융 호랑이 탄 한국인과 놀다

저자
이나미 지음
출판사
민음인 | 2010-08-13 출간
카테고리
인문
책소개
민담을 통해 들여다본 한국인의 내밀한 마음!융의 심리 분석 기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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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앗줄을 타고 하늘로 올라가 해와 달이된 남매를 기억하시는지? 그렇다면 일하고 돌아오면 집안일을 말끔히 해놓고 밥까지 차려 놓는 우렁이 각시는 어떤가? 흔히 옛날이야기라 부르는 민담. 할아버지 할머니께서 무릎을 베개로 내어주시며 배를 톡톡 두드리시며 들려주던 구수한 이야기. 저자 이나미는 이 책을 통해 그 구수함을 뛰어넘어 민담으로 인간의 심리를 분석했다.

 

저자도 밝혔지만 이 작업은 비단 저자만의 것이 아니며 그동안 동서양을 막론하고 여러 분석 심리학자들이 민담을 분석했다. 그만큼 심리학에서 민담은 중요한 분석 대상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서점에서 마침 딱 눈에 들어올 만한 서명을 달고 있긴 하더라도 이미 비슷한 종류가 많으니 독창성은 약간 마이너스. 한국 민담만을 가지고 분석했기에 좀 더 점수를 줄 수도 있지만 타국 심리학자들도 대개 자기네 나라 민담을 분석했을 게 아닌가?ㅡ이쯤되면 마이너스 주고 싶어 안달난 사람 같아 보인다ㅡ

 

책은 크게 민담 속에서 남성성과 여성성, 사랑과 눈물, 자아정체성, 직업의식, 소통을 끄집어낸다. 각 이야기 분석을 보면서 이 옛날이야기에 이런 심리가 숨어 있었다니 하며 놀랄만한 부분이 많다. 예를 들어 도깨비 감투에서, 도깨비 감투를 쓰고 투명인간이 되어 이래저래 못된짓을 하고 다니다가 구멍이 나서 발각되는 장면을 보고 우리는 '거참 통쾌하다! 인과응보지' 정도를 느끼는데, 분석 심리학자인 작가는 지위나 신분이라는 페르소나를 뒤집어 쓰고 서서히 망가지는 자기 본래의 자아라는 개념을 끄집어낸다.

 

그저 재밌는 이야기를 분석함으로 새로운 의미를 부여한다거나 새로운 시각을 발견한다는 점에서 이 책은 아주 재밌다. 하지만 대상이 민담이라는 것은 약간 걸린다. 민담은 그 목적 자체가 구수하고 간단하며 약간의 가르침을 담는 정도에서 머무를 때 가장 재밌는 것이 아닐까? 구태여 그 속에 숨어 있는 인간 본연의 심리까지 파해쳐 '이 등장인물은 이런 심리 때문에 이런 행동을 했다' 같이 기계식 분석을 가져다 붙이면 되려 재미가 반감된다. 그렇기에 옛사람들은 민담을 구전했지 문서화하지 않은 게 아닐까도 싶다. 물론 인문학 자체가 인간에 관한 것이라면 파헤쳐 분석하고 그 긁어부스럼 만드는 학문이고 그곳에 재미가 있긴 하지만 말이다.

 

또한 이 책을 읽다보면 부수효과로 융 심리학으로 민담을 분석하는 게 아니라 민담을 분석하다가 융 심리학을 배워가기도 한다. 아니무스니 아니마니 하는 개념을 자연스레 익힌다. 나같이 가지치기 독서를 하는 사람들이라면 다음 책으로 '칼 융'에 관한 책을 집어들 확률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