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종

저자
마이클 코넬리 지음
출판사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9-05-27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전화를 받은 순간, 그의 인생은 바뀌기 시작했다!영미권 크라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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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만난 날

사람이란 휘리릭하고, 또는 훌쩍 일상을 벗어나고 싶은 법이다. 크게 보면 지친 하루하루에서 벗어나 훌쩍 해외여행을 떠나거나 작게 보면 나와 같은 '짓'을 한다. 그 '짓'이란게 뭐 대단한 건 아니고 따뜻한 이야기만 찾아 읽던 것을 차가운 이야기를 다룬 책을 골라 읽음이다. 그런 딱히 상큼하지만은 않지만 아무튼 변화 또는 일탈. 그래서 수사물을 골랐고 눈에 띈게 이 책 '실종'이다.

줄거리

커다란 이야기는 이렇다. 획신적인 분자기술을 개발한 과학자 헨리 피어스. 전에 사귀던 여자친구와의 이별 덕에 새 집을 구하고 새 전화번호를 받아야 했다. 헌데 자꾸 이 번호로 '릴리'를 찾는 전화가 걸려온다. 아무래도 전에 그 여자가 이 번호를 받아 쓰다가 해지했는데 통신사에서 아직 처리를 마무리 짓지 않았나 싶다. 통신사에 전화해 빠른 조치를 취하면 그만인 일이지만 피어스는 이 '릴리'란 사람을 직접 찾아나서기로 한다. 과정에서 단순한 실종이 아니라 범죄와 맞닥들인 피어스. 이정도로 해둬야 할 듯 싶다. 혹여나 이 글을 읽고 책을 찾은 사람이 스포당하는 일을 막기 위해.

나라면 어떨까?

다 읽고 난 다음에 문득 든 생각이 있다. 만약 피어스가 과학자가 아니었다면, 당장 나를 피어스 대신 끼워놓고 이야기가 돌아간다면? 과연 난 릴리를 찾으러 나설까? 아니 나선다고 정해놓고 진행해도 과연 정말 피어스가 찾은 결말에 도달할 수 있을까? 사실이 아니라 소설이길 정말 다행인 이야기다. 피어스의 수사과정에서 톱니바퀴 하나만 어긋났어도 결말은 카드로 쌓아놓은 성에 짓궂은 검지손가락을 들이밀 때처럼 와르르 무너졌을 터이다. 피어스는 조그마한 사건을 접한 뒤엔 항상 논리적 회로를 돌려 사건과 사건이 연결된 고리를 찾는다. 이게 과연 우리에게도 가능한 이야기인가 하는 말이다. 여러분과 내가 잘 알듯이 불가능이 답이겠지.

마치며

이 이야기는 폭력, 성매매 같은 도구로 우리 사회 뒷면을 보여준다. 누군가 그 뒷면을 이용해 꿍꿍이를 품으면 어떤 끔찍한 앞날이 펼쳐지는지 보여준다. 하지만 지은이가 의도한 이 부분보다 윗문단에서 쓴 '우리에겐 불가능한 수사'가 더 안타깝다. 내겐 저런 머리가 없을거란 생각이 더 안타깝다.

그런 의미에서 전지적 작가 시점은 정답이었다. 읽는 우리는 결국 스토리텔링을 해주는 텍스트에 더 한몸이 되고 그 처지가 되어 읽히는 법이다. 그러니 일인칭 작가 시점으로 읽는 이가 주인공과 한몸이 되어 읽으면 곧 내가 그 어려운 뒤틀림과 실뭉치를 술술 풀어간다는 소리다. 이는 곧 비현실감을 불러 올 수밖에 없지 않을까? 반면에 전지적 작가 시점이라면 난 그저 위에서 바라볼 뿐이다. 주인공이 해낸 훌륭한 풀이는 그 주인공이 뛰어난 거지 위에서 지켜보는 나완 직접 관계가 없다. 그래서 천재를 곁에서 바라보는 기분. 딱 그정도에서 읽는 이는 만족을 느끼는 것 같다. 실제로 나도 그랬고. 일인칭 시점으로 쓰여진 수사물이 몇 작품이나 될까? 찾아보고 싶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