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뱅이의 역습

저자
마쓰모토 하지메 지음
출판사
이루 | 2009-04-06 출간
카테고리
정치/사회
책소개
부자가 되어야 한다는 압박에서 벗어나자. 자유롭고 뻔뻔한 가난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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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 시원하다. 이것이야말로 청량서적! 우선 지은이 약력부터 빵빵 터지는 이 책은 부자들에 대한 가난뱅이의 일침, 작가가 직접 저항한 투쟁기이다.

 

내용으로 들어가면 이건 소설책인가 싶다(참고로 실용서이다, 강력한 저자의 의지다). 당최 말도 안 되는 내용만 잔뜩 쓰여 있다. 이해할 수가 없어! 이게 가능해? 싶은 이야기들. 하지만 이 책의 내용은 모두 사실이며 작가 본인의 체험담이다. 학교식당이 돈맛을 들이자 식당 앞에서 1000원짜리 카레를 팔며 저항하고, 대학이 야간부를 없에려고 들자 교섭담당 사무실 밖에서 구린내가 나는 생선을 구워 냄새로 아수라장을 만들어 투쟁하고, 기타 자본주의의 노예가 된 곳이 있으면 이 가난뱅이 단체가 출몰하여 노상에서 찌개를 끌여댄다. 그외에도 데모를 하며 경찰을 골탕먹이는 방법이 자세하게 설명되어 있는 등 시쳇말로 '병신같지만 멋있어'

 

이 책은 다시 말하지만 소설책이 아니며 개그책도 아니라 당당히 실용서이다. 작가는 웃기려고 쓴 것도 아니며 노하우를 알려주려 쓴 것이다. 무슨 노하우? 우리 가난뱅이들이 부자와 대결하게 되었을 때를 대비해 체력을 단련하는 노하우! 단지 아끼고 살자는 것이 아니다. 부자에 저항해서 아껴라! 그리고 실천해! 이렇게 말하면 또 극우파 고엽제 할아버지들이 가스통들고 달려와서 '게으른 주제에 달라는 건 많지!'하며 딴죽을 걸지도. 멋도 모르는 소리다. 작가와 일행들이 얼마나 열심히 뛰는데. 즐겁고 제멋대로 살려고 누구보다도 열심히 뛰는 이야기다.

 

작가가 말했듯이 일본이고 우리고 직장만 잡으면 스스로를 중산층으로 착각하고 살아가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진짜 중산층이라고 부를 만한 집단은 몇 되지 않는다. 우리는 결국 하위층이며 빈곤층이다. 좀 어렵게 들어가서 마르크스가 말한 생산 시설도 갖추지 못한 노동자 계급인데 어떻게 중산층이라 부를 수 있나? 계속 상위 1퍼센트들이 부익부하며 빈익빈하는 인구수는 늘어가는 신자유주의 세상. 이에 맞선 가난뱅이들의 궐기. 삼일 묵은 변비가 좌변기 바닥을 뚫고 나가는 듯한 통쾌함이 있다.

 

아쉬운 점은 이 이야기는 어디까지나 일본의 예. 집회의 자유가 일본의 발톱만큼도 보장되지 못하는 우리나라에서 따라 했다간 나랏님들께 응징의 철방패질, 폭포 같은 살수차 물줄기에 고막파열 등의 부상이 뒤따르니, 책 내용중에서 한국공안경찰나리님들도 차마 어쩌지 못하는 약한 것부터 일단 시작하자.

 

더불어 번역에 김경원 번역가. 일단 서울대 출신이라는 배경 때문에 '아 이거 또 딱딱한 번역 난무하겠구만' 했는데 왠걸 이렇게 친숙하고 쏙쏙 들어오는 번역이 또 없다. 번역에 만점 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