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국의 몰락

저자
가브리엘 콜코 지음
출판사
비아북 | 2009-11-27 출간
카테고리
정치/사회
책소개
미국의 시대는 왜 막을 내리고 있는가? 미국의 권력을 움직이는 ...
가격비교

현존하는 유일한 제국인 미국이 망한다

이 책은 미국이 현재 전세계에 휘두르고 있는 패권을 주제로 삼았다. 우리에겐 한없이 넓고 크고 부유하게만 비춰지는 미국. 이 나라가 망해간다니 쉽게 피부로 다가오지 않을지도 모르겠지만 주지의 사실이며 그 사실을 가감없이 밝힌 책이 바로 제국의 몰락이다.

미국이 망하는 이유는 결국 근시안과 지나친 자만심이다. 40년대 이후부터 미국은 당장 자국내 무기제조업체의 이익만을 생각하느라 엄청난 자본을 전쟁에 들이부었고 당연히 이길 것이라는 자만심에 젖었다. 허나 결국은 막대한 지출로 자국내 변통이 막혔으며, 최첨단 무기기술로 당연히 이길 줄 알았던 전쟁은 한국전쟁에서 비기고, 베트남전쟁에서 패배하고, 최근 이라크전쟁에서조차 패배했다는 소리를 듣는 지경에 이르렀으니 그야말로 두 마리 토끼를 쫓다가 두 마리 다 놓친 꼴이다. 또한 이스라엘을 무리하게 건국시킨 점도 미국 패망의 길에 큰 역할을 했다고 주장하며 책의 많은 부분에서 다루고 있는데, 이는 작가가 유태인계미국인이다 보니 아무래도 무게가 더 실린 감이 있다.

아쉬운 점은 어디까지나 현상을 기술함에 그쳤다는 데 있다. 이 현상을 타개할 방법으로 어떠한 비전도 제시하지 않는다. 너무 시니컬하다고 할까? 심지어 과거 자본주의의 대항마였던 사회주의 같은 어떠한 신체제가 등장하지 않으면 자본주의는 망할 것이라 예언하는 부분, 게다가 이 신체제가 등장할 확률은 희박하며 결국 등장하지 않는다면 망한 자본주의가 계속 유지되어 결국 세계는 극심한 고통에 시달릴 거라 언급한 후반부는 섬뜩하면서도 반박할 수 없는 극도의 시니컬함을 보여줬다. 또한 현상에 대한 자세한 분석보다 흐름에 중시하여 먼발치에서 기술하다 보니 소위 아는 사람은 다 아는 이야기를 반복하는 경향이 있다. 여기에 위 문단에서 언급한 비전이 없다는 점까지 더해져 이미 현상황을 인지하고 있는 독자에게는 딱히 와닿는 게 없는 독서가 될 수 있다는 점이 우려된다.

바로 전에 읽은 '중미전쟁'과 비교하여 읽으면 더 재밌다. 중미전쟁은 중국인 작가가 미국의 중국침략술에 대해 면밀하게 분석한 책이며, 이 책 제국의 몰락은 미국인 작가가 미국의 패망을 점치는 책이다. 양쪽에서 미국을 바라보는 시선이 사뭇 다른 것이 흥미롭다. 팔은 안으로 굽는다고 중국인 작가는 미국에게 중국을 삼키기만 노리고 있는 거대하고 반쯤 절대자인 악으로 비추는 반면, 미국인 작가는 자기네 나라가 망할 거라며 예전 같은 패권따윈 없다며 한숨을 내쉬고 있다. 같은 자리에 앉혀두고 둘이 얘기를 시키면 참 흥미롭지 않을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