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정복은 가능한가

저자
오카다 토시오 지음
출판사
파란미디어 | 2010-11-22 출간
카테고리
인문
책소개
결국, 세계 정복은 가능하다!현대사회의 근본적인 문제를 짚어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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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정복, 이상으로만 두지 말고 실사에서 생각하라, 세계 최초... 일지도 모르는 세계 정복 실용서

 

일본 오타쿠계의 전설 별명하여 오타킹 오카타 토시오가 재어본 세계 정복 가능성. 과연 현실에서 세계 정복은 가능할까? 어찌보면 이미 부정의 답을 내포하고 있는 이 서명은 자체로도 독자의 주목을 끌기에 충분하다. 저자는 그동안 세계 정복이라는 코드가 주로 등장한 일본의 애니메이션, 특수촬영물을 예로 든다. 그도 그럴 것이 '오타킹'이니까. 애니메이션이나 특수촬영물에서 악의 세력이 주로 주장하던 세계 정복이란 너무나도 추상스러움에 혀를 찬 저자는 현실에서 세계 정복이란 무엇이며 과연 가능은 한가에 대해 실날하게 200페이지 남짓을 할애했다.

 

우선 발상 전환 차원에서 두둑한 점수를 준다. 이 책이 나오기 전까지 사람들이 생각하는 세계 정복이란 코드는 그저 악한 것, 혹은 악한 자가 폭력을 정당화하기 위한 수단에 지나지 않았다. 하지만 이 책은 말한다, 세계 정복이란 의외로 일반 직장에서 버는 수입보다 심각하게 적자가 나는 사업이라고, 아무래도 악으로 뭉친 집단이다보니 정의를 내세운 집단보다 내부붕괴의 가능성이 훨씬 높다고. 그리고 무엇보다 '그래, 정복했다 치자 그래서 어쩔건데?'를 집어낸 부분에서는 아, 그렇네 싶어서 매우 쓸쓸한 기분이 들었다. 아 기껏 적자 내며 정복해 놓고 저런 우수에 젖어야 한다니 이래서야 정복한 의미가 없지 않은가? 세계 정복이란 의외로 쓸데없다는 생각이 들고, 정복자에 연민까지 느끼다 보면 그제서야 작가의 발상 전환 능력이 대단함을 깨닫는다.


여담으로 일본 분석계 서적 저자들은 대개 연민을 목표로 삼고 분석하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다. 고등학교 시절에 사서 읽은 '공상비과학대전'에서도 느꼈던 바다. 결국 이들이 어떠한 강력한 자, 집단을 현실에 맞춰 분석하고 나면 어느새 그 강력함은 풍선에 침주듯 푸욱 꺼지고 되려 연민이 스멀스멀 기어나온다. '결국 저것밖에 안 되는 악인이었다니'하며 말이다.

 

적은 페이지나마 인문학 교양을 나름 채워넣은 점도 만족스럽다. 후반부에 가서 현 미국의 제너럴 스탠다드 정책에 대한 언급, 로마의 유럽 정복 양상, 현대사회에서 계급은 존재하지 않으나 계층은 존재한다는 이론 등, 오타킹이 지은 책이 사회고찰로 흘러가 적지 않은 감탄과 어이없음이 공존하였지만 아무래도 감탄에 더 기울었다.

 

문제는 역시 오타킹이 지은 책 답게 초중반부에 나오는 예시가 전부 애니메이션이라는 점! 이래서야 애니메이션이나 특촬물에 관심없는 일반 독자가 읽기에는 상당한 배경지식 부족이 두드러진다. 심지어는 '애니메이션 좀 챙겨볼 걸'하는 사회주류는 절대 하지 않을 이상한 후회까지 들었다. (물론 잠시 머리를 흔들며 제정신을 차리긴 했다.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애니메이션을 챙겨보지 않은 것이 그렇게 후회할 짓은 아니니까.) 그만큼 후반부를 제외하고는 대중성과는 거리가 있다. 그래도 굳이 이해하고 싶다면 이 책 번역가인 레진이 달아 놓은 주석을 꼬박꼬박 읽어야 한다. 이게 또 고역이다. 레진이라 하면 한국의 오타킹이 아니던가? 더 이해하려고 읽는 주석이 되려 더 꼬이게 만드는 그들만의 세계.

 

이런 책은 역시 청량서적이라고 부르고 싶다. 시원하고 읽으면서 피식거리게 되고 나름의 가르침도 있고, 청량음료의 높은 당수치와 같이 약점도 확실히 보이고. 하지만 그게 청량의 기본 아니던가. 오타쿠 코드를 살짝 너그럽게 봐주며 읽는다면 즐겁게 가볍게 읽기에 안성맞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