는 거대폭력성이 아니라 가슴을 콕콕 쑤셔대는, 절대 관통이나 절개가 아닌 찌질한 송곳질과 더 닮아 있다.
책은 세가지 장으로 나뉜다. 자기 에피소드를 썰푼 '작은 사람들의 나라', 대한민국과 대한민국 정치를 다룬 '큰 사람들의 나라', 그리고 자기 본업인 영화평론을 다룬 '하늘을 나는 섬의 나라'. 작은 사람들의 나라에서는 대한민국 20대의 근본 찌질함을 실날하게 발산하기에 재밌고, 큰 사람들의 나라에서는 기득권을 비판하는 날카로운 눈초리가 재밌고, 하늘을 나는 섬의 나라에서는 영화를 보는 새로운 시각이나 각 영화에 담긴 참된 의미를 짚어주는 영화평론이 담겨 있기에 또 재밌다.
모든 이야기에 공통으로 흐르는 큰 줄기를 잡자면 절대개혁이 아닌 작은 발내딤이라 할 수 있겠다. 박물관에서 보는 공룡화석처럼 거대한 공포와는 달리, 잠 자는데 발끝에서 기어들어오는 잔개미가 더 무서울 때가 있다. 공룡은 이미 멸종했기에 피부로 와닿지 않는 막연한 공포라고 한다면 잔개미의 발놀림은 우리 피부에 직접 와닫는 공포이기 때문이다. 허지웅의 글이 그렇다. 거대한 의를 품고 세상을 개혁시켜보자는 게 아니다. 찌질하긴 해도, B급 간지라도 뿜으며 살아보자. 우리가 고민한다고 갑자기 새 이데올로기를 개발 할 수 있는 것도 아니지 않는가? 그에 비해 B급 간지는 적당히 노력하면 뿜어 낼 수 있지 않는가? 윤리시간에 나오는 유명사상가들이 공룡화석이라면 허지웅의 글은 잔개미다. 그래서 더 피부로 파고든다.
아쉬운 점은 스스로 먹물을 비판했음에도 글빨에 먹물기가 서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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