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밀밭의 파수꾼

저자
제롬 데이비드 샐린저 지음
출판사
민음사 | 2009-01-20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물질적 가치만 내세우는 세상의 비인간성에 염증을 느끼며 반발하는...
가격비교


사실 유명한, 또 인정받은 이란 형용사를 딱히 좋아하지 않는다. 여럿에게 그렇게 불려진다 한들 내가 접하고 그렇게 느끼지 않으면 내게는 별거 아닌 것뿐이다. 그래서 특별히 유명한 책, 인정받은 책을 찾아보는 편은 아니다. 오이가 누구에겐 등산용 수분섭취 야채로 사랑 받는 반면 누구에겐 냄새만 맡아도 구역질이 나는 것처럼 말이다.

 

그런데 이런 막되먹은 쇠고집을 꺾은 책이 하나 있다. 전에도 북로그를 남겼지만 다시 꺼내 보자면 아라빈드 아디가의 화이트 타이거가 그 책이다. 유명했고 인정도 받은 책이었다. 그 지식인들에게 인정받았다는 타이틀 답게 적잖히 고지식한 면을 볼거라 앞서 걱정했는데 더할나위없이 수수한 문체가 오래오래 잊혀지지 않을 책이다. 이 호밀밭의 파수꾼도 마찬가지다. 처음에는 바닥서부터 기대 없이 펼쳐들었다. 니가 유명해서 뭐 어쩔건데? 하는 반발이 거셌으면 오히려 거셌겠지. 호밀밭이라기에 요즘 TV에 이골날 만큼 자주 나오는 농촌 버라이어티를 책으로 옮겨쓴 건 아닌가 싶어서 더더욱ㅡ그정도로 사전 조사없이 읽었다ㅡ.

 

하지만 그 안엔 청춘이 날 기다리고 있었다. 세상 사람들은 전부 바보에 멍청이라고 보는데다가(심지어 스스로도), 성적미달로 퇴학을 거듭하는데다, 나이에 안 맞게 골초이며, 술을 코가 삐뚤어지도록 마셔도 멀쩡한 이 탈선 소년. 이 탈선 소년을 바라보는 어떤 동정어림과 그리움이 스며들어 있었다. 이 녀석 만큼은 아니지만 탈선이라면 한 탈선 했던 사람으로서 그 고민 많던 사춘기를 다시 느껴보았다. 그때의 그 무모함을 후회라는 작은 상자에 꽁꽁 숨겨두었었는데 이젠 추억이란 커다란 상자로 옮겨 담을 때도 된 것 같다. 지금에 와서 지금 기준에 바탕을 두고 생각하기에 그 시절이 무모했던 것이지, 사실 그 때는 내 나름 최선의 방법이 아니었던가? 그 충실하리 만치 마음가는 대로 따른 선택을 좀 더 아름답게 봐줘야 하지 않을까?

 

또한 그 후회를 추억으로 승화시키는 동안 나는 또 다짐했다. 주인공처럼 이 때를 고민하고 이 때를 슬퍼하며 이 때를 즐기겠노라고. 사람들은 쉬이 말한다. '다 지나고 보니까 후회더라고, 그 때 왜 그랬을까?' 쉬이 말할 만큼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거겠지. 하지만 어차피 지나간 삶에 후회하는 건 만국공통, 인종공통 아니겠는가? 매한가지 후회할 거 '선택'을 하는 순간만큼은 내 발끝부터 끓어오르는 본능에 따르리라. 그것이 어떤 나비효과를 불러올지는 삶에 맡겨 보는 거다. 호밀밭의 파수꾼같은 삶을 꿈꾸다 결국 집으로 오게된 주인공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