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경만경

저자
요시다 슈이치 지음
출판사
은행나무 | 2004-09-10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아쿠타가와상을 수상한 작가 요시다 슈이치의 장편소설. 지하철 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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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이 이야기를 만난 건 2004년이었다. 그 때 한창 일본 드라마에 빠져있었는데 신작으로 동경만경이라는 드라마가 떴고 그게 우리의 처음이었다. 신나게 달렸던 것으로 기억한다. 나카마 유키에라는 일본 국민배우가 주연하고 남주인공은 약간 올챙이두겁을 뒤집어쓴 인상인, 미남배우를 평가하는 한일의 가깝지만 먼 기준을 느꼈던 드라마였다. 그리고 삼일 전부터 책으로 다시 만나 원작가가 들려주는 이야기를 들었다.

 

우선 드라마는 원작이 꽤나 각색했다. 시대배경으로 한창 한류열풍이 불던 때이기에 여자 주인공은 재일한국인 2세로 나온다. 곧 재일교포와 일본인들 사이의 마찰이 등장한다는 소리다. 또한 남자 주인공의 원작은 선박화물을 다루는 노동자에서 끝나는 데 반해 드라마에서는 일본전통서예 아티스트를 꿈꾸는 노동자이다. 플롯도 차이가 난다. 드라마는 사랑, 인종, 꿈까지 토털패키지를 담는데 원작은 연애소설 그 본질에 가깝다. 총평을 하자면 드라마는 토털패키지를 잡으려다 죄다 놓친 망작에 가깝다. 아무리 시간이 지났다고는 하나 내 기억에 이렇게 안 남을 정도면 분명 좋은 드라마는 아니었을 게다. 따라서 원작에 손을 들어준다.

 

 이제 본격 책 이야기를 해보아야겠다. 흔히 세상은 연애라는 심상을 이야기 할 때 화성남 금성녀에서처럼 서로 다른 이해와 강조 포인트를 역설하기 바쁘다. 남녀 사이의 건널 수 없는 무언가를 강조한다. 마치 남녀를 이종異種 다루듯 한다. 꽤나 논쟁과 화두를 불러모을 떡밥임이 분명하긴 한가 보다. 동경만경도 예외라고 볼 수는 없다. 갈등의 단계가 한창인 시점에서는 목적지를 찾지 못하고 헤매는 대화, 오해로 인한 어긋남 등을 등장시키고 틈을 고조시킨다. 그런 점에서 시나가와 여자, 오다이바 남자. 가깝지만 분명 분리된 배경장치. 이것을 적절하게 활용한 작가의 솜씨는 귀신같았다. 이야기는 이곳이어야만 했다. 그리고 작가는 류스케를 통해 이 배경을 초월하려는 마지막 고백이자 시도를 한다. 차이를 머리로 이해하는 수준이 아니라 초월의 경지인 그대로 받아들이는 모습을 솜씨 좋게 빚어냈다. 오랜만에 만난 가슴벅차게 깔끔한 결말이다.

 

요전에 동작가의 작품 악인을 읽었다. 아마 이 북로그에도 남겼던 것으로 기억한다. 요시다 슈이치의 글은 차갑다. 배경묘사에는 어떠한 심리 반영이나 복선 따위를 찾아보기 어려운 절제가 느껴진다. 차라리 필요없지 않을까하는 배경묘사까지 있다. ㅡ그렇다고 이기호의 사과는 잘해요 같은 극초박형절제는 아니다.ㅡ 따라서 이런 연애소설보다는 악인 같은 글이 본재주 펼치고 훨훨 날아가는 글이라 여겼다. 내 얕은 안목일 뿐이었다. 억지로 배경에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 뻔뻔하게 보이는 작가들보다 훨씬 담백한 말투일 뿐이었고 싫지 않다.

 

류스케의 멋지지만 그다지 포장하지 않은 대사. 멋진 대사는 저렇게 날려야 하나 싶다. 여심을 사로잡고 여운을 남기려면 저정도는 되어야지. 시나가와 부두에서 오다이바까지 대충 1Km는 될텐데, 아 이거 나도 수영 배워야 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