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차(개정판)

저자
미야베 미유키 지음
출판사
시아출판사 | 2006-10-31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행복해지기 위해 신용카드를 쓴 두 여자 이야기 모방범, 용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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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락으로 굴러가는 삶을 주체 못하고 다른이의 신분을 뒤집어 쓰다.

 

일단 미야베 미유키라는 브랜드네임을 걸고 나왔으니 추리물임은 틀림이 없다. 대표작 '모방범'을 읽어본 사람이라면 이 사람 글의 짜임새에 대해서 딴죽을 걸지 못하리라. 한마디로 재미가 보장된 추리소설이라 할 수 있다.

 

책은 단연 자본주의의 상징물이라고 할 수 있는 신용카드를 다룬다. 한 여자가 미디어가 보여주는 공주같은 삶을 꿈꾸며 주체할 수 없는 소비생활을 즐긴다. 이에 카드빚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결국 생활 존속자체가 위기에 놓인다. 이를 타개하고자 범죄를 꿈꾸고 그 방법은 바로 자신을 버리고 타인의 신분을 자기 것처럼 행세하는 것이었다. 이에 휴직중인 형사가 진실을 찾아 나선다.

 

미야베 미유키의 글은 두가지 장점을 들 수 있다. 첫째로 다른 작가가 함부로 흉내내기 힘든 우직하고 견고한 짜임새. 경력에서 알 수 있듯, 작가는 법률사무소에서 근무한 적도 있고 따라서 추리와 수사에 쓰일 만한 어휘가 풍부하다. 심증에 의거해 풀어나가는 모 추리애니메이션들이 소위 같잖아 보이게 만드는 굵직한 힘을 지닌 글이 독자를 압도한다. 둘째로 감성을 간질간질하게 건드리는 깃털같은 썰풀이. 짜임새 있는 플롯에 충실하면서도 결코 등장인물의 미세한 감정변화 또한 놓치지 않는다. 자칫 식상하게 영웅물로 흐를 우려가 있는 게 바로 추리물이다. 범인을 설정한 순간부터 흑과 백이 나뉘기 때문이다. 미야베의 글은 그렇지 않다. 마치 회색 빛깔 갱지 위에 쓰인 글처럼 악인은 악인 나름의 악인인 사연이 있고 이에 이 악인을 찾아나서는 사람은 은연중에 그런 악인에 미묘한 동정을 품는 것이, 과장되지 않고 만들어진 이야기 같지 않는 친근함을 불러 일으킨다.

 

이 책에서도 위 두가지 장점이 훌륭하게 살아 있다. 더불어 사회현상 중 하나인 카드빚 문제를 다루며 나름의 경종을 울리는 점까지 포함하니 그 완성도는 더 견고하다. 무엇보다 흡입력이 최대의 장점인 소설이다. 독자는 혼다 형사와 한몸이 되어 수사를 전개해 나가며 혼다의 감성, 가면갈수록 밝혀지는 범인의 감성에 동정과 연민을 품고 이 감정의 끈을 놓지 않기 위해 다음 페이지를 재촉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