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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3.01.03 2010.2.1/농담, 밀란 쿤데라, 민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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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효과란 영화가 있다. 지금 내가 한 행동 하나가 미래의 커다란 변화를 만든다는 중요성을 역설한다. 이렇듯 말 한 마디, 현재 일어나는 자그마한 사건, 결정은 미래에 대해 소스라칠만큼 커다란 권력을 갖는다. 이 이야기 안에서는 자기 애인에게 편지로 쓴 몇 마디 농담이 루드빅의 삶을 송두리째 뒤집어 놓는다. 밀란 쿤데라의 대표작을 따와 패러디 해보자면 '참을 수 없는 농담의 무서움' 정도일까?
그렇다면 과연 이 농담에 선과 악의 잣대질을 가한 것은 무엇이며 그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가? 책은 325페이지를 빌어 설명한다. <그 어떤 행위도 그 자체로서 좋거나 나쁘지 않다. 오로지 어떤 행위가 어떤 질서 속에 놓여 있느냐 하는 것만이 그 행위를 좋게도 만들고 나쁘게도 만든다.> 질서, 다시 말해 이데올로기라고도 할 수 있는 그것. 그것은 루드빅이 뱉은 농담을 악이라 여긴다. 루드빅의 진정과 의지는 중요하지 않다. 사회와 질서의 뜻이 그렇다. 질서가 그렇게 말한다면 동무도 여인도 그렇다고 여긴다. 제3의 시각에서 본다면 소름이 돋는 광경이다. 그저 그때의 질서가 사회주의가 아니었다면 사전 의미 그대로 농담이었을 몇 마디가 한 남자의 젊은 삶을 때론 짓밟고 때론 쾌락을 좇게 만들며 다시금 주저앉힌다. 질서가 내게 준 이미지, 그 이미지가 평생 날 좌우한다면 그만큼 매정한 일도 없으리라. 내 이미지의 변화 가능성을 굳게 잠그는 질서에 이골이 난 적도, 사람이라면 한 번쯤 있었으리라.
또한 책은 몇 단락으로 나뉘어 각 단락마다 화자가 바뀐다. 이점을 통해 '선과 악을 판단하는 기준은 그 행위를 받아들이는 이에 의해 결정되기도 한다'는 작가의 메시지를 잡아낼 수 있다. 감정이입의 대상인 화자를 바꿈으로 한 사건을 그 화자의 주관성에 담아 평가 할 수 있고 각 단락마다 이 '사건'을 보고 평가하는 눈이 다르다. 귀신 같은 썰풀이다.
루드빅의 삶은 마지막 피난처인 고향으로 돌아와 커뮤니티 속에서 안식을 찾으려 했지만 그것조차 굳이 말하자면 실패와 비슷한 결말로 치닫는다. 그러나 나에게는 변화의 희망이 아직 남아 있고 내가 몸담은 사회의 질서, 이데올로기가 나를 루드빅에게 했던 만큼 못박지는 못하리라는 작은 바람으로 견뎌보는 것이다. 김훈의 '공무도하'를 읽었을 때와 비슷한 매캐하면서도 그렇다고 끊을 수는 없는 담배 같은 그런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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