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과 굴뚝청소부

저자
이진경 지음
출판사
그린비(그린비라이프) | 2005-02-25 출간
카테고리
인문
책소개
근대에서 포스트모더니즘에 이르기까지의 주요 철학사상을 개괄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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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철학의 경계들

 

책의 부제와 같이 철학과 굴뚝청소부는 근대철학의 시작점인 데카르트에서 근대를 탈피한 현대철학까지의 계보를 다룬다. 흔히들 서양철학은 모두 그 철학의 전(前) 철학에 대한 주석이다란 말을 쓰듯이 서양철학을 바로 이해하는 데에는 이러한 계보도가 필요하다. 이를 집대성 한 버드런트 러셀의 [서양철학사]가 때문에 이름값을 톡톡히 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 또한 일종의 선형을 이룬 계보도를 그렸으며 그 대상은 데카르트부터 들뢰즈까지이다.

 

우선 데카르트부터 시작한 근대철학은 과학의 강조, 지적 무지함을 가르침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계몽주의를 아우른 '인간' 주체철학이라 할 수 있다. 이것이 로크로 내려와 경험주의로 발전하고 유명론이 대두된다. 흄은 이러한 유명론에 회의를 가하며 결국은 진리를 찾을 수 없다는 결론, 즉 근대철학을 해체한다.


이 때 등장한 칸트. 칸트의 중요성은 이렇게 붕괴의 위기를 맞은 근대철학을 재건했다는 데 있다. 그 방법론으로는 인간은 선천적으로 진리를 파악할 수 있는 힘이 있다는 주장 즉, 선험적 주체를 강조한다. 이는 곧 주체와 객체가 하나가 됨을 의미하고 그곳에 진리가 있다는 말이다. 이 주체와 객체의 동일화는 헤겔로 이어저 절대자, 혹은 절대정신으로 불리고 이 때 근대철학은 정점을 누린다.


정점에 안착한 것은 추락하는 법. 이에 맑스는 문제는 '실천'이라는 실천철학을 강조하며 근대를 해체한다. 프로이트는 본인의 의도와는 다르게 정신분석학을 통해 해체하며 니체는 근대철학이 말하는 진리를 '찾는 것'이 문제가 아니며 이러한 것이 어디에서 왔는지 그 뿌리를 찾는 계보학을 개발하고 이를 통해 '권력의지'가 그 원인이었음을 주장한다. 이 권력의지에 의해 다시금 근대철학은 해체과정을 밟는다.


근대를 통틀어 강조되었던 주체의 중요성은 현대철학으로 들어서며 지식에 자리를 양보한다. 다시 말해 근대철학에서는 주체가 곧 효과를 야기하는 근원이었다면 현대에 들어서서는 지식이 이를 대체한다. 또한 현대철학은 불변함, 항속성, 구조를 강조하는 레비-스트로스, 라캉, 알튀세르 분파와 차이와 특이성을 강조하는 푸코, 들뢰즈, 가타리 분파로 나뉜다.

 

위의 문단은 이 책의 결론에 종합적으로 정리된 내용이다. 앞뒤 떼어놓고 말한다면 이 결론부분만 읽어도 이 책이 목표했던 바를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는 허무함이 남긴 한다. 그러나 요약은 어디까지나 요약일 뿐. 각 철학자가 주장했던 고유의 철학을 충분히 흡수하려면 역시 본문을 정독해야 한다. 그러니까 결론을 먼저 가이드라인으로 읽고 본문으로 돌아가는 것도 이 책을 탐독하는 하나의 방법으로 제시할 수 있겠다.


또한 번역서가 아닌 한국어를 구사하는 필자가 집필했다는 점에서 가독성이 상당히 좋다. 적절한 삽화와 그 삽화와 연관된 필자의 문제의식 제기가 절묘한 점도 칭찬한다. 여러 면에서 볼 때 철학 초보에게는 여전히 어려운 면이 많지만 철학 중수에게는 강력하게 추천하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