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코&하버마스

저자
하상복 지음
출판사
김영사 | 2009-06-22 출간
카테고리
인문
책소개
국내 젊은 학자들이 새롭게 해석한 동서양 지식인 100인의 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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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코와 하버마스, 두 인물의 사상을 통해 근대 이성을 진단

중세의 종교적 억압 즉, 기독교가 정치와 경제(system)와 생활상(life-world)을 지배하던 세상에서 벗어난 차후 시대. 이 시대를 바로 근대라고 한다. 그리고 근대의 전제 조건은 중세에서는 보이지 않고 설명할 수 없는 힘(신)이었던 데 반해 눈에 보이고 합리적인 이성이다. 그리고 이성은 정치적으로는 민주주의, 경제적으로는 자본주의를 낳았다. 그렇다면 근대는 절대적으로 옳았는가? 푸코가 지적하듯이 그렇지 않다. 근대적 이성에 기초한 사회였음에도 1, 2차세계대전이라는 지극히 비이성적인 사건이 유럽을 휩쓸었다. 그렇다면 이성은 부정해야 할 대상인가. 이에 푸코와 하버마스의 무릎을 맞대어 놓고 비교하려한 시도, 그것이 바로 이 책이다.

 

푸코의 근대 이성 비판론, 하버마스의 그럼에도 이성에 가능성이 있다는 사상. 사실상 대세는 푸코에게 기울었다고 보인다. 절대 선이라 여겨진 민주주의와 자본주의의 병폐들이 세계 각지에서 분쟁을 일으키고 있다. 그렇다면 푸코는 이런 병폐들을 극복하기 위한 대안으로 무엇을 제시하는가, 하버마스는 무엇을 제시하는가? 책은 근대의 기원으로 시작하는 과거, 지금 우리가 사는 삶을 진단하는 현재, 그 현재의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한 두 사상가의 해결법 즉, 미래. 크게 보자면 이 세 단락으로 전개된다.

 

소설은 아니지만 글의 플롯이 단단하게 잡혀 있어 흐름에 따라 읽기 쉽다. 사변적일 수밖에 없는 철학가들의 사상을 가까운 예를 들거나(한국사회를 배경으로 설정하고 푸코와 하버마스를 데리고 와서 대담시킨 부분이 특히 흥미롭다) 아주 적절한 부분에 삽화를 삽입하여 이해를 도운 점도 독자를 충분히 배려했다는 측면에서 좋은 점수를 주고 싶다. 무엇보다 이런 비교철학은 편들기의 재미가 있다는 점. 당신은 푸코의 편인가 하버마스의 편인가? 아니면 좀 더 확실한 미래상이 보일 때까지 보류하겠는가? 철학이지만 스포츠 관전과도 같다.



이제 문명의 조우이다

저자
김인중 지음
출판사
서울경제경영 | 2009-06-04 출간
카테고리
인문
책소개
[머리말] 이 책 마지막에 실린 김인중의 글은 이 책 처음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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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몽주의에서 사이버공간까지 인문학과 사회과학의 조화를 논한다


굳이 분류를 하자면 사회현상에 관한 논문 종합서라고 할 수 있다. 책은 크게 3장으로 나뉜다.1장에서는 계몽주의가 독일문학에 어떠한 영향을 끼쳤는가, 민족이라는 개념의 정의 그리고 민족이 정치와 사회에 끼치는 영향을 분석한다. 


2장은 민주주의에 관해 논한다. 특히 주목할 부분은 매디슨 민주주의를 다룬 부분이다. 우리는 쉽사리 민주주의란 개념을 생각할 때 '다수'를 떠올린다. 구체적으로는 평등한 다수가 내린 결정권이 사회를 이끄는 구조를 떠올리기 마련이다. 그러나 매디슨이 생각한 민주주의는 달랐다. 다수가 선택한 소수의 엘리트들이 결정권을 가지는 구조가 바로 매디슨 민주주의이다. 이는 미국 양당의 당명을 생각해보면 이해하기 쉽다. 공화정(republic)과 민주정(democracy), 공화정은 엘리트주의를 말하며 민주정은 다수의 인민에 의한 민주주의를 말한다. 이렇게 민주주의를 양분하는 거대한 두 흐름이 양분하게 된 계기에 매디슨이 있다는 역사인문학적 지식을 얻는 좋은 기회였다. 또한 두 시스템이 어떠한 한계를 갖는지, 2012년 현재 대한민국 대의제가 보여주는 많은 병폐들에서 몸에 와닿게 느낀다.


