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사철학

저자
김용석 지음
출판사
휴머니스트 | 2009-10-26 출간
카테고리
인문
책소개
문화철학자 김용석, ‘서사철학’ 개념을 창안하다! 이야기와 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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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로부터 이야기를 분석하는 방법에는 철학이 주로 두루 쓰였다. 아니 철학이 우선 쓰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철학은 곧 인간에 대한 학문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모든 이야기는 인간중심적이라 감히 말해본다. 그 이야기를 철학으로 푸는 데 김용석은 서사(tale)이 중요함을 강조한다. 

저자가 서사를 강조하는 이유는 인간은 인과적인 생각으로 '진화'해온 존재라는 점을 든다. 인간이 다른 동물과 다른 점은 바로 일의 원인과 그 원인으로 발생한 결과를 인식할 줄 아는 동물이라는 것이다. 원인과 결과는 곧 시간의 흐름을 나타낸다. 원인은 과거나 현재일 수밖에 없으며 결과는 현재이거나 미래이다. 미래의 일이 원인이 되어 현재나 과거의 일이 규정지어지는 초시간적 현상은 아직 발견된 적 없고 타임머신이 등장하기 전까지는 발견되지 않을 것이다. 이처럼 서사란 곧 인간 사고의 기본 바탕이다. ㅡ때문에 <백 투 더 퓨처> 같이 시간의 비가역성을 거스르는 이야기는 '기이한 이야기'로 주목 받을 수 있었다.ㅡ 인간중심을 바탕으로 하는 이야기를 인간 사고의 기본 바탕인 서사로 풀어나가야 한다는 김용석의 주장이 설득력이 있는 이유는 바로 위와 같은 점이다. 

책은 신화, 대화, 진화, 동화, 혼화(애니메이션), 만화, 영화의 대표적인 작품 몇 개를 추려 그 안에서 서사철학을 도구로 분석해낸다. 이야기 속의 숨겨진 서사, 그 서사의 철학적 풀이. 이만하면 책의 값어치는 충분하다. 

다만 예전에 읽은 <문화적인 것과 인간적인 것>에서도 느꼈듯 김용석의 글은 어렵다. 단어 수준에서는 지극히 한국어를 사랑하는 모습을 보이나(애니메이션을 굳이 혼화 혹은 얼그림이라고 부르는 부분에서) 문맥이나 문장 수준에서는 한국 글쟁이들의 고질적인 문제점인 번역투도 자주 보인다. 이는 아무래도 철학의 종주 국가들의 원문 텍스트를 직접 번역하거나 아직 가독성에서 부족한 한국의 번역 방식으로 나온 책들을 주로 다뤄야 했기 때문일 것이다. 짧게 말해 좀더 쉽게도 풀어낼 수 있을 것 같은데 굳이 어렵게 풀어낸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이 좋은 책을 흥미본위로만은 읽기 어려운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