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 전집

저자
이상 지음
출판사
가람기획 | 2004-05-25 출간
카테고리
시/에세이
책소개
'박제가 된 천재' 이상 깊이 읽기 - 시, 수필, 서간. 본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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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상은 포기다. 

이상의 글을 읽는다는 말은 곧 포기함을 의미한다. 흩어진 퍼즐은 다시 짜맞출 수 있다. 허나 이상의 글은 맞춰지지 않는 퍼즐이다. 공식에 숫자를 대입하면 해가 나온다. 허나 이상은 해를 회피한다. 포기를 전제로 한 글읽기. ㅡ유명한 <날개>나 <12월 12일> 같은 작품은 어느 정도 이해력의 범주에서 용해가능하게 쓴 것도 같다.ㅡ 독자가 한두 단편을 읽고서 손사래를 칠 만도 하다. 다빈치의 코드는 풀렸다. 그러나 이상 코드는 여전히 불가해하다. 

또한 이상의 글은 포기다. 매 작품은 자살을 다룬다. 죽음을 다룬다. 극중 주인공들은 때론 무언가 의지를 보이기는 하나 반드시 포기한다. 시종일관 허탈한 말투이며 '해보았자'의 코드가 흐른다. 포기가 형상화 된 죽음은 직접적으로 때론 간접적으로 자살을 암시하며 마무리된다. 사소하게는 계집질부터 종국에는 목숨까지 이르는 이 포기의 강줄기는 여간한 각오로 덤비지 않으면 안 된다. 

동시대의 작가들은 크게 작게 일제강점의 부조리한 면을 드러내는 측면을 갖는다. 이상의 글을 읽으며 그런 면이 전혀 없음을 다시금 깨닫는다. ㅡ때론 동경을 이상향으로 삼기까지 한다.ㅡ 그렇게 불가해한 코드들과 형이상학적 구조에도 이상이 읽히는 이유는 바로 이것이 아닐까? 그만큼 이상의 글은 순수하다. 너무 순수해서 불순한 우리가 이해할 수 없는 것인지도 모른다.