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 이미지 권력

저자
조선대학교 인문학연구원 이미지연구소 지음
출판사
앨피 | 2010-02-28 출간
카테고리
인문
책소개
‘몸ㆍ이미지ㆍ권력’의 세 가지 키워드로 조망한 한국 사회의 이미...
가격비교

이미지는 인간의 생산물인가, 아니면 인간의 지배자인가. 물론 플라톤이라면 후자의 손을 들어주겠지만 사실상 인간은 끈임없는 이미지의 생산자이자 소비자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미지는 우로보로스의 뱀이다. 소비와 생산이 벌이는 시소내기에서 한쪽이 승리할 때 시소의 왼편도 아니고 오른편도 아닌(시소 그 자체인) 우리에게는 문제가 일어난다. 때문에 이미지와 인간의 현재 상황을 진단할 필요가 생긴다. 이때에 적절한 책이 바로 몸 이미지 권력이다.


ㅡ부끄럽게도 편견으로 책을 놓을 뻔 보았지만 '조선'이라는 보수적 두 음절을 포함한 저자와 내용은 딱히 관련이 없었다. 반대로 8항에서 한국계 미국인 배우를 다룰 때는 보수 색체에 대한 따끔한 일침을 가할 정도다.ㅡ 책은 여성과 남성, 이미지가 갖는 권력, 멜랑콜리, 양성성, 의학, 영화, 과거사, 미술에 이미지를 대입하며 각 분야에서 이미지가 갖는 역할과 영향력을 다룬다.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아우슈비츠의 증언에 관한 지극하게 사변적인 논의로부터 얼마전에 인기리에 방영을 마친 바람의 화원이라는 드라마까지 그 다룸의 스펙트럼이 광활하다. 특히 영화를 다룬 7, 8항이 흥미롭다. 7항에서는 미국 내 다문화주의, 혹은 다인종주의는 결국흑백공멸론으로 귀결되고 동양인은 흑이냐 백이냐를 선택할 수밖에 없다는 날카로운 지적이 빛난다. 8항에서는 문 블러드굿이라는 한국계 미국인 배우와 그녀를 대하는 한국의 태도 또 그녀를 상품화하는 한국의 태도를 가감 없이 쏟아낸다.

총체적으로 이미지에 대해 몸사리지 않으며 있는 그대로를(부끄러움, 자성의 의미)누설해버린다. 위키릭스보다 더 짜릿한 전기충격기이다.


대중이 읽기에는 9항 "사라진 '그들'/남겨진 자들의 증언"은 지나치게 사변적이다. 또한 이미지와 그들의 관계를 접목시켜서 설명하는 데 부족했다고 본다. 이미지국에서 생활하다가 갑자기 이미지령 9항도(島)로 전출된 기분이다. 그 외의 항은 특별히 이해하는 데 무리가 오지 않고 숙고하며 즐길 수 있다. 무엇보다 돈이 사회를 지배하는 세상에서 그 돈을 쥐고 있는 근원, 즉 이미지를 직시하여야만 현 사회를 비판하거나 개혁하거나 현 사회에 완벽하게 적응한 거머리가 될 수 있지 않겠는가. 그점에서 이 책은 필연이며 우연으로 만난 것이 부끄러워질 정도다.



나누고 쪼개도 알 수 없는 세상

저자
후쿠오카 신이치 지음
출판사
은행나무 | 2011-04-13 출간
카테고리
과학
책소개
인간의 상상을 뛰어넘는 세상에 대하여『나누고 쪼개도 알 수 없는...
가격비교

바로 전에 읽은 책이 상당히 고되고 불만족스러웠기에 이번에는 시쳇말로 '안전빵'을 골랐다. 일본 비소설 저자로서는 가장 좋아하는 사람. 바로 후쿠오카 신이치다.

후쿠오카 신이치 글의 장점이라면 역시 독자가 무엇을 원하는지를 정확히 알고 있다는 점이다. 비록 그는 글에서 분자생물학을 연구하는 즐거움을 내뿜지만 그의 글은 과학보다는 예술에 가깝다. 과학을 과학대로 풀면 즐겁지 않다는 사실을, 내심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게 아닐까? 이 책에도 예술적인 부분이 권두부터 등장한다. 이 권두화가 글 속에서 어떻게 화신으로 살아날지, 분자생물학과는 과연 무슨 관계가 있는지, 책이 독자를 유혹하는 제1원칙 '궁금하니 읽고 싶다'를 십분 만족시킨다. 

