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켈레톤 크루

저자
조영학 지음
출판사
황금가지 | 2006-05-15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공포 소설의 거장 스티븐 킹의 두 번째 단편집 『스켈레톤 크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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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공포란 그 원래 의미대로 무서움보다는 짜증스러움에 더 가깝다. 공포영화를 보면 갑작스런 화면이나 소리에 헉헉 놀래긴 하지만 무서움보다는 왜 날 놀래켜! 하는 짜증스러움이 앞선다. 보고 와서 침대에 드러누우면 이불 밖으로 삐져나온 내 발을 누가 채가지는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 앞서야 당연할텐데, 심장에서 피를 쪽 뽑아내듯 쥐어짜는 공포를 느낀 적이 딱히 없음은 스스로에게 참 안타까운 일이다. 그래서 태어날 때부터 없던 감정 하나를 살려내 보고자 공포소설의 대가 스티븐 킹님을 만나기로 했고 영화로도 평이 좋았던 The mist가 담긴 스켈레톤 크루를 골랐다.

 

이야기는 이렇다. 허리케인이 들이 닥친 뒤 정체 모를 안개가 온마을을 덮었다. 물론 여기에서 말하는 안개는 운전시야를 방해하는 정도의 잠초롬한 날씨에 무시해도 될 만큼 잗다랗게 끼인 안개가 아니라는 건 두말하면 잔소리. 이 안개는 풍경을 한 입 한 입 잠식하더니 이윽고 주인공과 마을사람 약 80명 정도가 대형슈퍼마켓에 모였을 때 공포로 돌변한다.

 

공포소설답게 전개가 발빠르다. 또한 공포가 대기중에 깔린 마당에도 실타래처럼 얽힌 인물들의 심리가 이야기 자칫 짐짐하게 흐르거나 획일화된 플롯이 되지 않도록 막아준다. 배경장치로는 밀실공포, 심리장치로는 서로 엇갈리는 인물들을 적재적소에 배합하여 넣는 모습이 거장답다.

 

 다만 아쉬운 점은 역시 결말이다. 주인공이 마지막에 알프레드 히치콕식 결말을 언급했는데 실제로도 그렇게 끝날 줄이야. 또한 이러한 결말은 독자가 스스로 결정하도록 놔둔다는 데 의미가 있는데 딱히 뒷내용이 끌리지가 않는다는 점도 이 결말이 좋은 선택은 아니었다는 생각을 깊게 한다. 해피든 배드든 좋으니 결말을 달라는 나같은 독자에겐 김빠진 맥주 같은 결말이니 미리 대비하시라. 반대로 말하면 결말까지 치닫는데는 그만큼 고농축 공포를 뿜어댔다고도 할 수 있겠지. 어찌되었든 결말을 빼놓고 본다면 충분히 재밌는 소설이다. 다만 터미네이터 3의 결말을 보고 다신 터미네이터 시리즈는 보지 않겠다고 다짐할 만큼이나 결말을 중요하게 여기는 분들은 실망할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