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외인종 잔혹사

저자
주원규 지음
출판사
한겨레출판사 | 2009-07-15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얽히고설킨 네 명의 열외인종 잔혹사가 펼쳐진다!제14회 한겨레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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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외인종 네 명이 펼치는 옴니버스

입만 열면 빨갱이 빨갱이, 시쳇말로 수구꼴통 노인네, 두개골 속에 들은 거라곤 명품과 정규직밖에 없는 된장녀, 봉사활동으로 나온 끼니를 삶의 영유수단으로 삼는 노숙자, 오늘도 피씨방 요금 떼먹고 달아나기에 바쁜 잉여 청소년. 이 넷이 각자 자기이야기를 이어가다가 한 가지 사건으로 얽히는 유쾌 잔인 옴니버스.

키워드는 양머리

언뜻 연결고리가 전혀 없어보이는 네 사람이 '양머리'하나로 묶이게 된다. 그 양머리는 노인네에게 반역 빨갱이, 된장녀에게 정규직이란 기회, 노숙자에게 메시아, 청소년에게 온라인 게임 2만포인트로 다가온다. 넷은 목숨을 걸고 몸을 내던진다. 물론 목숨까지 걸린 줄은 몰랐다 하더라도.

잔인한 천민자본주의

바로 앞 문단에서 관계가 없는 사람들이라고 말했지만 따지고 보면 자본주의 안에서 최하층에 속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마땅한 수입이 없기 때문에. 이들을 통해 지은이는 천민자본주의가 낳은 추하디 추한 모습을 배꼽이 달아나는 코미디로 다룬다. 당긴 방아쇠가 장난감 총에 달린 것이라 굳게 믿었지만 발사된 총알이 맞은 이의 두개골을 박살내 버리는 잔인한 상황. 또한 쏘지 않으면 내 두개골이 박살날 상황. 경쟁이 선의를 품지도 않았으며 경쟁에서 밀려나면 나아갈 삶을 차단당하는 정 없음. 그렇기에 밀려날 수는 없고 밀려나지 않으려면 더러운 손을, 잔인한 손을 써야하는 양심의 가책. 지은이는 이렇게 잔혹한 천민자본주의 최하층 사람들이 사는 삶을 드러낸 것이 아닐까?

아쉬운 점

이 재밌음, 코믹함은 적당히 공부하고 신문 좀 읽고 한자 적당히 외운 지식층이 아니면 함께 웃을 수 없음이 아쉽다. 다행스럽게 한자가 적당히 익숙한 내 처지에서는 크게 어려움이 없었지만. 본문에서 한 문장 끌어와 예를 들어 보겠다. 118 페이지 중간 쯤이다.

급기야 광록은 그러한 도취를 여과 없이 연출하고자 감행한다.

심지어 추상이라고 말해도 지나치지 않을 문장이다. 무엇을 의미하는지 확 와닿지 않는다. 물론 이건 작가가 코믹함을 더하기위해 미사여구를 덧붙이는 과정에서 발생한 습관이라 보면 되겠지. 위 문장은 한 예에 지나지 않는다. 더 한자풀이가 필요한 문장이 쌔고 쌨다. 친절하게 괄호치고 한자를 적어넣었지만 과연 중학교 2학년 학생이 '참혹한 전락(轉落)의 참상과 사지백체(四肢百體)'란 글을 옳게 받아 들일 수 있겠냐는 말이다. 글의 대상이 분명하고 너무 분명하다.

또한 이건 아주 나 혼자 생각일지도 모르겠으나 사건을 끝내줬으면 했다. 아주 깔끔하고 휘밝게 어두운 구석없이. 미스터리를 남기지 않았으면 했다. 하지만 이 양머리 사태는 환상과 현실 중간에서 아리송하게 끝나버림이 마지막 페이지를 넘기면서도 뭔가 풀리지 않은 응어리를 남겨서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