책은 후쿠오카 신이치의 경험담으로 다가온다. 이는 분명 인문학 도서이지만 '후쿠오카 신이치의 분자생물학 에세이'처럼도 다가오고 에세이는 역시 친숙하다. 본인이 겪은 사건, 그리고 그 사건에서 느낀 감상을 가감 없이 드러내는 솔직한 감정(그러고 보면 일본인 저자들은 텍스트 안에서는 매우 솔직하다, 그들이 솔직하지 않다는 편견과 달리), 그로부터 얻은 삶에 대한 깨달음. 결국에는 인문학적 성찰로 이어진다.

국제 연구회에서 다큐멘터리 영화로, 모나리자 같은 명화에서 편의점 샌드위치로, 마지막으론 개인의 탐욕과 허위 성과의 탄로까지. 분자라는 미세 단위에서 인간과 인간의 관계, 더불어 우주의 끈을 보는 자, 후쿠오카 신이치의 글엔 그런 경외감이 있다.

이런 좋은 텍스트를 발굴하는 은행나무 출판사, 훌륭한 번역 의식과 깔끔한 번역 실력을 가진 번역가 김소연님께도 감사한다. 




의심의 역사

저자
제니퍼 마이클 헥트 지음
출판사
이마고 | 2011-10-10 출간
카테고리
인문
책소개
위대한 의심의 영웅들을 만나다!소크라테스에서 스티븐 호킹까지 혁...
가격비교

오랜만에 마음껏(?) 흠잡을 책을 찾았다.

우선 컨텐츠 외적인 부분부터 지적을 하자. 대략 40~60 페이지에 페이지 순서가 엉망이다. 49페이지를 읽다가 넘기면 다음 페이지는 갑자기 53페이지이다. 63페이지를 읽다가 다음페이지는 43페이지이다. 즉, 찍어냄에 문제가 있었다는 말. 다른 업종에서 만들어 낸 간단한 카타로그도 아니고 출판사가 낸 서적에서 이런 실수는 치명적이다. 물론 출판사가 수거해서 뒷처리를 했으리라 믿고 ㅡ그렇게 하지 않는다면 출판사 존립의 문제가 달리기 때문에ㅡ다음으로 가독성 문제를 끌어들여야겠다. 한마디로 잘 안 읽힌다. 딱히 번역에 오역이 눈에 띠는 건 아니다. 그럼에도 안 읽힌다. 이는 컨텐츠 내적으로 연결되니 다음 문단에서 언급하겠다.

둘째로 컨텐츠 내적인 문제다. 작가가 의도한 바는 이럴 것이다. 믿음과 긍정으로 점철된 역사의 흐름을 의심이란 뒤집음으로 풀어냄으로써, 외면당하던 의심의 값어치를 재조명하자. 정말로 그렇게 하고 싶었으면 페이지는 훨씬 줄어들 수 있었을 것이다. 즉, '@@가 ##에 의심을 품어 $$라는 새로움을 발견했다, 그리고 그 $$는 옳았다'라는 기본 골조를 강조해야 한다. 그런데 책은 골조보다는 살점에 더 관심이 많았다. '의심' 그 자체보다는 그 '의심가에 관한 부가정보'가 대부분을 차지한다. 물론 인물이 어떠한 사상과 작게는 생각을 갖게 되는 데는 배경이 상당부분을 차지하긴 한다. 그러나 의심 자체를 부각시킬 목적으로 나온 책에서 부가정보가 메인을 차지한다면 주객전도다. 독자는 이런 글을 접하면 지적 무방비 상태에 놓인다. 분명 들어오는 정보는 있으나 뇌가 받아들이지 못하고 일방적으로 공격당한다. 이런 책에서 독자는 보통 '현학적이라 지친다'며 나가떨어진다.

가장 아쉬운 부분은 기획 의도만큼은 발군이었다는 점이다. 빛나는 의심들을 역사속에서 연대 순으로 정리하는 업적은 전대미문의 시도일 것이다. 혹자들이 말하듯 서양의 철학사는 첫 철학자 탈레스의 주석일 뿐이라는 말이 있듯이(혹자는 플라톤의 주석이라고도 한다) 서양 철학은 전대철학을 반박하고 다시 다음 철학기 그 철학을 반박하며 고리를 이루어 진행된다. 이에 마치 유전자 이중 나선처럼 반대편에서 의심의 연대기를 알기 쉽게 정리하였다면 그 값어치는 이루 말할 수 없었을 터인데. 다시금 깨달은 바는 책은 역시 읽기 쉬워야 한다. 그래서 저자는 가독성을 항상 염두에 두어야 하며 번역은 프로 번역가에게 맡겼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