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드뷔시

저자
나카야마 시치리 지음
출판사
북에이드 | 2010-10-08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소녀 피아니스트의 감동 스토리와 트릭이 절묘하게 섞인 음악 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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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잔한 감동이 스며들 줄 알았던 이야기는 되려 뒤통수에 가격을. 지부터 클래식 cd를 부록으로 준다는 둥, 클래식 음악을 다루고 있다는 걸 전면전개하는 책. 또다시 표지부터 대놓고 드뷔시의 부드러운 곡 '달빛'을 연상시켜 놓고는 정작 읽고 보면 베토벤보다 더 강렬한 이야기.

 

우선 파격성이 눈에 띈다. 채 50페이지도 넘기기 전에 주인공이 연루된 대형 화재사건이 터진다. 사랑하는 할아버지와 사촌을 한꺼번에 잃고 혼자만 온몸에 화상을 입은 채 살아남은 주인공. 손가락은 말을 듣지 않고 온 몸이 돌처럼 굳어버린 피아니스트 지망생. 전개부터 엄청난 무게를 던져댄다. 처음부터 이래서 중후반부엔 어떻게 이야기를 이끌어 나가려고 그래? 하는 오지랖이 들 정도다. 반전또한 놀랍다. 어지간한 추리물에서 범인을 때려맞추거나 단서 비슷한 것이라도 찾아내는 사람조차 안녕, 드뷔시에서 범인 찾기란 힘들 것이다. 에이 설마 이사람이 범인일 리가 없잖아?! 싶어도 작가가 왜 범인인지 미사키의 입을 통해 촘촘하게 설명해 댄다. 반론할 수가 없다. 독자는 이 엄청난 반전에 그저 '졌소이다' 한 마디 뱉을 뿐.

 

치밀함도 빼놓을 수 없다. 성장기와 미스테리물이 섞인 복합장르소설임에도 어디하나 놓친 부분이 없다. 두 장르는 완전히 엮인 실의 두 올처럼 하나를 이루고 어떠한 위화감도 없다. 특히 범인을 찾아가는 미사키 선생의 날카로운 감각을 보고 있자면 마치 만화 코난이나 김전일을 보는 듯한 느낌까지 든다. 성장기를 다루는 플롯에서도 차근차근히 달라져가는 주인공의 내면. 성장하는 인격을 훌륭하게 묘사했다.

 

마지막으로 흡입성이다. 우선 초반부터 때려대는 대사건이 어떻게 끝날지 궁금함에 페이지 넘기기를 서두르게 된다. 또한 작고 큰 이야기 하나하나가 촘촘하여 '이 부분은 속독으로 넘겨도 될 거 같다' 싶은 곳이 없다. 또한 베이스 플롯인 성장기에 기승전결이 있고 서브 플롯인 미스테리물에 또다른 기승전결이 있다. 두 배의 즐길거리란 소리다. 게다가 미스테리물이 보통 그렇듯이 마지막까지 범인을 향한 추적의 눈길을 놓을 수 없게 만든다. 이야기에 빨려들어 책을 놓기가 어려운 책이다.

 

비슷하게 클래식을 앞세우고 다른 이야기를 덧붙인 만화이자 드라마이자 영화인 '노다메 칸타빌레'를 떠오르게 한다. 서브 플롯이 연애물이냐 미스테리물이냐의 차이는 분명하지만 말이다. 굳이 고르라면 나는 안녕, 드뷔시에 손을 들어 주겠다. 대중성이야 물론 노다메의 압승이겠지만, 정말 이렇게 빈틈없이 촘촘한 플롯을 엮어내는 작가의 문장력에 혀를 내둘렀기 때문이다. 클래식 지식, 추리물을 엮어내는 능력, 확실하다 못해 너무 놀래키는 거 아니냐고 따지고 싶을 정도로 훌륭한 파격력. 배가 두둑해지는 작품을 만났다. 앞으로 나카야마 시치리의 움직임을 주목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