3장은 인터넷의 등장과 그 인터넷이 우리 삶에 어떠한 변화를 주었으며 앞으로의 방향은 어떠할지 짐작해본다. 특히 흥미로웠던 부분은 인터넷 뉴스의 활성화로 변화된 언론의 구조 또 그 기능과 역할에 관한 부분이다. 최근 잇단 언론, 방송계의 파업과 관련해 책의 내용과 대조해보며 깊게 생각해볼 사안이다.

 

읽는 데 어려움이 있었던 점을 들자면 아무리 논문 종합서라 한다 해도 책이란 일단 기승전결의 플롯을 따라주지 않는다면 가독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의 접근성은 아쉽다. 1장에서 우리에겐 아주 생소한 독일문학이 등장하며 머리가 하얘지는 전문용어 및 고유명사들에 질릴 뻔 했다. 분명 계몽주의와 연관되어 책의 부제처럼 인문학과 사회과학이 대화하는 현상을 파악한 것은 맞으나 그 지식의 강도(?)로 볼 때 기승전결의 전을 1번으로 삼은 구조이다.


그런 단점에도 21세기 한국이 떠안은 제문제의 핵심들을 2장과 3장에서 중점으로 삼아 다뤘다는 점에서 좋은 평을 하고자 한다. 비록 진입벽은 높은 책이지만 읽을 가치가 있을 뿐 아니라 재미있다.



새 인문학 사전

저자
A. C. 그레일링 지음
출판사
웅진지식하우스 | 2010-04-20 출간
카테고리
인문
책소개
인문학 개념들로 복잡한 세상을 읽다!영국의 철학자이자 유럽을 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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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선가 들어봤으나 정확히 그 개념을 파악하고 있지 않은 단어들. 그런 단어들의 참뜻을 찾기 위해 이 사전을 펼친다. 


책의 형식은 각 챕터당 하나의 개념을 맡아 정의하고 설명하는 형식이다. 기존 사전이 정의와 예시에 그쳤다면 이 책은 그보다는 저자의 해설과 견해에 그 무게중심이 있다. 이런 형식의 득과 실을 따져보자.  득으로는 개념정의란 결국 함축된 언어이며 그 개념이 완전히 읽는 이에게 녹아들기에는 한계가 있는 방식이다. 학생들의 참고서가 딱딱한 개념정의라면 선생님께서 풀어주시는 장광한 이야기는 더욱 피부에 와 닿는다. (이런 과정이 명백하게 효율적이기에 눈이 돌아가는 비용을 감수하고서라도 고액과외가 횡행한다) 


이 책은 다양한 개념을 더 많이 소개하기보다는 각 개념을 더욱 자세하게 설명하고 이해시키는 데 중점을 두었다. 이는 자연스레 실로 이어진다. 사전이란 모름지기 방대한 지적 데이터의 묶음이어야 한다. 그러나 해설에 대부분의 페이지를 할애함으로써 다양성을 잃었다. 적어도 사전의 본래 역할을 기대하고 펼친 독자는 실망하리라. 또한 사전은 사견이 섞이면 안 된다. 어디까지나 객관적 사실에 근거해야 한다. 그러나 이 책은 해설 상당부분에서 작가의 정체성을 쉽사리 짚어볼 수 있다. 
특히 포스트모더니즘이 진보의 가능성마저 부인하는 걸 보고 발끈하는 대목이 그렇다. 

그러나 결론은 작가의 탓이 아니다. 책의 원제는 Ideas that matter. 어디에도 사전의 의미가 없고 작가의 사견이 담뿍 담겨도 문제 없을 서명이다. 그러니 웅진지식하우스 편집부의 번역 결정에 한 마디 하자면, 동의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